2019/12/31

"지금. 약간 미칠것 같다."

미칠것 같은 이유는 내가 잘 아는데, 일단 연말 감성 핑계를 대본다. 

답도 없고 너무 스스로가 갑갑해서 항공권을 찾다가, 정신을 조금 차리고 강릉에 숙소를 하나 잡았다. 
미팅 일정들이 너무 많아서 피하느라 빠른 시일내로는 불가능하고, 조금 갭을 두고 바닷바람을 쇠고 와야겠다. 

이번에도 혼자다. 

찬 바다에 죄다 집어던져버리고 올 것이다. 반드시. 

2019/12/30

윤희에게





어린 배우들 덕에 귀엽고, 김희애 덕에 아름다운 영화였다.
특히 두 주인공의 편지글이 아름다워서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굉장히 빠져들어 집중하게 된다.

아, 그리고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귀엽다.

이번 주말 마지막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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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상영관이 몇개 없었다.
결국 네이버 시리즈 앱에서 캐쉬로 구매해서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봤다.
오타루 배경의 화면이 좋아서 큰 스크린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

그리고 이미 몇번을 다녀온 곳이지만 오타루에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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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건조한 감정 유지하기'는 안될것 같다.

2019/12/28

2019년 마지막 금요일, 휘발된 기억

내가 소주 두잔 정도를 마셨다면, 그 이후 나눈 대화는 거의 기억을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편안히 비밀 이야기를 해도 된다.
기억은 거의 휘발되고 일부 나와 관련된 기억들만 조각으로 남아 있게 된다.

2019년은 술을 마신날을 한손으로 꼽을 수 있다.
마신다 해도 맥주 반잔, 와인 한잔 하는 정도로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초반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술을 못마셨고, 그 이후는 이가 말썽이라 치료받는 동안 염증 관리가 크리티컬해서 마시지 못했다.
치료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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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운동하며 만난 두 아가씨와 저녁을 먹고 한잔 하며 수다를 떨기로 한 날이다.
A는 쾌활하고 착한 교사. B는 개구쟁이같은 캐릭터에 술 좋아하는 엔지니어.
A는 먼곳에 외근을 갔다가 서둘러 출발해서 약속시간보다 한참 일찍 약속장소에서 기다렸다.
B는 근무지와 집이 약속장소에서 멀어 차를 한참 밟아 달려와주었다.

나는 무슨 흥이 그렇게 났는지 술을 많이 마셨다.

A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맥주 한잔을 마시고 먼저 일어났다.

즉 B와 둘이서 새벽한시까지 소주 다섯병을 나눠마셨다.
마지막 한병은 주문하는게 아니었는데.
졸지에 폭음한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다.

조각난 기억만 조금씩 남아있고 지금도 계속 조각기억이 떠오르고 있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과음을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은 희미하고, 무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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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임은 약속을 잡기 전부터, 또 날을 잡고나서도 내내 설레어 했던 모임이다.
그래서 미니어처 소주와 화장품 세트가 포함된 선물을 두개 준비하고 손으로 엽서도 써서 넣었다.

아, 그런데 A도 크림과 립밤을 준비해온게 아닌가.
나만 설렌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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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름다우나 숙취는 그렇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나 깔끔한 컨디션에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였고, 움직이기 시작하니 울렁거림과 두통이 점점 심해졌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괜찮아서 오전에 장도 보고 왔지만, 결국 숙취해소 약을 사다먹고 오후 내내 누워있다시피 했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가 먹이지도 않은 술을 기분 좋게 퍼마시고 다음날 그 보상을 해야하다니.
게다가 잇몸에서 또 피가 나고 있다. 정말 내가 미친짓을 했구나 싶었다.
다시 한동안 술을 마시지 못할 것이다.
웃을 수 밖에.
어제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비슷한 짓을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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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행이다 싶은 것은, 이야기 듣기를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들을 이야기가 참 많고 사람을 알아가는게 참 즐겁다.

이전까지 아무 관계 없이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 스토리를 나누어 갖는 그 과정이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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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술을 두잔 이상만 마시면 더할나위없이 입이 무거운 사람이 된다.

어떤 속 이야기를 해도 듣고 잊어드립니다.
편안히 이야기 하세요.

내 이야기도 들었다면 잊어주세요. 털어놓고 싶은 비밀이 많은 사람입니다.

2019/12/27

시집을 선물받았다.



중학교때였던가, 고등학교때 내 별명은 ‘찔러도 피한방울’ 이었던 것 같다. 
란셋으로 손가락을 찌르고 피 한방울로 실험하는 시간이었다. 정말 찔렀는데 피가 나오지 않아서 붙은 별명이었다. 

제법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로봇’, ‘인조인간’ 같은 별명도 있었다. 파생된 것은 아니고 내가 움직이거나 말 할 때 가끔 사람같지 않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동거인이 종종 나를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자주 그러하다. 


오늘 시집을 한권 선물 받았다. 
이 책을 보고 내 생각이 나서 두권을 샀다고 한다. 

메마른 인간이라 이런걸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내가 ‘요즘 안그래도 시가 땡겼다’ 하자 놀란 눈치다. 

쓸데없는 감정낭비라고 시큰둥할거라 예상했나보다.
나는 꽤 오랫동안 시를 써왔고 수상경력 또한 화려하다. (ㅋ진짜다.)

믿기 어렵겠지만.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거 같지 않은 사이코패스도, 시를 읽는 나도 나다. 

분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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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잠을 잘 못자고 있다.
커피를 줄여야 할까. 

2019/12/26

[제곧내]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꿀잼이다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은 가지 않고 있다. (그도그렇고 요새 아예 지출 줄이느라 여행을 안가고 있음)
그렇지만 종종 일본 손님이 오는데다 중국어 시작했을 때 보다는 덜 힘들 것 같아서 공부하기로 했는데, 이거 완전 꿀잼이다.

간신히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읽고, 간단한 말을 익히고 있는 중인데, 책도 잘 나왔고 영상 강의도 있어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어디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재미없어질 때 까지, 재미있게 할테다.

2019/12/24

뜬금없고 귀여운 선물

받으면 부끄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또 오늘처럼 아무 이벤트 없는 날(연말, 크리스마스 이브)은 기대하게 되는 게 선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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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남좋은 일을 하는 팀이다.
너무 직관적인 표현이기는 한데 (자기 좋은 일 하면서 돈 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싶다만) 실제로 그렇다.

남을 위한 연말 송년파티를 준비할 때 쯤, 나는 멤버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올해의 선물은 혼술 패키지.
(작년에는 직접 만든 미니 화환과 카드 같은 것을 선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외의 소소한 이벤트에 다들 즐거웠기를 바란다.
소주가 너무 작아서 반주 밖에 안되겠다는 피드백이 있어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대자로 준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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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사주니까 그냥 내꺼 내가사야지.' 하면서 책도 사고 문구도 사고 했더니 지출이 너무 크다.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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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제일 기분 좋은 선물은 역시 또박또박 글씨가 적힌 엽서인 것 같다.
동무들이 종종 엽서를 써줘서 집에 모아둔 것들이 있는데 매번 꺼내봐도 새롭고 고맙다.

2019/12/19

킥복싱 8개월차. 불량품 학생일기





드디어 관장님이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ㅋㅋ

"걸어~~~~~!!!!"

스텝과 원투 스트레이트가 기본인데 난 아직도 기본이 안되어 있다.
운동신경에 대해서라면 (무용 교과를 제외하고) 참 한심할 정도로 둔하다.

모름지기 격투기란 타격이 목적인데 타격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에 이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해 보지만, 나의 재능을 탓하기에는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무것도 없는지라 언젠가는 되겠지 생각하며 오늘도 체육관에 나간다.

나도 운동하고 있다며 공유하는 영상, 사진은 언제나 땀에 절어 숨을 헉헉대고 있는 것들이다.
차마 운동 중인 영상은 올릴 수가 없다.

한바탕 뛰고나서 숨을 몰아쉬다가 물을 한 두레박은 마시고 간신히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겉옷을 껴입는다. 

부들부들

2019/12/17

씹어 삼킬듯이 공부하는 법

저마다 공부하는 비법은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1. 설렁설렁 같은 책을 두 번이상 보는 방법
2. 설렁설렁 넓게 여러가지를 보는 법
3. 그리고 씹어 삼킬 듯 한 책을 파는 방법 중에 고른다.

주로 처음에 시도하는 것은 3번인데 어쩐지 하다보면 항상 2번으로 향하게 된다.
싫증을 잘 내고 호기심이 많아서 넓게 보다보면 깊이도 생긴다고 마음대로 믿고 이것저것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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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영어 단어 책 두권과 일어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는 중인데, 3번을 시도 했다가 처참하게 패배하는 중이다.
그냥 재미있어보이는 글을 읽으면서 어휘나 글자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나는 너무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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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 씹어 삼킬듯 공부해 본지가 좀 된 것 같다.

달랑달랑달랑 바둑이 방울

국민학교 다니면서 배운 동요중에 '바둑이 방울'이 있을 것이다.

http://tv.naver.com/v/1983762

'달랑달랑달랑 달랑달랑달랑 바둑이 방울 잘도 울린다.'
'도미미미미미 레파파파파파 미솔솔 솔미 레파 미레도.'

교과서에 틀림없이 가사가 '달랑'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그대로 가창을 했는데 어떤 놈이 웃고 날리다.
'딸랑 딸랑이지 어째서 달랑 달랑이냐'고.

한글도 읽을 줄 모르는 놈인가 했다. 그리고 그게 왜 지가 웃을 일인가. 내가 웃을 일이지.
어이가 없다.

그런 놈들 때문에 학교가기 정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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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생활경제 시간이었다.

명색이 생활경제면 철학이 아니라 경제를 가르쳐야 하는데 얼떨결에 과목을 담당하게 된 한 교사가 늘 문제였다.

'너네는 알뜰하게 중고차를 살거냐, 비싸고 비효율적이지만 새차를 사겠느냐. 중고차 살 사람 손들어봐, 새차 살 사람 손들어봐.'

차량을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하며 워런티나 구매 컨디션이 다양한 법이다.
중고차를 사는게 알뜰하니 당연히 경제 교육을 하는 나는 중고차를 권유한다는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단 말인가.

나는 새차를 산다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알뜰하지 못하고 비도덕적인 자본주의자가 되었다.

그 선생 뭐하고 사나 모르겠다. 알뜰하게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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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절이다.
보기 싫은 부서 놈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대화중에 그런 말이 나왔다.

'우리 할머니가 안동권씨 집안 분인데 서슬이 퍼렇다.'

그랬더니 또 어떤 놈팽이가 낄낄대고 난리다.
'서슬이 퍼렇다니 사투리 좀 하지마라.' 고.

서슬이 퍼렇다는 말도 모르는 놈이 대학 4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 온 놈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옆 사람들의 웃음을 독려하고 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무식한 놈도 유식한 놈도 같이 웃었다. 권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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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서장이었던 상무가 회의중에 그런 말을 했다.

'음력인 24절기로 농사를 지었다. 음력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우리 조상님의 지혜는 역시 대단하다. '

24절기는 양력이다.

나를 포함해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몰라도 알아도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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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에 끝은 있어도 무식에 끝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무식이 권력을 가지면 틀린 정보가 팩트가 된다.

2019/12/11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송년회란 무엇인가..

연말이 되어 참석해야 하는 파티 수가 많아지면 드는 생각. 과연 스타트업이란 무엇이며 심사역이란 무엇인가.

연말이라고 이슈가 없고 안바쁜가, 어째서 파티며 송년회가 이리도 많고, 투자사들은 쉬는 곳이 많으며 단체로 여행가는 회사도 있는가.
게다가 송년회마다 컨셉도 있고 화려하기도 하고 이벤트도 많다.
아.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송년회는 왜 이다지도 많은가.

내 저녁시간을 돌려내라.
놀아도 동무들과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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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놀이 하느라 바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많이 본다.
중요한 일은 생각하기 고통스러우니 하지 않고 회피 하면서, 투자자 만나서 골프 치거나 술먹고 그걸 대표의 고민이라고 괴롭다며 호소한다.
'밑에' 사람들이 자기 마음같이 안움직인다고 험담을 하고, 심리적으로 힘들어 죽겠다면서 제발로 상담소나 병원은 찾아가지도 않고 하소연만 한다.

우쭈쭈가 필요한 그들.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2019/12/10

미루기의 달인

'미루기'가 뭐 대단한 기술이라고 '달인'이라는 표현까지 골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게으름의 끝장을 추구하며 미룬다.

딱히 바빠서라기보다 그저 하기 싫어서 미루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인간 본성에 충실하다고도 할 수 있다.

미뤄서 나중에 몰려 처리하는 스트레스가 큰가, 그렇지 않으면 미리 하는 스트레스가 큰가 생각해볼때, 미루다보면 가끔 일이 없어지는 즐거움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인지 미루기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금방도 미팅 준비 할 것이 있는데, 미팅 바로 전날 저녁으로 미뤄서 캘린더에 등록하고 말았다.

오늘은 정말 숨쉬기도 귀찮은 날이다.
공기도 매우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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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나는 공부를 잘했다.
비평준화 지역이라 그 중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놓은 학교에 다녔는데 그 중에서도 잘 했다. ㅎㅎ

그런데 넘사벽 동무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참고서를 빌리러 갔더니 '나는 이미 한번 봤으니 천천히 보고 언제까지만 주면 돼.' 라는 신기한 말을 했다.

어떻게 공부를 미리 할 수가 있지.

결국 그 친구는 나와 학교는 같지만 아주 좋은 학과에 진학했다.
이래저래 부러운 친구였다. (집도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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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미루다보니 올해도 어영부영 지나갔다.
별 이룬 것도 없이.

2019/12/06

마흔먹은 마녀이야기

마녀가 된 사연

대학때 내 닉네임중에 하나가 ‘열혈잔업 대마왕’ 이었는데 누군가 ‘여자가 왜 마왕이냐. 마녀라고 해야지.’ 해서 마왕을 열심히 썼다. 

그런데 멋진 마녀가 참 많다. 말레피센트도 참 매력적이고. 
그래서 닉네임 쓰는 곳에 여기저기 마녀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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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선심 쓰듯이 ‘딸이라 안낳으려고 하다가 낳았다.’ 할 때마다 ‘왜 낳아서 살게 만드냐. 사사건건 방해만 하면서.’ 하고 서로 독설하는 가족이다 우리 가족이. 
그러하다. 
그때 많은 딸들이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그런 환경이라면 태어나봐야 별로 좋은 꼴 못 볼 게 뻔한거 아닌가. 
나도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를 ‘면목없게 하는’ 존재였다. 딸 낳은 며느리. 


엄마가 ‘면목없어’ 하는 포인트는 두가지가 더 있었는데, 
  1. 엄마는 말띠다. 여자 말띠가 드세다고 싫어한단다. 
  2. 엄마 생일이 정월 초나흘이다. 여자가 해바뀌자마자 태어나서 별나단다. 
거 참. 시집 눈치 볼 일도 다양하다. 


나는 꼬챙이처럼 마르고 비실비실하다가 열한살쯤 되었을때 갑자기 식욕이 올라서 많이 먹고 많이컸는데, (남)동생 먹으라고 할머니가 뭔가를 사다주면 내가 다 처먹어 버린다고 참 싫어하셨다. 
기지배가 대학까지 간다고 뭐라고 하고. 
나중에 할머니 입원했을 때 입원비 수백 투척한건 나였다. 훌륭한 복수였다고 생각한다. ㅎㅎ

낳아놓은 자손이 많으면 뭐하나. 잘처먹던 손녀가 제일 큰 손인데.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는데 보고싶네 우리 할머니. 


중략. 나중에 풉니다. 


나자마자 죽어도 문제, 살아있어도 문제. 
40대, 경상북도 경주 출신 마녀.


나다.  

2019/12/05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자주 하는 생각이다.

특별히 똑똑하게 타고난 것이 아닌지라 노오력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노오력을 한다고 원하는 만큼의 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능력의 한계일 수도 있고 상황이, 정황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올해는 어쩌면 특별한 성과없이 끝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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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는 중단했다. 문법을 배웠더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대화 중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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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여행다니느라 생존 수준으로 조금 할 수 있고 몇글자 읽고 추측할 수 있지만 내가 불법 이민자처럼 언어를 배울 것도 아닌데 너무 게을렀다.
읽는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종종 일본 손님이 오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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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꾸준히는 하고 있다.
단지 하루에 투입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
최근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을 몇번 겪었더니 주눅들었는지 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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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이 너무 둔하고 유연성도 요가 할 때 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빠져서 킥복싱을 배운지 몇달이 되어도 엉망 진창이다.
그렇다고 체력이 특별히 좋아진 것도 아니고 몸에 근육만 더 붙어서 무게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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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잘 모르겠다.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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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런데 하고 있다는 것 보다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싶다.

2019/12/04

누군가의 연예인

나만의 연예인이 몇 있다.
같이 운동하는 멤버, 백엔드 개발자, 한 스타트업 대표, 방송에 나온 그 누구.

남자친구도 아니고(무엇보다 남자가 아니고), 머리에 가슴에 담고 살다가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는 분이 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좋은 방향으로.

연락이 닿으면 닿는대로 가슴 한켠이 뜨끈하고, 또 소셜미디어같은 곳에 올라오는 사진을 봐도 훈훈해지는 그런 사람들이다.

나의 연예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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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이름을 봐도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다가 몇 분 후 아! 하며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소식을 주고 받았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고, 인스타그램도 훑어 보았다 한다.

그이에게 내가 연예인 같은 존재라 했다.

나도 누군가의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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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예인이란 건강보조제 같은 존재다.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 없지만 있으면 든든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working lunch - 밥먹으며 이야기하자고?

이거 진짜 거짓말이다.
대화의 밀도가 뚝 떨어진다.

밥먹으며 스몰토크 하느라 음식에도 집중을 못하고, 식후 디저트 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이야기는 또 빙빙 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테이블에 마주앉아 본론에 충실한 이야기를 짧게 하고 밥먹으러 가는게 더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것저것 탐색하는 것도 좋지만 탐색은 적절히 하고 본론을 이야기해줘야 서로 낭비가 없다.

2019/12/02

촉, 그것은 빅데이터

월말 투자금 집행 예정인 건이 있었다.

무슨 예감이, 불안한 예감이 있었다.
당일 집행이 되었는지 오후에 꼭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은 촉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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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재무팀에서 담당자가 이 건을 누락시키면서 오후까지 집행이 되지 않아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금요일이라 주가 바뀌고, 월말이라 달도 바뀌고 납입되게 생긴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재난이야 아니겠지만 난리는 난리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오늘 아니면 안된다, 오늘 반드시 해달라.' 라는 나의 고집스런 요청으로 은행 마감 10분전에 무사히 투자금이 집행되었다.

외근 중이었는데 이것 저것 대응하느라 (이슈는 꼭 여러개가 한번에 터진다.) 식은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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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촉이 오는 경우가 있다.
감이 묘하면 뭔가가 있다.

누적 경험에 의한 빅데이터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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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났을 때, 몇마디 나눈 후 '쎄~한' 감이 올 때가 있다.

도망쳐야 할 때다.

'에이, 기분탓이려니. 에이 설마 그러겠어.'

설마가 사람잡는다.

2019/11/28

밤에 이런 저런 작업들을 하다가..

오랜만에 까만 터미널 창을 꺼내서 이것 저것 세팅하고 툴 깔고,
미국사는 아우의 세 아들, 나의 세 조카놈들 사진 받아서 부모님 볼 수 있게 업로드 하고,

다음 읽을 책을 고르다가,
받아놓은 자료도 다시 꺼내서 확인하고,
끄적끄적 글도 쓰다가,

내일 일정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눈이 침침해서 부비부비.

그러다 페이스북을 열었는데 피로감이 몰려든다.
메신저로 들어오는 메시지들도 왜 이리 무례한지 모르겠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품위를 지키기가 그렇게 어렵나.

다 허무하다.

춥지 않은 나라에 가서 맛있는 것들이나 먹으며 보기싫은 것들 보지않고 지내면 좋겠다. 잠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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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번 만났지만 동경해 마지않는(서로 그러하다고 나는 철썩같이 믿고 있다.) 새 동무의 문자를 받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다.
지내는 곳이 좀 멀어서 한번 보기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제 좀 가까워져서 좋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좋은 포인트였다.

버리기, 계속 버리기

요즘 책도 읽으면서 팔고 있고, 책장위에 쌓아뒀던 잡동사니들도 눈에 띄는대로 손에 한번 들었다가 두거나 버리거나 선택의 기로에 한번씩 머무르고 있다.

어제도 책장위에 장식용으로 놓여있던, 실용성은 떨어지는 보틀과 술잔 몇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다시 읽을것 같지 않은 책은 다 읽는 족족(혹은 재미없으면 읽던 중간에라도) '팔아치우기 가방'에 넣고 있다.
팔지 못하는 책은 기증박스에 넣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하고 있는 이사 때문에 짐을 줄이기도 해야겠고, 지고만 다니는 짐이 너무 많기도 해서다.

이사때마다 한트럭을 버리는데도 짐은 살다보면 늘어난다.

직전에 살던 집은 -내 기준에- 아주컸다.
그 집은 이것저것 흩어놓아도 생활공간이 넉넉했는데, 지금의 방 하나 거실 하나 미니미니 빌라에 오면서 발디딜 틈이 없을 것 같아 가구를 거의 다 버렸다. 멀쩡하던 소파까지.

곤도 마리에 상이 설레지 않으면 모두 버리고, 사진찍어두고 버리라고 해서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에 그녀도 수납을 위한 샵을 열었다고 하니 사람이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에 위배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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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책장에, 그리고 집에 소장용 책만 남으면 나는 짐을 더 줄일 수 없을 때 까지 줄인 상태가 아닐까.
그래도 한쪽 벽면은 모두 책장일 게 뻔하고, 책과 문구로 가득해서 2중으로 열을 지어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집에가서 버릴게 없나 두리번거릴 예정이다.

대저택에 살면서 보관하고 싶은 것을 모두 보관하고 가끔 보물찾기 하는 기쁨을 누리는 건 그저 가끔 꾸는 꿈으로 둬야겠다.

2019/11/27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주는 것

'배려'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은 배려도 센스도 아닌 것 같아서 '것'이라고 제목을 마무리했다.

나는 지금 모종의 이유로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은 못한다고 해야할지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조금 애매한 상태다.

'나는 지금 일시적으로 운전하지 못한다.' 라고 했을 때 상당히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내가 가자고 한 것도 아닌 워크샵에 운전 병력이 하나 빠지게 되니 늘 운전 하던 사람이 운전하게 되어 미안하기는 한데, '나는 일시적으로 운전하지 못한다' 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야만 하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다.

내가 왜 설명을 해야하나.

싫다는 이유건 못한다는 이유건, 나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치 않아야 하지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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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나는 국민학교) 6학년 이었을 때, 학생들 단체로 수영장 소풍을 간 적이 있다.

나에게는 그저그런 소풍, 그저그런 소란한 물놀이 정도였는데, 몇몇 여학생들은 참석할 수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 보다 좀 빨리 자라다보니 생리일과 겹친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어리고 어리석은 동무들은 도대체 왜 이유는 말을 하지 않고 너희들은 수영복을 입지 않냐고 다그치고, 주변에 친한 친구들끼리 쉬쉬하며 이유를 알고 있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없는 일이었고, 소풍이 수영장인 것이 무례한 상황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수영장이 웬말인가. 무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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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워크샵, 플레이샵, 단체 해외여행을 곱게 볼 수가 없다.
누군가의 일상을 해치거나,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속살, 속사정을 드러내야 하는 이벤트 일 수 있다.

여행은 혼자, 혹은 친구와, 혹은 원한다면 가족과 함께.

2019/11/26

라떼이즈홀스 - 꼰대 라이프

"나 때는 말이야~" 라고 훈수를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Latte is horse 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아주 적절한 그림을 하나 발견해서 올려본다. 원작자는 모르겠다.


내가 스무살에 겪은 세상과, 후배들이 스무살에 겪은 세상이 다른데 먼저 좀 겪어봤다고 어줍잖은 조언을 늘어놓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로 입을 다물기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지도 모르니 더더욱 의식하자! 의식하자!

2019/11/23

집중하라는 하기좋은 소리

학생이 하나 있다 칩시다.

어찌어찌해서 서울대는 못가도 남들 부러워하는 사립대에 붙었는데, 등록금을 내고나니 그 다음 넘어야 할 산이 교재비, 생활비, 교통비라 아르바이트를 두개씩 하면서 학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칩시다. 요즘은 흔한 모습이겠지만.

"그런거 할 시간이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장학금을 받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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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꿈을 안고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신입사원이 하나 있다고 칩시다.

열심히 주는 일을 하고 복사를 해오라면 복사기 도는 동안 들고 있는 문서도 읽어가며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대리가 스테이플러 찍힌 각도가 제각각이다, 폰트는 왜 이런걸 썼냐, 인쇄를 했으면 지그재그로 담아와야 나눠주기가 쉽지, 오늘 옷색은 그게 뭐냐, 키도 큰데 신발을 그런걸 신고 오면 부장이 싫어한다, 보고서는 이렇게 쓰는게 아니라 부장 생각을 읽어서 그림과 글을 적당히 배분해야한다며 일을 '열심히' 가르칩니다.

정작 중요한 것에 쏟을 정신도 시간도 없습니다.

"사소한건 빨리 맞춰주고 중요한데 집중해서 네가 빛나려는 노력을 해야지."
라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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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3년차가 하나 있다 칩시다.

부장 대리 나갔다가 지들끼리 쑥덕쑥덕 하다 들어오더니 부장이 나한테 뭐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일을 하나 시킵니다.
저 둘이 항상 느낌이 좀 이상합니다. 

참다가 상무한테 슬쩍 흘렸더니 예민하게 그런데 신경 쓰지마라 마누라 욕이나 하고 있을 거라며 일이나 집중해서 하랍니다. 


나라를 세우는 부장의 의중을 읽느라 기획에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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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탓입니까?

2019/11/22

이른 아침 사무실은 춥고도 고요하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한창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찍 일어날때는 4시-5시 정도에 깨서 책을 읽다가 출근하곤 했다.
출근해서 앉아 있으면 청소 여사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놀라곤 했다.
아무도 없어야할 시간에 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랩탑 앞에 앉아 있으니 놀랄 수 밖에.

요즘은 날이 추워서 몸이 굳는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진 못해도 다른 동료들보다 두시간 정도는 일찍 출근하는 것 같다.

우리 사무실은 건물 모퉁이에 있어서 겨울에는 매우 춥다.
히터를 돌려도 영 따뜻해지지 않는다.
두꺼운 담요를 덮고 뚱뚱한 실내화를 신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남들보다 두시간 이르게 하루를 시작한다는 건 몇가지 장점이 있다.
- 전날 못끝내고 가서 못내 찜찜했던 사소한 일감들을 처리 할 수 있다.
- 사람이 없고 조용하니 집중해서 자료를 읽거나 작성할 수 있다.
- 영문 기사를 읽을 짬이 있다.

단점이라면 겨울에 춥고, 영문기사가 지겨울 때 좀 심심하다는 것 정도?

2019/11/19

활력을 불러오는 몇가지

얼마전, 남녀 무용수가 썸을 타는 예능을 보고 있었는데 한 남자출연자가 여자출연자에게 도시락을 싸다주는 장면이 있었다. '쑥스쑥스' 한 분위기에서 남자출연자가 말했다.

"내가 잘 서포트 해 줄게. 나 목표가 생겼어. 이번 뮤비 1등할거야."

굉장히 뜬금없지만 이때 내머리를 스치고 지난 생각은,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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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일을 하다보면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팀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팀들을 보면 나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잘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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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운동 가기 싫은 날이 많았다.
해도 늘지도 않고, 굉장히 힘든 운동이라 몸이 편하고자 하는 본능에 반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온갖 핑계를 대고 빠지는 날이 많았다.
이렇게 매일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니, 평생 이러고 살 자신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해외 출장으로 운동을 쉬고 있다가 출장 마지막날, 레고샵에 들렀다.
체육관 관장님 포함 세명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아 운동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레고샵에서 내리 한시간 이상을 보내며 떠오르는 얼굴과 닮은 피규어를 조립해왔다.

나와 같은 시간에 만나면 서로 미트를 잡아주는 두 여성 회원님은 머리가 짧은데, 정성껏 닮은 헤어스타일과 표정을 고르고, 잘 싸울 것 같은 몸통과 개구쟁이 같은 몸통으로 매칭을 했다.
누가봐도 그들이어서, 전달하기 전에 모두에게 보여주니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맞췄다.

요 며칠 체육관 가는게 기다려지고 즐겁다. 이 두분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운동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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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을 일부러 만들려고 노력하면 참 어려운 것 같다.
갑자기 스치는 자극을 잘 잡아내서 부스팅하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더 쉽다.

이 기회를 놓치지말고 조금이라도 오래 누리고 싶다.

약발 떨어지면 또 다른 자극거리가 빨리 오면 좋겠다. 

2019/11/13

사과하지 않는 사람

일하다가 너무 졸려서 실수할까봐 (해도 내 블로그에 하려고) 글을 써본다.

자기가 잘못한걸 알아도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니, 사과 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는게 낫겠다.

'잘못한 걸 인지를 못하나?' 해서 확인해보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과하지 않는다.
사과는 하지 않지만 변명에 준하는 말을 한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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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싫어서, 나는 사과할 일이 있을 때 나만의 매뉴얼을 가지고 '열심히' 사과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것을 모를때나 인정할 수 없을 때는 빼더라도, 인지 했을 때는 앙금이 남지 않도록 사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라,
그랬더니 사과받은 쪽에서는 사과 받은걸 자랑하고 다닌다?
아.. 이래서 사과들을 안하나?

그러나 자랑을 하건말건 나는 내 할 도리를 해야겠으니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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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깼다.
다시 일한다.

2019/11/12

다락의 책

산더미 같았던 책은 거의 다 버리고, 고향집에는 절대로 못버리는 내 애장품들만 소량 남았다.

미취학 아동이었던 시절의 기억중 가장 강렬한 기억은 다락이다.
어디서 얻어왔는지, (아마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촌들에게서 많이 구해왔겠지만) 다락에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책이 꽤 많았다. 오래되고 표지가 떨어져나간 청소년 잡지도 있었다.
거의 처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종일 읽었고, 읽은 것을 잊을 때 쯤 또 꺼내 읽었다. 어두워도 읽고 자기 전에는 누워서 읽었다.

그 덕에 글씨도 크고 내용이 축약된 어린이용 도서는 거의 읽지 못하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안네의 일기를 찾으러 서점에 갔다가 점원이 어린이 용을 내밀어서 어이 없는 표정으로 바라본 적도 있다. 그렇게 내용을 다 잘라놓은 책은 애초에 볼 마음이 없었다.
어린이 문고는 '다렐르' 시리즈나 '아나스타샤' 시리즈 같은 것으로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3학년부터는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고향에 남아 있는 책은 아주 오래된 것들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판된 책도 있고, 나와 나이가 비슷한 책도 있다.
지금과는 표기법도 다르고 제목도 달라진 책이 많다. 그리고 요즘은 구하기 힘든 책도 있다. 새삼 종이가 기록에 얼마나 적합한 발명품인가 생각해 볼 때도 있다.

지금은 참 책을 쉽게 산다.
보고 싶은 책 사볼 정도의 경제력도 되고, 출판되는 책도 워낙 많다.
예전에는 신간 소식을 신문 지면 광고로 보다보니, 광고를 오려서 서점에 들고가 책을 찾아달라고 하기 일쑤였다.

책을 하도 많이 읽어대니 용돈 대부분은 책값으로 들어갔고, 가뜩이나 가난한 집에 (공부에 도움도 안되는) 책만 읽어대는 내가, 엄마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글을 읽다보니 글을 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왔는데 별로 환영을 받은 기억이 없다.
전국대회 장원도 했지만 반응은 비슷했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부작용이 있다. 옳고 그른것을 구분하려고 한다.
틀려먹었다 싶은 것은 고개를 돌리거나 거품을 물고 대들었다. 많이 싸웠다. 타협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흔이 된 지금, 그 다락이 그립지는 않지만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책도 많이 읽었고, 혼자 보낼 수 있는 피난처가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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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고 싶은 책을 마음만 먹으면 사서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월급이 고맙다.
글쓰기 창을 열었을 때, 내가 원래 쓰려고 했던 글은 '잽에 날아간다.' 였다.
일하느라 에너지를 쓰고 스트레스를 받고 아웃풋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잡스런데 화가 나고, 짜증받이가 되는게 너무 싫어서, 그에 대한 글을 써보려했는데,

에라. 월급쟁이, 월급 날짜맞춰 잘 나오면 책사보고 밥사먹고 저금하는 낙으로 살지, 그따위 잽은 맞아주마. 안그래도 운동하면서 맨날 맞는 걸.

2019/11/11

꼴보기 싫은 '대표 신격화'

스타트업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다보면 딱 보기 싫은 문구를 볼 때가 있다.

'모모 대표님께서는 어느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발표 하셨습니다.'
'모 일간지에 모모 대표님을 인터뷰 해주셨습니다.'

대표가 포스팅 작성자에게 보스일지 몰라도 페이스북 글 보는 사람에게는 아닐텐데, 대체 누굴 보라고 저런 포스팅을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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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면서, 자기네 회사 대표 찬양하는 내용 넣는 것도 제정신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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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찬양안하고 안띄워주고 안챙겨주면 완전히 티나게 삐치는 대표들 많이 봤고, 자기 입으로 '대표는 이러하다, 대표는 보고 받아야 한다, 대표는 직원들 사적인 정보까지 알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스스로 특별한 존재로 포지셔닝 하는 것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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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소왕국.

결정을 하지 않는 다는 것 = 관심이 없다는 것

결정권자가 결정을 하지 않아 진퇴양난.. 은 좀 너무 나간 것 같고 아무튼 발이 묶일때가 있다.

결정권자가 결정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 때.
그리고 답을 하더라도 온인지 오프인지 명확하지 않고 '한번 보지요.' 라고 할 때.

관심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 매우 편하다.

2019/11/07

어제는 좀 힘들었다

빡이쳐서.
무례하고 아전인수격인 태도에 화가났다.

그렇지만 화내지 않았다.
나는 월급쟁이고 감정낭비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던지 말던지.

2019/11/04

Thisten 앱을 써본 이야기

지난 주, 미국 라스베가스 HLTH라는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컨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은 아니고 행사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일단 호텔에 입실할 때, 내가 컨퍼런스 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사람이므로 방 키가 컨퍼런스 디자인이다.
호텔 로비는 컨퍼런스 티셔츠를 입은 사자상이 세워져있었다. (떠나는 날은 다른 행사를 위한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등록대에서 명찰을 찾으니 명찰 속에 칩 같은 것을 붙이는게 보인다.

그게 뭔지는 밤에 알았는데, 비콘으로 내가 들어간 세션을 찾아 모아서 피드백을 달라는 메일이 왔다.
그리고 호텔방에 들어오자 우리 방문앞에 걸려있던 것은 홍보물이었다.
즉 어떤 호실이 컨퍼런스 참석자인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좀 무섭다.)

무엇보다 나처럼 실시간 듣기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Thisten 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발표자 무대 옆에 검은 스크린을 별도로 세팅하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서 출력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는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서 나는 앱으로 실시간 스크립트를 보고 있었다.
라이브, 업커밍, 지난 세션을 화면에 보여주고 골라서 들어가면 스크립트가 실시간으로 뜬다.
이 앱은 있는 그대로 받아써주는 기능만 있는게 아니라 지나간 문장을 스스로 고치기도 했는데, 추임새나 기침소리는 빼고 구술만 받아쓰고 실시간으로 지난 문장을 말이 되도록 고치기 까지 해서 사용하는 동안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단점이 없지는 않은데, 자르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 문단을 바꾸거나 화자 구분이 안되거나, 아주 큰 세션에서는 문장을 건너뛰는 등 잘 쓸 수가 없었다.

이 앱을 보면서 떠오른 일화가 있다.

인공지능이 통역가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지인의 지인인 통역가의 대답이 '사람들이 말을 정확히 하지 않기 때문에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였다. 화자의 문장이 정확해야 기계 번역도 결과물이 잘 나올것이라는 뜻인데 Thisten 같은 앱이 더 발전해서 문장이 되도록 자동 수정을 한다면 통역을 어쩌면 상당 부분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행사 진행은 물흐르듯 매끄러웠고, 시간도 칼같이 맞춰서 잘라준 덕분에 다른 세션으로 점프하며 다녀야했던 나도 무리가 없었다.
단지 숙소 정보가 공유된 점은 좋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2019/10/31

LA 공항에서 땀을 강물처럼 흘린 이야기

출장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라스베가스 공항 라운지에서 글을 쓴다. ('라스베이거스'는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랩탑 배터리는 얼마 남지 않았고, 로밍해 온 데이터도 충분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에 이 소중한 리소스를 쓸까 하다가 땀흘린 이야기나 해보기로 했다.

정신없는 기록이라 순서가 뒤집혔을수도 있는데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주십시오.

일정은, 인천 출발, LA 환승, Las Vegas 로 갔다가, Las Vegas 직항으로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출발이 몇분 딜레이 된 정도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환승 할 시간이 두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시간이면 어지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비행기가 도착하고 내가 터미널 B 도착 게이트에 발 들여놓은 시간은 예상시간보다 40분이 늦었다는 것이다.
즉 한시간 남짓 남았는데, 그동안 이미그레이션과 세관을 통과하고 터미널을 이동해야 한다.
미국에서. 이 느려터진 놈들이 가득한 곳에서.

뛰었다.

짐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내려서 끌고 메고 뛰기 시작했다.
갈림길에 직원이 보일때 마다 '델타!' 를 외치며 뛰었다.
환승 비행기가 델타 도메스틱이기 때문이었다.
스탭들은 적절히 방향을 알려줬는데, 터미널 3으로 가라고 한다.

그 와중에 나는 이미그레이션 줄에 기다리며 땀을 닦고, 줄에서 기다리다 비어있는 승무원 줄을 가리키며 '내가 지금 ㅈㄴ 바쁘다. 이리좀 가자.'를 두번 정도 외쳤다.

다행히  별 시비 없이(이렇게 통과해본게 얼마만인지) 통과.

스카이 프레스티지 줄이 있는 곳은 프레스티지 줄로(비즈니스 타고 왔다) 달려 들어갔는데, 일반 줄에서 몰려든 수학여행단이 앞을 가로막았다.
또 땀닦으며 대기..
얘들아 그만 떠들고 빨리 좀 지나가라..

드디어 터미널 3에 진입하는데 내가 가야 할 곳은 터미널 2다.

또 뛴다.

셔틀을 타야 한다고 한다.
기다렸다가 공항 바닥에서 버스를 탔다. 셔틀버스도 느려터졌다.

느릿느릿 터미널 2에 세워주길래 이번에는 게이트를 찾아 튀어올라갔다.

다행히 게이트가 많이 멀지는 않다.
게이트 번호가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것 같다.
땀을 강물과도 같이 흘린 덕에 화장실을 들렀다가 탑승 할 수 있었다.


조그만 물을 한병 주고, 음료주문을 받아간다. 
거지같은 (낡은) 좌석에서 숨을 돌리며 커피를 마셨다. 

환승 성공. 

내가 다시 이렇게 환승 간격 좁은 비행기 타나보자. 

2019/10/23

유치찬란 K이사의 사교적 일상

1. 대기업 K이사 이야기

"왜 좀 그런 거 있잖아.
이러이러한 타겟에 맞는 서비스인데 인공지능을 이용해가지고 이 시장을 공략하고 말이야.
쉽잖아. 그래서 우리는 이건 개발하면되고, 이건 구해오면 되고, 여기는 파트너십을 맺고 말이지.
마케팅은 저기랑 하면 합이 딱 좋네.
어느 부서는 이걸 맡아주면 되겠고, 저기도 좋고 우리도 좋고 말이야. 내가 다 알려줬으니까 이렇게 그림한번 그려와봐. 전무님 보고하게."

예...

딱좋네. 말만하면 돼서 좋겠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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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기업 C부장 이야기

"나는 '아랫사람'들과 이렇게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나는 '등산'이 이렇게 좋으니 같이 해보자고 권하는데."

자기가 외롭고 다른걸 할 수 없으니 강요하고, 그걸 자르지 못해서 끌려가는 꼬꼬마 예비 부장들. 싫은걸 싫다고 말도 못하는 팀원들.

삼겹살을 몇달째 먹어도 원래 삼겹살을 좋아한다며 최면 거는 회색분자들.

술 같이 안마셔준다고 주변 사람들 다 알도록 삐치는 C부장, 그리고 기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P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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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타트업 P이사 이야기

하루는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입맛이 없던 내가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다가 커피를 한잔 내려서 오는 길에 P이사의 모니터가 켜져있어서 무심결에 보았던 적이 있다.

채팅창이었는데 쎄한 느낌에 몇줄 읽어보니 주위 유부남 서넛이 같은 방에 있고 지명이 태국인지 필리핀인지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어디 여자들은 어떻고 어디 여자들은 어떻고 하는 이야기다.
.. 말로만 듣던 그런(?) 여행 가는 사람이 바로 주위에 있었네. 30대 중반 모 과장은 잘 놀게 생겼지만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쪽 계통으로는 빠삭한지 여행 방문지 리스트업을 하고 있었다.

평소 가족을 사랑하고 늘 아이들과 노는 이야기를 하는 P이사는 가족에 대한 성실함과 유흥은 완전히 별개로 각각 성실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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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타트업 P 대표 이야기

저놈의 대표은 또 아침부터 머리를 쥐어 뜯어버리고 싶게한다. 

"이번 과제 잘되면 내가 앞으로 어쩌구저쩌구 해 줄게!
혹시 알아? 잘되면 인센티브라도 줄지."

진정한 사충이라면 양손바닥을 짤각짤깍 부딪치며 '어머 정말요? 그래주시면 좋죠!' 해야하지만 난 표정관리가 안된다. 

계약서에 쓰던지.
잘된다는 기준은 니 마음속에 있는데 새끼야. 
어디서 선심을 쓰고 있어. 


문제 정의, 목표설정, 목표를 향한 전략전술 따위가 니 머리에서 나올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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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기업 O 책임 이야기

내가 신입때 처음만난 그는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첫직장으로 온 역시 신입이었다.
매일 아침, 이를 절대로 닦지않아 엄청난 입냄새를 풍겼고, 시원하게 큰일을 본 날은 주변인 모두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냄새를 흩날리며 나타났다.
아버지, 할아버지부터 부자였는지 집이 부유한 것을 숨기지 않았고, 허영심 많은 여자와 얼마전에 결혼을 했는지 며칠 간격으로 "오빠 사도 돼?" 라는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날이다. (왜 물어보는걸까.)

어설픈 리더는 첫눈에도 어설픔이 보이기 마련인데 마땅히 표현할 말이 없어서 그렇지 나도 그 쎄한 감을 느꼈다.
"이거 이것만 하면 돼요. 재밌게 일합시다. 재밌게. 재밌게."

일을 재밌게 해보자는 말이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었는데, 문제만 생기면 내 탓, 20대 초반인 나를 오퍼레이터로 내세우며 높으신 분이 올때마다 '우리 여직원'이 데모를 보여준다고 어필을 하곤했다.
내가 개발을 다 했는데 오퍼레이터 취급이냐고 내심 불편함을 비치자 개발도 하고 오퍼레이션도 하는거지 예민하게 군다고 또 내 탓을 했다.
코드 한줄도 안한놈이 지가 다 한 척에 나를 오퍼레이터 취급한게 부당하다는 건데 알아들을리가 만무하다.
후배들 논문에 이름이나 얹으면서 연명해왔겠지.

그는 아이를 낳고나서부터 부쩍 야근을 열심히 했다. 애가 울면 옷장에 집어넣고 싶어했고, 집에 가기 싫어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오는데 아침 출근이 한시간 걸린다며 회사 앞에 자취하는 내가 근무시간이 당연히 길어야 한다고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렇게 잘 써먹었던(?) 내가 완전히 번아웃되고 다른 부서로 이동한 후 두달이 못되어 그는 떠났다. 더 써먹을 도구가 없었나보다.
마음에 안들어하던 (본인 표현으로)하위권(!) 대학교 교수자리를 하나 받아서.
웃는 이모티콘을 섞어가며 자기가 교수로 가면 석사나 하러 오라고 했지만 그가 있어서 최하위권(!)이 되어버린 학교로 내가 공부하러 갈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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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기업 P 부장 이야기

저 사람은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겠다. 샌드백 김과장한테 또 행패다.
모냥빠질까봐 드러내놓고 행패는 못부려도 김과장한테 하는 것 보면 다 티난다.
퇴근시간 후와 점심시간은 내시간인데 간섭하고 싶어하는 내색을 숨기질 못한다.
상관없다. 나는 밥이라도 편히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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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기업 L이사보 이야기

"'요즘 것들'은 저녁에 뭐가 그렇게 바쁜지 잠시를 못참고 퇴근해버린다. 우리때는 일이 있으면 나가면서 눈치라도 봤다. '벙개'라도 칠라치면 요즘것들은 자리에 없다. 얼마나 요즘것들이 독특하면 '90년생' 어쩌고 하는 책도 나오더라.
점심도 다 같이 둘러앉아서 먹으면 친목도 다지고 좋잖아. 약속있다고 나가더니 언젠가 보니 편의점에서 도시락 까먹고 있더라. 사회 부적응자들.
그 책 안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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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은 랜덤입니다.
스타트업은 프리랜싱 했던 곳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옆집사는 사람은 매일 아침 차를 몰고 나간다.

혹시 강남역 인근을 지나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 좀 태워달라고.

나가는 시간도 비슷해서 내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으면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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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 연유는 내가 '지루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자리를 정리하고,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 스킨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꺼내 입고, 콘센트를 끄고, 방 불을 끄고, 현관문을 잠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갈아타고, 건물 로비에 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카드키로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출근 시간을 찍고, 커피를 한잔 마시는 순서.

회의가 있으면 회의를 하고, 팔로업 할게 있으면 통화를 하고,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예의바른 언어로 독촉을 하고, 찾아볼게 있으면 찾아서 공부를 하고,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고, 무심해지고, 문서 쓰는데 곤란을 겪으면 하루가 간다.

늦은 오후나 저녁이 되면, 이를 닦고, 가방을 챙겨서,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집으로 가서, 문을 열고, 씻고,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잠드는 일상.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이런 루틴이 그려지니 출근하는 경로가 좀 편해질 수 없을까, 안씻고 나갈 방법은 없을까, 머리를 안말리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옆집 아가씨 차를 얻어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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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마치고 집에가면 잠들때까지 두시간 정도가 빈다.
이 시간에 집중할 만한 거리를 찾아야겠다.

후보는 몇가지가 정해졌다. 그 중 하나를 고를 것이다.

결정은 미국 출장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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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저러니 해도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이 일상이 너무 고맙다. 너무 고마워서 더 즐거워지고 싶다.

2019/10/21

내가 부처가 되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부처가 되삼."
음슴체를 잘 쓰는 남편이 내게 하는 말이다.
2년쯤 전에는 명상을 해 보라고 해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예의를 차려야 할 여러 인간이 비즈니스로 엮였는데, 예의를 상실한 한 사람이 나타나면 예의를 차리느라 방어를 못하고, 예의없는 자는 예의없이 잘 지내게 된다.

결국 지금 한가지 문제가 해결이 되고 있지 않다.
나도 예의를 상실하고 싶다.

내가 부처가 되면, 속이 편하려나?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내 속은 편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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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 잦다.
절대적으로 잦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는 스케줄링 되지 않은 회식이 싫다.
종일 회사에서 붙어서 이야기 했는데 도대체 회식이 왜 필요한지 알수가 없다.
술은 친구와 마시고 싶다. (그러나 난 요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친구와도, 회식에서도.)

이 문제는 부처가 되기로 했다.

하던지 말던지.

2019/10/15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나는 사실 매니악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한번 빠지면 깊이 빠지고 헤어나기 힘들다는 것인데, 지금껏 바느질, 피아노, 클래식 음악, 문구수집 기타등등에 기둥뿌리를 뽑아 바칠 기세로 몰입했다. 

지난 회사에 있으면서 '회사가 나'고 '내가 회사'인 생활을 했는데, 나의 멘토중 한분께서 명쾌하게 '과몰입상태'였다고 정의해주셨다. 

이러한 연유로 어딘가에 빠져들기를 주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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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해 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음악을 듣는 일이다. 
피아노 소리에 미쳐있을 때는 모든 감성이 그곳으로 향해있었고, 내 모든 센서가 예민해져 있었다. 
완벽한 소리를 찾아서 비싼 음악회에 가기도 했고, 혹 마음에 들지 않는 공연에 갔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행동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읽을 때 듣는 소음 차단용 고정 음악 몇곡만 단말기에 지정해두고 필요할 때 들을 뿐, 유행가도 감상용 음악도 듣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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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달 전부터 내내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보내는 마음'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저 곡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이 들었던 노래도 아닌데 왜그런지 잘 모르겠다. 

결국 최근에 몇번을 들었다. 
보내는 마음이라니. 가을에 들으면 안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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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 곁을 떠나는 사람도 늘 있어왔고, 드물지만 영원히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일면식도 없지만 마음으로 응원해왔고 마음의 빚을 진 아티스트가 세상을 떠났다. 
어제도 이 옛날 노래가 생각이 났다. 


도메인 연결이 잠시 안되었습니다.

고대디에서 웹티즌으로 옮기고 도메인 설정을 제대로 안했더니 잠시 연결이 안되었습니다.
지금은 수정을 했는데 완전히 적용되는데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이런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있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해지네요.
조언 주실 분 계시면 제게 말씀해주세요.

2019/10/11

미묘한 정치질과 .. 

슬그머니 경쟁을 부추기는 저 화법. 정말 더럽게 저 위치에 간건지 위치가 위치다보니 그게 가능해서 부리는 위세인건지. 

.. 알게 뭐냐.. 그러던지 말던지. 


이게 바로 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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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압박으로 터질것 같았던 날에도 이런 일은 늘 겪었다. 뭐가 더 낫냐고 묻는다면 둘다 엿같다고 대답하겠다. 

2019/10/10

'직장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필요

2년전까지만해도 '사이드 프로젝트라니, 거 참 시간활용을 잘 하는 사람들이군. 난 바빠서 잠 잘 시간도 부족한데 말야.' 했을테지만, 나도 이제 어엿한(?) 대기업 월급쟁이가 되고보니 생각이 좀 바뀌려고 한다.

일상이 무료해서라거나 시간이 많아서는 절대로 아니고, 정체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그 원인이다.

하루하루 뭐라도 발전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그자리에 머무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한편으로는 안정감이고 한편으로는 공포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일은 일이고 내 개인의 발전은 별개의 문제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정말 어엿한(?) 대기업 월급쟁이다.

매일 일하고, 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또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정말 개떡같이 하고 있다. 왜 발차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가.)
거기에 진도는 잘 안나가지만 짬짬이 머신러닝 코드를 조금씩 보고 있다.
즉 비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과연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인가.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내가 가을을 타서 발생한 잡생각인 것인가.
잡생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스스로를 괴롭힐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정체되는 것은 정말 견딜 수 없다.

2019/10/08

덤비는 용기

내가 기본적으로 소심하고 낯을 가리며 주로 내성적이라고 하면 안믿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그게 사실이다.
간단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 정말 못그림. 시작할 엄두도 안남.
베트남어를 하고 싶다. - 제대로 시작도 못함
영어를 좀 더 잘 하고 싶다.  - 하고는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 하고는 있지만 사실 좀 게으르다.

이 모든 것이 매일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냥 일단 시작하면 된다.'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슨 영문인지 지난 주말에는 '그냥 하면 되는 용기'가 생겨서 해커스 보카 한권을 모두 베껴썼다.
이틀동안 손가락이 아프도록 썼다.
이제 외우기만 하면 된다. (ㅋㅋ)

나에게 용기를!!
로또 당첨과 함께 용기를 주세요!! 조상님!!

2019/10/01

그냥 안하면 된다



월급쟁이는 그냥 안되면 안하면 된다

레거시를 알아야 일할 수 있고, 누구와 친해야 일할 수 있고, 기타등등. 
그래야 진행이 가능하다면 그냥 안된다고 하고 안하면 된다. 


안하면 되는게 아니라 레거시를 몰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게 팀이 일하도록 만드는 방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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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에 따라 조건을 만족해야 성사 될 일이라면, '해드립니다' 라고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2019/09/27

나는 사표 잘 쓰는 사람


KBS 다큐멘터리 '사표쓰지 않는 여자들' 화면에 내가 잠시 나왔다.
헤이조이스 행사에서 발표하는 영상이 잡혔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나는 소리나 발표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해 달라고 사전에 말씀을 드렸는데, 요청한대로 아무 내용은 나가지 않았다. (사실 쓸 것도 없었을 것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하기를 꺼리는 편인데, 이유는 솔직하기도 어렵고 청중도 다양한지라 워낙 다양하게들 해석을 해서, 말주변 없는 나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사표쓰지 않는 여자들' 이라니.

내가 지금까지 각종 이유로 던진 사표만 해도 열개 미만인 것이 다행일 지경이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마다 굉장한 사연들이 있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과 나는 굉장히 어울리지 않지만, 내용은 맞아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만두는 대신 새로운 것을 '선택' 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

과몰입 상태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일에 취해서, 미쳐서, 정신을 놓고 빠져들었다가도 갑자기 각성하고 이게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떠났다.

지금이야 과몰입 하고싶어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

글을 많이 쓰면 는다고 하던가?
내 '열혈마녀 블로그'에 글이 2천개가 넘는데 왜 내 글은 이모양인가.

그저 편히 읽어주십시오, 나의 극소수 소중한 독자님들.

2019/09/26

변종론

조직을 옮겨다닐 때마다 항상 변종이었다. 

나는 게임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바이오메디컬 어쩌구 하는 분야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스타트업 지원기구나 액셀러레이팅 하는 곳에는 나같은 사람은 없었다. 나같은 사람이 무슨 뜻인지는 굳이 풀어쓰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투자하던 사람도 아니고 밸류에이션 하는 것도 아직 낯설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도 내 직업이라고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일이 있는 것 같다. 
변종이라서. 

‘내가 가진 무기가 있기 때문에’ 


제현주 대표님 발표를 듣다가 떠올라서 써본다.  

2019/09/20

가을의 감정들

감정과 감상은 흘려보내는게 건강하다는 것이 나의 경험에 의한 지론.

그러나 가을의 감정은 참 묘하다.

요즘 다시 잠을 잘 못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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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운동해서 땀을 흘리고 감정은 흘려보내자!!
오랜만에 운동하니 아주 체력이 너덜너덜하군!

크하하!! 이따위 감성에 젖어있을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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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만화같군요.

2019/09/19

감정을 싣지 않은 건조한 톤

그러나 온기가 없지는 않은 따뜻한 톤.
사무실에서 오피셜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톤.

..

이 톤을 벗어나 짜증내는 소리가 들리면, 그 사람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하지 않게 느껴진다.
훈련되지 않은 그 톤.

..

20년전 나와 지금의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내 본성이 아닌 훈련이다.

그렇다고 내가 프로페셔널하고 훌륭한 월급쟁이라는 뜻은 아니고.

2019/09/17

건강 검진 후 - '도대체' 건강한 몸의 기준이란

오늘 오전에 건강검진을 하고 왔다.
매번 이 비싸고 구체적인 검사를 받으면서 유쾌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대기시간도 길고 다수의 똑같은 옷을 입고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도무지 행복할 수가 없다.

좋은 나라의 시스템 덕에, 또 좋은 회사 다니는 덕에 이런 검사를 매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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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검사 결과야 나와봐야 알겠지만 - 만성 위염은 제쳐두고 - 체질량 검사가 늘 의문이다.

나는 주 7일, 비가 오지 않으면 최소한의 운동을 하고 있고 그 중 며칠은 과격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체지방률은 높고 근육량은 적으니 운동을 좀 하라는 어드바이스를 들었다. 물어보지도 않고.

도대체 건강한 몸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에게 살이 많고 근육이 적으니 운동을 하라고 한다면 대체 누가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일까.

솔직히 근육에 대해서는 내가 할말이 없다.
운동하지 않은 날이 훨씬 길기 때문에 근육량은 부족하다. 잘 길러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체지방량은 좀 억울하다. 이정도면 적당하다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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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바디 측정해서 다 정상 나오려면 선수만큼 운동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그저 적당한 풍채로 건강하게 살자.
어제도 삼겹살 먹었다.

2019/09/15

연휴를 보내는 방법 : 보름달에 빈 소원

올해 추석이 좀 이르다.
그렇지만 한해의 3/4이 갔다 (혹은 간다).

올 연휴에는 마음을 먹고 두터운 영문법 책 한권을 아작내기로 했다.
이 영문법책은 고전으로 대접받는 책인데 예문이 아주 시적이고 종교적이라 문법 공부 이상의 감수성을 요한다. 해석을 읽으니 이해가 되는데 영문장만 읽으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게 과연 현대에 쓰기나 하는 말인가.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잘 읽히던 영문 기사들이 읽히지 않고 있다.
이럴수가.. 큰일났다. 들리지도 않는다.

효율이 좋았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카공족=카페공부족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소음을 극복하면 자꾸 옆자리 사람이 자리를 침범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고, 조금 할라치면 단체 손님이 들어와서 의자를 긁어댄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결국 오늘 사무실에 나오고 말았으며, 나는 그렇게 3권으로 분권해 둔 영문법 책 중 1권 반 가량을 보고나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연휴를 이용해 밀린 공부를 좀 해 보자고 덤볐다가 낭패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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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 아니다.
주말, 연휴, 이른 새벽 등 시간만 나면 책을 읽어댔더니 활자 중독이 된 것 같다.

문자를 읽고 있지 않으면 공허하고, 책을 잡고 있으면 몇장 넘기고나서 속이 메슥거린다.
그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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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도 재미가 없다.
단말기를 들고 넷플릭스를 조금 보고나면 난시가 심한 눈이 말썽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그레츠코'도 한번에 두편이상 보기가 어렵다.
계속 앉아 있으니 다리도 불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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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공부를 해야하나.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나는 왜 책을 이렇게 읽어대나.
재미를 위해, 나의 유흥이므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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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소원은 로또당첨.
당첨되면 착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조상님.

2019/09/11

대표와 임원을 위한 모두의 포지션

(포지션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자리보존'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

기업공개가 되어 있는 우리회사도 그렇게 움직인다.

말 한마디만 하면 참 분주하게 움직인다.

회사가 그런거고, 월급쟁이의 삶이 그렇다고 하면 너무 무비판적으로 사는거 아닌가.

...

라고 하지만 난 지금 회사 생활이 참 좋군.

2019/09/06

[구상중 - 도움요청]어디어디 한달살기 - 옵션 추가

스트레스를 회피하고 있는 일상이지만, 본능적으로 설레거나 도전할 만 한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나다.

회사 리프레시 정책에 변화가 있었고, 나는 내년에 15일의 리프레시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
15일의 법정 휴가를 보태면 총 30일이지만, 그렇게 썼다가는 내 책상에 먼지가 1센티미터쯤 쌓이기 전에 책상이 빠질 것 같아서 5일 정도만 보태볼까 한다.
그래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 나의 보스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쿨하게 보내주기를 바랄 뿐이다.
눈치보는 것도 월급생활자의 숙명. 나답지 않구나.

그래서 구상중이다.

1. 고요하게 절약하며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15일의 리프레시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것이다.
조용히 글이나 쓰면서, 책이나 읽으며, 읽은 책을 내다 팔면서 말이다.
집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을 정리하고, 어딘가에서 받아오거나 잡지 부록으로 얻은 가방들을 중고로 내다팔면서 푼돈을 벌 수도 있다.
생각만해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생활이다.

2. 제주도에 가서 한달을 살다오는 방법이 있다.
국내라 말도 잘 통하고 부담도 적고, 스트레스도 적고, 책을 한짐 싸들고 가면 시간도 잘 갈 것이다.
살림하기 싫어하지만 최소한의 집안일을 하며 제주 먹부림을 하다 올 수도 있다.
적당히 요가원을 등록해서 운동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좀 지루 할 것 같기는 하다.

3. 필리핀, 괌 같은 곳에서 한달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방법도 있다.
유학원을 잘 찾아보면 한달짜리 가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는 있는 것 같다.
혼자 가겠다고 하고 또 찾아보면 나오기는 할 것 같다.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는 동네 구경을 하거나 짧은 여행을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돈이 아까워서 처박혀 공부나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달 그렇게 살다보면 많이 늘지는 않아도 지금보다 구사력은 나아지겠지.

4. 호치민에 가서 아예 베트남어 공부도 하고 다른 생활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요즘 베트남에 관심이 간다. 태국도 좋은데 베트남에 조금 더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다.
급성장하는 도시에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공산국가 시스템도 조금 체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닌가.)
베트남에서 영어 학원을 다니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홍콩에서 만다린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보니 좀 바보짓인 것 같다.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베트남어 학원은 있겠지. 그런 곳은 재미있겠다.
심적 부담이 가장 큰 선택이다.

5. 동생 내외의 집(세인트루이스)에 가서 조카 셋과 놀아주다 온다.
상호 불편할 것 같아서 이건 가능성이 많이 낮다.

6. 싱가폴, 홍콩, 시애틀 등 한달짜리 코스를 하고 온다.
아.. 이건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받고, 찾으려니 머리 아프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아우놈에게 물어봤더니 듣기만해도 머리아픈 코스들을 줄줄 추천해준다.

7. 한달 정도 개발 캠프에 들어간다. - 추가
나는 원래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고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해 본 적이 .. 있긴 하다, 옛날에.
그런데 그만둔지 오래되어서 재부팅이 필요한 관계로 개발 교육을 한달 정도 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도 보람차고 재미있을 것 같다.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요즘 일상이 답답하면 한달살기 구상을 하며 그 시간을 탈출한다.

여러분,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세요. 경험 공유도 좋습니다.

2019/09/04

아, 귀찮다

'궁금해서 하는 질문과 시비걸고 싶어서 하는 질문' 을 주제로 글 한꼭지 쓰려다 말았다.

아 귀찮다.

어제 광주에 출장(이라고 쓰고 외근이라고 읽는다) 다녀와서 할일이 더 생겨서 커뮤니케이션 부담이 늘었다. 즐겁게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아 귀찮다.

오늘도 종일 말을 하거나 듣거나 둘중 하나인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아 귀찮다.

나 좀 내버려둬라.

2019/08/30

듣고 흘려야 할 말들 == 쓰레기

누가 명언을 남겼다.

'길가는데 어떤 놈이 쓰레기를 주면 에잇 더러워 하면서 빨리 쓰레기통에 넣고 갈길 가야한다. 저놈이 왜 나에게 이 쓰레기를 줬을까 하며 쥐고 화를 낼 게 아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명언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투척하면 너나 처먹어라 하고 얼른 지나가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과 훈련.

2019/08/28

발표는 잘 끝났다.

말그대로 '내 개인의 역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라는 멍석이 깔려서 발표하고 왔다.

좋아하는 짤로 마무리했다.


말을 많이하고나면 난 항상 후회하고, 지친다.
말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워낙 큰 사람이다.
순발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말하고나면 후회한다.

그렇지만, '잘 들었다.' '공감했다.' '재미있었다.' '힘이 되었다' 같은 인사들을 남겨줘서 너무 고마웠다.
빈말이라도 그렇게 리뷰해줘서, 그리고 잘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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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공적인 발표에서 더럽고, 괴로웠던 이야기를 나눌수는 없다.
보여지는 것 보다 나의 야생은 훨씬 더 더럽고, 잔인하고, 괴로웠다.

숨기느라 솔직하게 답할 수 없어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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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만난 스타트업 한군데 이름을 다른데랑 헷갈려서 너무 미안했다.
많은 팀을 만나다보니 부작용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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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2.. 오늘 외근 갔다가 바로 발표 장소로 갔다가 집에오니 열시가 넘어서 저녁을 못먹었다.
저절로 체중조절.

[개덩철학] 킥복싱과 스타트업의 유사한 점

쳐맞는(?) 재미가 있(었)다.

꼬집거나 꾹꾹 찌르는게 아니라 그저 개쳐맞는 재미.
어제 도장에서 땀에 절어서 다른 회원님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변태가 되어가는건지, 맞는게 재미있네요."

때릴때 타격감과 맞을때 피격감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둘다 희열이 있다.
(피격감이라는 말은 게임에서나 쓰는 말인 것 같지만..)

운동은 가는 길이 제일 힘들고 마치고 나올때가 제일 가볍다. (그리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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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있을 때도,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에 되는게 하나도 없어보이는데 뭔가 될 때, 그때가 아드레날린이 솟는 때였다.

일만 하고 싶었다. 일만.

2019/08/26

의무방어전과 영양과잉, 알코올 드리븐 네트워크

원치 않는 저녁식사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때가 많다.
핀잔을 좀 듣더라도, 서운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빠지는 경우가 요즘은 제법있지만 피할 수 없는 자리도 여전히 있다.
먹고나면 더부룩하고 몸도 무겁고, 또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장면도 사실 유쾌하지는 않다.

피할 수 없는 의무방어전과 회식, 워크샵 같은 회사 일정이 즐겁지 않은 '많은' 이유 중 하나.
비싸고 몸에 좋지 않은 부피 큰 음식.

먹고 있는 모습은 매우 게걸스럽다.

불필요한 음식을 입이 즐겁다고 먹고, 분위기상 먹는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자리에 술이 따라 다닌다.

좋지도 않은 술, 취하면 참 보기 싫은 술.

예전에는 뭐가 좋다고 허구헌날 만취하여 집에 들어갔을까.

아, 제발 반갑지 않은 자들은 술마시자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나한테 돈내라고 좀 하지 말았으면!)

고통의 원인은 주인의식

종종 몰입이 시작될때마다  '나에게 오너십이 있나' 생각해볼때가 있다.
자주 쓸데없는 오너십 의식은 재앙의 시작이었다.

내가 오너가 아닌데 오너십을 가지면, 오너와 오너의 이너써클은 자존심 상해하고, 질투하고,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을 빼앗아 가기 일쑤다.

대표들 만나면 내게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직원들에게 말 못하는 대표의 고통이 있어요. 월급 줘 본 사람들끼리 통하는게 있어요.'

그렇다. 월급 주는자의 고통을 나눠지겠다고 노력해봤자, 같은 대표가 아닌 이상 그 고민은 하찮게 취급되기 마련이다. 참 오만하다.

아니 양쪽다 오만하다. 오너가 아니면서 책임의식, 주인의식으로 이 회사를 위해 일이 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품는것도, 높은 곳에서 큰 고민을 하는 내 고통을 어찌 알겠냐며 최측근 임원에게도 털어놓고 나누지 않고 혼자 지고 가는 저 대표들도.

굳이 의지를 불태운다면 대의를 위해서라기 보다 나를 평가하고 월급주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KPI를 잡아야 하지않나.
설사 월급주는 사람 마음에 드는 방향이 틀린 방향으로 판단이 되더라도. 그러라고 월급주고 있는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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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 아웃풋을 가져다가 자기것처럼 쓰는 것에 '화낼 필요가 없었다.'
'왜 내 프로젝트에 실컷 뒷담화나 하더니, 뼈빠지게 만들어놔서 될 만 해보이니 숟가락 얹고 실적 챙기냐' 라고 열 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내것이 아니었는데 그럴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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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나 대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대단한 인사이트나 진보인양 이야기 할 때가 많다. '나의 생각, 나의 추진력'을 어필하고자 하는 의도로 추정된다.
권한이 아닌 것을 권한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남의 가정사를 '나는 대표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개인적인것 까지 알아야한다' 라고 당당히 답변을 요구하는 대단한 오너십이다.

내버려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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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직원들 폄하하기 전에 어떻게 일을 같이 하고 있는지부터 좀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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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서없고 엉망인 글을 어쩌나.

2019/08/23

글 많이 쓰던 시절 이야기 feat.칼의 노래



어릴 때 나는 글을 많이 썼다. 많이 쓰다보니 받은 상도 많다.

이사를 몇번하면서 짐이 된다고 그동안 받아놓은 각 대회 최고상을 포함한 트로피들을 다 버리고 이것 하나 남았다고 한다. 
어릴때도 꺼내보이고 싶은 생각이 그렇게나 많았나보다. 글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고 썼다. 

지금도 여유가 되면 책을 읽고, 또 여유가 없을 때는 책읽을 시간이 가장 아쉽다.  


"이번 고속버스 동무는 칼의노래.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지 역사를, 인물을 기록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책. 앞부분 몇페이지만에 ‘골든아워’가 떠오르면서 가슴에 서늘한 것이 지나가길래 무슨일인가 싶었더니 이국종 교수가 김훈 작가가 쓴 이순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책은 재미있고 여전히 나는 김훈 작가의 문장을 좋아하며 인간적으로는 좋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 공부하듯이 이 책을 읽었다.
#북스타그램#책스타그램 "

발췌

"나는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죽음은 절벽처럼 확실했다. 다만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문과 문초가 길지 않기를 바랐다.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나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 "

"히데요시는 그러하되, 물 위에서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며 파도처럼 달려드는 그 무수한 적병들의 적의의 근본을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죽음의 물결은 충이나 무라기보다는 광에 가까웠다. "


"그 저녁에도 나는 적에 의해 규정되는 나의 위치를 무의미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힘든 일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결국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지는 어느 날, 내 몸이 적의 창검에 베어지더라도 나의 죽음은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지는 풍경처럼, 애도될 일이 아닐 것이었다. "


나의 광기와 나의 전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지, 궁금한 건지 외면하고 싶은건지, 나도 이제는 모르겠다. 요즘은 그저 안락하다가, 소모적이고 유치함에 화를 내다가, 대충 식어가는 일상이다.

2019/08/16

진심으로

지금 고속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통화하고 있는 저 사람. 

패버리고 싶다. 

그리고 죄책감 느끼지 않을 자신도 있다. 


전화를 하는지 메신저를 쓰는지 버스전용차로로 아슬아슬하게 넘어올것 같은 저 승용차 운전자. 

진심으로 사고나는 걸 봐도 동정하지 않을 자신 있다. 


미개인이 너무 많다. 

2019/08/02

가끔 그런 순간 있지않나

일하다보면,

'뭐지, 이거 지금 멕이는건가..'

'뭐지, 엿먹으라는건가..'

지금 내가 그런 기분이다.
정상적인 상황인 것 처럼 보이지만 한번 생각해보면 분명한, '엿스런' 그런 상황.

근육을 만들어간다는 것

사랑니를 뽑느라 일주일 운동을 못갔고, 다시 월요일부터 열심히 체육관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는, 화요일은 집에와서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시간을 놓쳐서 못갔고, 오늘 금요일은 저녁에 떡볶이 약속이 있어서 못가기 때문에 갈수 있는 날 간다는 것이다.

미트 치는건 파트너와 템포를 조정하기 때문에 버겁지는 않은데, 역시 체력운동은 무리다 싶을만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틀 연속 체련을 하고났더니 오늘은 아주 제대로된 근육통이 느껴진다.
이제 꽤 푸시업도 해낸다.

며칠전 체육관 바닥에 앉아 몸을 풀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A는 대학원생인 아가씨, B 는 체육관 지박령 청년이다.

A : 살을 빼야 하는데..
나: 살 빼려면 운동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안먹어야 되더라고요.
A : 그게 잘 안돼요.
나: 저는 근육이 너무 안생겨서 체지방은 일단 버리고 근육부터 만들고 있어요.
B: 근육이 붙으려면 기본적으로 체중이 좀 나가줘야 하는거 같아요.
A와 나 : 체중은 충분한 것 같은데..?
B : 회원님 처음 왔을땐 말라보였어요. 그래도 지금은.. (뒷말 생략)
나: 네. 그렇죠. 그랬을 거에요. 지금보다 3키로는 적게 나갔거든요.

내가 식탐이 많은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먹는걸 즐기지 않는 것도 아니라서 운동한다고 마음놓고 먹었더니 몸이 커졌다.
근육은 1-2kg정도 늘어났을까. 그러나 체중은 3kg이상 늘어났으니 살도 붙은 셈이다.

고민이다.

주말에는 지친 근육을 회복하면서 아무래도 곤약만 먹어야 할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체중계위에서 당황했다. 몸이 부은건지.

그렇지만 힘을 쓰려면 잘먹고, 몸집을 좀 키우기는 해야 할텐데, 이런 딜레마.

아, 마, 내가 육체미 대회 나갈것도 아니고 튼튼하게 살자!

2019/07/26

맞춤법 열전, 기상천외한 표현들


이런 시리즈, 모음은 다양하고 사례가 많아서 모두들 한번쯤은 우스개로 접해보았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모아놓은 것을 기록해본다. 맞춤법, 띄어쓰기 물론 좀 틀릴 수 있지만 그 정도를 넘어선 것들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 조롱하는 것 맞습니다.

1.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시는군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입니다.

2. 공기 좋은 곳에서 휠링 하세요~
바퀴라도 돌릴까요? '치유'는 힐링입니다.

3. 나물할때가 없는 사람이지.
사람으로는 나물 반찬을 할 수 없습니다.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 입니다.

4. 그 신발은 아무 옷에나 문안해요.
옷가게 인사 가십니까. '무난'해야 합니다.

5. 오늘은 잇님들에게 잠실맛집 소개시켜드려볼게요.
뭘 시키시려고요. 정체불명의 맛집 블로그체입니다.

6. 너를 내 발여자로 삶고 싶어.
... 신고해야함. '반려자로 삼고'싶은 거겠죠.

7. 오늘 반찬은 실외기 무침으로 정해보았어요.
정말 맛있겠네요. '시래기' 입니다.

8. 제가 원래 배가 조금 나온 스타일이라, 제가 가위질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이런걸 언제부터 스타일로 구분하기로 한 겁니까? ‘타입’으로 쓰는 경우도 많더군요. 아랫배가 나온 타입.  그게 스타일이고 타입이라니 놀랍습니다.

9. 삶이 아무래졌어.
네 정말 '암울하'네요.

10. 교통체중...
교통이 무겁습니까. '교통체증'이 맞습니다.

11. 우리집 고양이는 이렇게 글루밍을 하네.
애 우울하지않게 잘해주세요. 글루밍은 어떤겁니까. '그루밍' 입니다.

12. 주의를 살펴보세요.
이런건 장표에 쓸때 꼭 주의하고, 주위에 보여주고 수정한 후 발표하시죠. 스크린에 이 문장이 보였을 때 눈을 비볐습니다.

13. 플렛폼 사업
서점만 가도 책 제목에 '플랫폼' 이라고 표시된 책을 수두룩하게 볼 수 있는데 참으로 무심하시군요.

14. 택배를 시켰어요.
뭘 시키나요.
이 스티커랑 이 다이어리도 시켰어요.
뭘 시키나요.

15. Universal 은 유니버설이 아니라 유니버셜이라고 하고, pop song 은 팝송이 아니라 팝숑이라고 하고, cushion 을 쿠션이 아니라 큐션이라고 하고, 왜 그러는 건가요?

16. 클라우드 펀딩으로 샀어.
구름에서 비떨어지는 소리. 많은 사람들로 부터 소액을 펀딩받는 방식은 '크라우드 펀딩'

17. 인권비가 비싸요.
인권은 비싸죠. 아주. '인건비'가 비용일테고요.

18. 호위호식 하고 싶다.
뭘 호위할겁니까.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고 싶으면 '호의호식' 하고 싶다고 해야합니다.

참 창의적인 사람들.

2019/07/23

[매우짧은] 상반기 결산

반년하고도 한달이 더 지나가고 있다.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중국어는 중단했다. 이어 시작한 영어 과외가 산으로 가서 선생님을 바꿨다.

소유 재산에 대한 변화가 조금 있었다.
치아건강이 나빠져있어서 고생중이다.

그 외 삶은 변화가 없고 업무는 여전히 난항이다. 도무지 뭘 할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몇숨통 텄다.

하루하루 흘러가고 있다.

...

아, 이런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게 현실이다.

2019/07/19

운동한 다음날, 그리고 그 반대의 날

몸상태가 너무 달라서 이정도인가 싶다.

회식이다 뭐다, 또 컨디션이 많이 나쁜날은 운동을 못간다.
주로 회사에 일정이 생기거나 그제처럼 번개 식사를 하는 날은 당위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채로 운동을 못간다.

비겁한 조직생활자다. (배째고 운동가면 가는거지.)

아무튼, 그 덕에 이번주는 총 운동일이 킥복싱, 빨리걷기 포함 3일인데, 그 중 빨리걷기는 운동량이 많지 않아서 그저그런 효과를 본다.

어제는 온몸의 힘을 다 짜내서 체력운동을 했고, 덕분에 아침이 매우 개운하다.
체중도 하루만에 많이 줄어든다.

이 맛에 운동을 끊을 수가 없다. 아니 운동을 끊고 싶어도 스스로를 다그치며 체육관으로 간다.
주말에도 몸이 뻣뻣하면 푸쉬업이라도 해서 근육을 깨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온몸이 아프다.

다음주는 아마도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하루도 운동할 수 없을 것 같다.
일주일 내내 온몸이 굳고 아플 예정이다.

백수가 체질인데 말이다.

2019/07/18

뜨끈한 국물이 있는 회식과 비건의 삶

내 생각과 글의 패턴을 알고 있다면 저 둘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생각의 흐름상 이어진다는 점을 간파했을 것이다. (독자가 별로 없다.)

어제는 예정된 회식이 있어 맛집이라는 음식점으로 이동했고 몇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그 중에는 소주안주로 제격인 국물 요리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가운데에 버너를 놓고 끓여가며 나눠먹었는데 어느 정도를 먹고나자 다들 숟가락을 찌개그릇에 담그며 나눠먹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도 잘 먹었던 식사 방법인데, 어제 갑자기 숟가락을 담그고, 국물을 뜨고, 숟가락 등에 묻은 여분의 국물 방울을 찌개 그릇에 긁고 난 후 입에 가져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비위가 상해서 더 먹을수가 없었다.
결국 더이상 음식을 먹지 못했고, 요즘은 금방 취해버리는지라 술도 몇잔 못마시고 맨숭맨숭한 상태로 집에 갔다.
배가 고팠다.

나는 갑자기 다 같이 먹는 찌개 그릇에 비위가 상했고, 아마 앞으로도 의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요란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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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팀중에 비건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팀이 있다.
그리고 나는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며칠전에 읽었다.

읽고나면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알고나면 고기를 먹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한국에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혹시 외국인 친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나는 그나마 훈련이 된 사람이라 꼭 못먹는 음식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가능한 메뉴를 찾아서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하는 편이다.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즉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갑각류 알러지만 있어도 식사가 어렵다. 조미료나 국물을 낼 때 잔새우를 쓰는 경우도 많고 간을 맞출때도 들어간다. 빼달라고 하지만 대충 먹으라는 듯이 뺐다고 대답을 하고 먹어보면 알러지가 올라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리적인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한다 치더라도, 요란하다, 대충 주는대로 먹지 말이 많다, 심지어 (이해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데) 남자의 경우에는, 남자놈이 까다롭다며 특히 더 욕을 먹는다. (이부분은 양성 모두에 대한 굉장한 차별적 발언이다.)
사람이 동물 단백질을 먹어야 산다는 둥, 짐승을 먹으려고 키운다는 둥 말도 안되는 비과학적, 비윤리적인 지식과 비난을 함께 들어야 한다.

차라리 불교에 귀의했다고 말하는게 편하겠다. 중생을 귀히 여겨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고.
그러면 식물은 살아 있는거 아니냐고 비아냥대겠지만.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게 된 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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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이란 이렇게 무섭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나는 살기가 불편해지며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이 된다.
그렇지만 옳은 방향이라고 믿고 있다.

적당히 무신경하고 무례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자각한 소수는 존재를 인정받기 어렵다.
참 무례한 사회다.

2019/07/10

[정말 짧은 글] 이스라엘, 실리콘밸리, 그리고 중국

이스라엘에는 왜 창업가가 많고 창업가정신이 널리 공유되었는가,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떤 문화가 있는가,
그리고 중국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스타트업 문화가 전파되고 공룡인터넷 기업이 빠르게 나올수 있었는가.

공부할 것 천지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내가 판에 들어왔던 2013년에 비해 '우리는 또 얼마나 빨리 변해왔나' 신기하다.

-- 아래는 부연 --

굳이 덧붙이자면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벤처기업'이 모 그룹사에 '인큐베이션' 되었던 시절인 2000년부터 나는 스타트업 인간이기는 하였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 좋지 못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조금더 일렀더라면(내가 너무 어려서 안됐겠지만), 몇년만 늦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쯤 경험많은 창업가가 되어 있고, 집을 쉽게 샀을까.

--

기승전'집'

2019/07/09

미적분 수학문제라도 풀어야 하나

내가 느끼는 (요즘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공포는 '조금씩 녹슬어 가는 것'이다.

고통스럽게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던 엔지니어의 일이나, 언제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이슈를 해결하고 게다가 비전까지 현실화 시켜야 하는 스타트업의 일은 너무 힘들어서 벗어나고 싶을때도 많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을 벗어나자 이제는 내 활시위가 느슨해지고, 미어캣처럼 목빼고 살피던 나의 '촉'도 무뎌지는 것 같아 너무나 공포스럽다.

내 머리를 가만히 두고싶지 않다.

몇년전 중고등학고 미적분 수학책을 산 적이 있었는데, 뇌가 기어와 톱니로 이루어진 양 자꾸 쓰지 않으면 굳는다며 문제를 풀겠다고 산 책이다.

전략적 사고를 하거나 문제를 푸는 내용의 책은 이미 몇권 가지고 있는데, 결국 아침마다 집어드는 책은 소설, 산문, 여행기 등 쉼을 위한 책이다.

투자검토보고서 쓸 것이 줄을 서 있는 이 상황에 일을 하면서 뇌를 괴롭혀도 되겠지만 루틴에서 벗어난 자극을 계속 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과 공포는 항상 눈썹위를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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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과 늘어진 내 상태가 편안하기도 한 대기업 월급쟁이다.

2019/07/07

운동을 잘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트레스 받고 싶지는 않다고.

요가, 수영, 킥복싱을 거치는 동안 같은 생각을 했다.
요가는 호흡이 중요하고, 드리시티는 이렇게 해야하고, 경지에 이르면 어떻게 되고..
수영 자유형은 자세가 이래야 하고, 잘하고 싶으면 웨이트를 해서 몸을 만들고 와야하고.. 웨이트 재미없고 지겨워서 절대로 다시 하고 싶지 않다.
킥복싱도 마찬가지, 자세는 이렇게 해야하고, 복싱과는 이렇게 다르고, 실전에서는 어떻고,  어쩌구 저쩌구..

참 말이 많다.

그 말이 맞겠지만 내가 목적하는 바와는 많이 다르다.

덕분에 요가, 수영 다 그만둘 때 미련이 안 남았다.
필라테스는 시험삼아 1주일 해보고 다시는 하지 않는다. 숨도 편하게 못쉬는 운동.

내가 요가하다 열반에 들 것도 아니고 유명한 요기가 될 생각도 전혀 없었다. 특히 요가를 운동으로 하는 사람에게 명상의 의미를 두라고 하면 당연히 관심이 가지 않는다.
접영이 안되는 이유는 코치가 정확히 원인을 짚어주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근육타령이라니. 수영이 운동인데 수영을 하기 위해 다른 운동을 하라니, 내가 지금 국가대표 상비군이라도 될 가능성이 있나. 물에 떠서 땀이나 흘리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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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복싱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같이 하는 동무들과도 즐겁게 하고 있고 우리 스승님은 딱히 뭘 강요하지는 않는 편인데, 어떤 아저씨들은 피곤하게 이것 저것 지적을 하고, 특히 체급다른 남자들하고 붙을때는 이런이런 건 먹히지 않는다고 굳이 '알려준'다.
관심 없다. 내가 체급다른 아저씨하고 왜 주먹질을 하나. 호신술 배울 거였으면 도구 쓰는 다른 운동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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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전투하는 전장이어도 괜찮지만 운동은 좀 내려놓고 하고 싶다. 그래서 점점 격한 운동으로 가고 있는데 피곤하게 하는 것은 꼭 사람이다.

나 좀 움직이게 내버려둬라. 그리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 도와줬으면 좋겠다.

2019/06/27

체급차이

도장에서 ‘재미삼아’ 붙는 킥복싱 스파링을 보면서 또 하면서 든 생각. 
(저는 쪼랩이라 아직 많이 아는게 없고, 스파링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맞을 때는 욱씬하게 맞아요.) 
 
내가 체급이 좀 되면 몇대 맞고 칠 여유가 있다. 

피할때 뒷걸음질로 살짝 피하고 다시 잽을 날릴 수 있으면 뒤도 좋지만 계속 뒤로 피하면 계속 쳐맞는다. 
덩치 큰 상대가 무게를 실어서 패면 몸 균형도 무너지고 영 모양새도 말이 아니다. 
게다가 다 맞으면 덤빌 기운이 없기 때문에 덜맞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급차가 클 때는 아무쪼록 같은 링에서 안 붙는게 좋다. 

운동하면서 힘 조절 못하는 놈하고는 붙고싶지도 않은데, 현실은? 현피 뜨자고 붙었는데 만나보니 나보다 작다고 한팔 접고 붙어줄 놈이 누가 있나. 

아무렴, 덩치는 키우고 볼일이다. 
요즘 하체는 인바디도 인정한 근육질을 잘 유지하고 있는데 상체 근육이 평생 부족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어깨는 꽤 단단해 진 것 같지만 벌크업이 한참 더 되었으면 좋겠다. 

사운드짐이라는, 오디오 형태의 피트니스 서비스를 알게 되었는데 아침에 눈떠서 가벼운 웨이트부터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스타트업은 미니미니미 사이즈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좋게 날때부터 크게 태어나는 금수저 스타트업도 있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게 아니라서 언급할 게 없다. 

애초에 체급차이가 있는데 기존 플레이어 혹은 새 비즈니스를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대기업과 붙어서 어떻게 이길거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피해 가거나,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서 크로스 훅을 날리거나, 맷집이 좋아서 상대가 숨차서 나가떨어질때까지 버틸 수 있다거나, 같은 편이 되거나, 어떤 방법이든 풀어낼 논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용자 피드백을 잘 수용하여 우리가 더 잘하면 된다는 답은 조금 불안하다. 

스스로도 불안하지 않을까. 

--
아. 내가 이런 뻔한 소리를.  

2019/06/23

분위기

갑자기 삶의 어떤 영역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때가 있는데, 최근에 '연결' 영역의 분위기가 좋다.
활기가 말라붙어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가 활발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작게는, 내가 오랜기간 팬이었던 누군가와 실제로 만났고 (이런 이벤트!), 수영하다 만난 동무와 동네 친구가 될 것 같고, 지역사회에서 의미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곳의 스탭과 인사를 했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데 늘 나를 도와주는 한 분 덕에 여러분과 인사를 나눴다.
또, 음. 더 있지만 속으로 좋아하련다.

이 분위기가 어떤 의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다.

--

써야할 글과 해야할 공부가 쌓이고 있다.
활기를 끌어올려보자.

2019/06/19

자료형만 바꿨을 뿐인데..

개발하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잘 언급하지 않는, 그만큼 사소한 일들이 늘 있다.

'성능 지표'가 키워드인 회사가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사용하던 자료형만 바꿔서 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거라는 조언을 듣고 수정중이라는거다.

어느 스마트한 개발자가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더 많은 학습을 시키고.. 이런게 아니라 자료형을 바꾸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꽤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성능이 확연히 달라질거라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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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가까운 해결방법이 있었는데 이제껏 아무도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니.
의외로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전략에 있는게 아니라 사소한데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투자자에게 하지 않는 이야기다.
즉 투자자는 도와줄수도 없고 잘 모른다.
회사 내부에서는? 대표는 모르고 실무자만 아는데, 대표에게는 알려줘도 알아서 해결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각자의 할일이 다른 것일텐데 무책임하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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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정말 누군가와 같이 일하기 싫어지는 순간은 그 사람이 대단히 나쁜놈인 것을 확인했을 때라거나, 대형 정치에 휘말렸을 때도 아니고, 그런 일은 아주 그물게 일어나니까, 오히려 유치한 질투, 배제, 방치 같은 것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다.

어퍼컷에 날아가는게 아니라 쨉에 뻗는다고 누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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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Hello, world' 같은 이야기에 뜬금없이 웃었다.

2019/06/11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시점

올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만족하며 지냈던 지금 월세방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눌러살까 이사를 한번 해 볼까 생각하다가,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시점만 되면, 나는 대체 뭘 했길래 집도 한채 없나, 대체 왜 아직도 집살 돈도 없나, 저놈들은 대체 어떻게 집을 가졌나, 몇년새 왜 아무이유없이 집값이 수억이 뛰었나..
온갖 회한과 원망이 내 머릿속을 뒤덮는다.

'그때 무리해서라도 그걸 샀어야 했다.' 와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생각과, 당시에 집값은 이제 떨어질테니 지금 사면 안된다고 온갖 훼방을 놓았던 이들에 대한 원망이 떠나질 않는다.

지금껏 안사고 뭐했냐, 왜 집을 안샀냐 하는 질문은 짜증을 유발한다.
한 회사에 목매달고 '제발 저를 계속 써주십시오' 하기 싫어서 안샀다. 어쩔래.

...

자극에 무반응하며 자극을 자극으로 느끼지 않겠다고 노력하고 말수를 줄이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랬더니 세상이 평화로운데, 이 평화는 쉽게 깨진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주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고, 나는 진화 덜된 인간의 생각을 '다른 생각'이라며 인정해 줄 정도의 포용력은 없는 사람이다.

그저 패고 싶을 뿐.

...

패고 싶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오늘도 나는 운동가기가 너무 귀찮다.
아, 오늘만 봐주자. 이슈가 너무 많았다.

2019/06/04

나를 어필할 기회와 시간은 충분치 않다.

오늘 아침, 미국과 컨퍼런스 콜이 있었다.
솔직하고 유쾌한 분과 회의를 20여분간 하고 끝났다.
그 내용과 '아무 관계 없이' 콜을 끝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구체적인 필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나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사람에게 내 백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도 없다. 게다가 나에 대한 소개를 할 기회도 시간도 충분치 않다. 경험은 이 대화에서 아무런 효용도 없다.'

나는 평상시에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 나를 드러내기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대외적으로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을리가 없다. 심지어 낯도 가린다.
말 많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이다.

내가 해 온 일과, 이룬 업적과, 역량에 대비하여 얼마나 저평가 될 것인가 생각하니 문득 억울하다.

자주 하는 생각이다.

누구를 만나든, 나를 세일즈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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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을 해 봤거나, 나와 사회에서 만난 이들 중에 대화를 청해오는 이들이 있다.

나도 연차가 있다보니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회사에서 요직을 맡아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경우가 제법있다. 내 연봉을 저 멀리 앞지른 아우들도 물론 많다.
여러가지 어려움을 듣다가 나의 생각을 나누다보면 드물지 않게 답 혹은 위안을 얻어 가는 경우도 있다.

나도 누가 내 이야기를 듣고 해법을 나눠주면 좋겠다. 아니 아예 경로도 아닌 결론과 획득물을 제공해주면 너무 좋겠다.
날로 이루고 싶다. 내 솔직한 심정이다.

2019/05/30

나쁜놈 필터, 양아치 센서, 악당정보 공유 네트워크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 후배들 등쳐먹은 사기꾼이 무슨 회사 대표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토론을 하는데, 지인이 거기 참석한다는 포스팅이 떴다.
- 룸 다니면서 신나게 놀던 창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관심갖는 사람들도 있다.
- 성범죄로 모 학교에서 쫓겨난 사람이 다른 조직에 가서 여전히 희롱을 일삼고 심사나 멘토링을 다니고 있다.
(심지어 이 사람에 대해, 회사 고문 자리를 줬다가 더이상 함께 하지 않는 이유가 학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서라고 한다. 악당이 악당짓을 하면 배제하는게 당연한데 만일 학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면 계속 고문자리를 줬을거라는 뜻이다. 이게 비즈니스 프로페셔널이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판단 기준인가. )
- 조직원 및 협력사 직원들을 강제 추행하다가 결국은 해고된 모 대기업 임원, 멘토랍시고 팟캐스트도 하고 출간도 했다. 쫓겨나는데 오래도 걸리더라.

알면서도 놀아주고, 몰라서 못피하고, 다양한 이유로 악당이, 가해자가 인생을 즐겁게 살며 다음 피해자가 생긴다.

놀아주면 초록동색으로 분류, 몰라서 못피하면 알려주는 수단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모두까기가 종종 벌어지는 이유.

2019/05/29

아 운동가기 싫다.

매일 되풀이된다.
아 운동가기 싫다. 피곤하다.
천년의 피로가 내려앉은 십수년차 만성피로 직장인.

이러다 도장에 가면 또 열심히 땀을 흘리고 개운해하겠지.

2019/05/26

컬러풀한 이력서 (부제 : 천상천하 유아독'생')

생각이 날때마다 이력서를 꺼내서 조금씩 수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비싸게 잘 팔고 또 잘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

아무튼 미국인인 내 영어 선생님은 내 이력서를 보며 '나는 뭘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동시에 '내가 본 중 가장 strong 한 이력서'라고 했다.

'웨스터너'들은 프라이드가 강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좋게 생각하자!) 내 이력서는 객관적으로 강력한 것 같다. 후후.

...

몇건의 전투를 끝내고 (이겼거나 졌거나 내 전투력은 써먹었으니) 뒤에 앉아서 활이나 닦고 앉아 있으면 참 편하긴 하지만, 결국 잘 쓰여야 좋은 장군이 될 수 있다.

...

집을 고르거나, 이력서를 고치거나, 또 내 커리어를 고민할 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짐이 되거나, 훈수를 잔뜩 두고는 구경하고 있거나, 무관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무관심한 사람이 그중 제일 낫다.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같이 일하다 감탄하거나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들의 칭찬은 힘이 없다.
결국 혼자 해결하는 수 밖에.

누가 나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2019/05/24

[끝까지읽는글] "내가 처음 회사 생활 시작했을때는 말이야~"

주5일도 아니었고,
출퇴근 시간중 출근시간은 8시였지만 퇴근 시간은 날짜바뀌기전에는 예상할 수도 없었다고.
퇴근시간과 출근시간이 몇시간 차이가 안나거나 아예 집에 못갔지.

주말?
토요일도 출근했지. 쉬는게 어딨어.
토요일에 해결안되면 일요일도 나오는거야.
그러면 한주가 13일이 되는 때도 있지.
오늘 들어보니 S모사는 주4일을 도입했다며? 세상 참 좋아졌네. 아주 유럽됐어.

내 사수는 박사마치고 바로 온 사람이었는데, 자기 집은 서울이고 머니까 밤 9시에는 퇴근해야 하고, 회사 앞에 사는 내가 집이 가까우니 남아서 일을 마저 해야 한다더군.
아침에 이를 안닦아서 입냄새가 지독한 양반이었는데 집에 돈이 좀 있는지 걸치고 있는 것에 부내가 났지.
내가 뼈빠지게 일해서 실적 만들어놨더니 자기는 S 고과 받고 연봉을 뻥튀기하더군.
난 사원이라고 고과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대단히 선심쓰듯 한등급 더 주더라고. 동기들보다 조금 더 받게는 되었지. 어차피 돈 쓸시간도 없었지만.

그 회사는 남의 사생활에 관심 많은 사람들도 많고, 여자를 마스코트나 오퍼레이터 이상으로는 안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죽도록 일하고도 '여직원'으로 불리는게 일상 다반사였다고. (이 호칭이 뭐가 문제냐고? 진짜 모르나 문제를?) 사적인 질문은 또 왜그렇게 많은지.
그꼴 보기 싫어서 더 죽도록 일했더니 다행히 내 후배로 여자를 뽑아주긴 했는데, '니가 여자니까 여자가 편하지?' 하고 선심 쓰듯이 '부려먹으라'며 붙여주는 꼴을 보고 있으니 정말 죽여버리고 싶더군.
신입공채 통과해서 입사를 해도 각 부서가 원체 엔지니어로 여자를 선호하지 않고, 그 후배님도 아무도 안데려가려는 걸, 나 준다고(?) 데려왔다더라고. 다행인가.

어디가서 말하기도 뭐한, 참 별일이 다 있었는데.. 정말 말하기 뭐하니까 더 말은 못하겠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회사라는데 그때 그 안은 참 지옥같았다고.
그 지옥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참 많았을텐데, 많은사람이 원한다고 지옥이 아닌건 아니니까.

지금은 그때 비하면 정말 할만해.

...

아직 갈길이 멉니다.
삶의 환경이 개선되어야 할 곳은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이 틀려먹었다 싶으면 최선을 다해, 멀리 도망치세요.

...

지금 잘하고 있다고 더 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개선할 것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지내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고 해서 세상에 없는 일도 아닙니다.

물론 겪어봤으니 뼈저리게 느꼈던 바는 있습니다.
또 예전에는 몰랐던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더이상 하지 않는 실수도 있습니다.
같은 논리로 예전에 느꼈던 그 찜찜함과 기분나쁨의 원인을 지금은 알게 된 것도 있죠.

...

더 나아지게 해야죠.

2019/05/23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다

회사 옆자리 동무 리니가 온라인 매거진에서 작가를 모집한다며 링크를 하나 줬다.

모집공고를 보니 내가 선정되기는 어렵겠다 싶으면서도 아주 솔깃하다.
무엇에 대해 쓴다고 신청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얼마전에 시작한 킥복싱 일기를 연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신경이 영 물건너간 나 같은 사람도 꾸준히 하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또 내일이 나아진다는 점에서 공유할만하지 않을까.

열심히 목차를 짜면서 글의 톤을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막혔다.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다! 그림도 그릴줄을 모르니 그림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땀에 절어 있는 모습, 어설프게 허우적대는 모습, 어쩌다 잘 들어맞은 킥 장면이 필요한데 이를 어쩌나.
우리 관장님이 동영상 편집도 잘하고 재미난 연출도 하지만, 글 쓴다고 운동할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애매하다.

아.

일단 지르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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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시 어디를 가도 내 사진을 정성껏 찍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인생샷' 같은 것을 건져본적이 없는 것 같다.
우연히 조명과 각도가 맞아떨어져서 찍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더라도 대부분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상도가 좋지않다.

사진은 애정을 가지고 많이 찍으면 좋은 샷들을 건질 수 있는데, 나를 애정을 가지고 봐주는 사람이 그렇게 없었나 생각하니 조금 서운하네. 바보같은 순간들은 참 잘도 잡아내더라만.

2019/05/20

관찰자들

원래는 번아웃에 대해 써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몇명 안보는 내 개인 블로그지만 나의 약점을 자꾸 노출 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이득인가 생각해보니 절대 아니라는 결론에 금방 도달했다.

기억상 나는 번아웃을 두세번 겪었고, 가장 최근 케이스에 대해, 한분이 '과몰입인 것 같다.'라고 시원하게 평해주셔서 다시는 과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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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저는 거의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으나 그 삶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자격이 안된다고 가정하겠다.
아무래도 사람이 위를 올려다보고 살게되다보니 늘 부족한것을 자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사는 것 같으면 자기도 먹고 살아야 한다며 화장품, 보험 같은 것을 자꾸 팔려고 하고, 내가 좀 버거워보이면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며 관찰 당하는 경험을 해왔다.

스타트업 임원으로 있을때는 일 관련 된 사람들이 '이사님' 하며 친근하게 대했고, 퇴사후 백수 시절에는 다정한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왔다. (다정한 분들께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분들께, 혹은 비슷한 상황의 다른 이들에게 은혜를 갚겠다.)
백수가 되자, '니가 이제 뭘 하나 보자.' 는 관찰자가 생겼고, 이후 대기업인 현재 직장에 자리를 잡으니 자연스레 관찰할 거리가 사라져서인지 연락이 오지 않는다. 반대로 대기업을 레버리지 하고 싶은 다른 누군가들이 연락한다. 나는 '쪼랩'이라 아무 권한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미약한 줄을 이용하려 한다.

일자리를 찾고 있을때는 내 커리어를 깎아 내리는 사람이 등장하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추켜세우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도 알았다. 양쪽다 나의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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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많으나, 아무튼 내가 의도하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은, 덕분에 많은 거추장스럽던 관계가 정리되었으니 다행이고, 진심으로 충성해야 할 분들을 알게 되어서 그 역시 다행이라는 점이다.

2019/05/17

여행이 부담스럽다.

틈만나면 짐싸들고 공항을 가려고 안달하던 내가, 여행이 부담스럽다니 무슨 소린가 싶다.

그 좋아하던 운전도 못하게 되었는데 (일시적이겠지만), 여행도 주저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최근 맛들인 태국음식, 베트남 음식이 먹고 싶어서 여행을 가겠다고 들썩이다가 항공권을 예약'만' 해놓고 나니, 내가 과연 이걸 정말 가야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번거로움과 비용이 장해요소다.
휴가 안쓰면 돈이 얼만데, 이 여행 안가고 뿌빳퐁커리를 사먹으면 몇그릇은 먹을 수 있는데.

...

자신감이 사라지거나 행동력이 사라진 '나의 모습'도 물론 나의 내면에 있었겠지만,
관우, 조조를 동경하면서도 장비같던 나는 어디로 가고 소심한 사람이 남았나.

환경의 변화가 시급하다.

2019/05/14

매력적인 스타트업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지금 꺼내는 서두에 대한 것이라면, 나는 유사 직군을 두번 경험하는게 된다.) 스타트업을 많이 만난다.

피로도 때문인지 만나도 많은 경우 매력을 못느끼거나 '대체 어쩌려고 저러나..' 싶을때도 솔직히 많다.

그런데,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매력적인 회사를 만났다. 하루 하나씩 만났으니 합이 두 회사다.
한 회사는 아직 베이비지만 아주 빠르게 R&D 스텝을 밟아나가고 있고, 한 회사는 꽤 성장해서 매출도 나오고 투자도 여러번 받아 규모를 확장하는 중이다.

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일을 잘 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시장에 어떻게 들어갈지를 고민하는 좋은 회사들이었다.

이런 회사들을 만나고나면 매너리즘도 옅어지고 나도 다시 생기있어지니 좋은 일이다.

2019/05/07

킥복싱 쪼랩의 운동일기

수영이 아니라 킥복싱 도장을 나가기 시작한지 '며칠' 이 되었다.

수영을 그만둔? 아니 잠시 쉬는 이유에 대해 먼저 풀어야겠다.
수영은 질릴만한 운동이 아닌 것 같다. 재미도 있고 꾸준히 할게 있는 운동이고 또 늘 고쳐야할 점이 많아서 디버깅 모드로 몰입하게 되며, 또한 마라톤처럼 체력을 단련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단지 평영에서 골반과 무릎이 아파서 잠시 위기가 있었는데 자세를 바꾸면서 통증은 해결했다. ('윕킥, 웨지킥' 하는 종류가 있다.) 자세를 바꿨지만 느린 속도는 아직도 해결을 못했다.
접영은 웨이브를 타다가 한팔로 템포를 맞춰보는 중이었는데, 오른팔 힘이 하나도 없고 웨이브에도 힘이 실리지 않아서 발전이 없다.

이 와중에 자유형은 호흡이 아직도 불안정하고 배영은 역시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결해야 할 문제 1. 근육량. 힘이 부족한 문제.
해결해야 할 문제 2. 호흡 바로잡기

여기에다 하나 추가하자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치의 도움이 필요한데 학생수가 많고 난 좀 관심밖의 학생이다보니 선생님이 도움이 안되는 문제가 3번.
매너없는 학생들을 좀 만나다보니 짜증이 난 것도 있다. 상급반 회원들은 초급반 레인에 와서 가만히 서있으면서 왜 경로방해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 무슨 자신감인지 무례한 사람도 많다.

결국 종목을 갈아타기로 했다. 수영장 바로 앞에 있는 킥복싱 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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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초급자에게 가르칠 수 있는게 별로 없는게 당연하기도하고 학생이 나 하나가 아니다.

결국 며칠동안 샌드백을 앞에두고 '에잇에잇'을 하다가, '어어어!' 하다보니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짝을 지어 연습중이며 굉장히 스스로가 한심하다.

자세 연습을 짝과 함께 하고나면 체력운동을 별도로 한다.
운동기구를 흩어놓고 한 턴씩 이동하면서 웨이트하는 날도 있고, 케틀벨과 플랭크 교대로 하기를 마치고 폼롤러나 볼로 근육 풀어주기까지하면 하루의 운동이 끝난다.
온 몸은 땀으로 젖고 머리에선 땀이 뚝뚝 떨어진다.
과연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열심히 살지 않는것인지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하지만 난 근육이 잘 안뭉치고 아픈데 없이 운동하고 있다.

도장에 학생들이 굉장히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으며, 남녀불문 체격불문 단체로 스파링 뛰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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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복싱을 하며 '새삼스레' 확인한 것이 있다. 

나는 그림그리기와 운동은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를 못한다. 
남들보다 오래걸리고 익숙해질때까지는 훨씬 바보같다. 

몸으로 하는건, 타고나는게 좋겠지만 타고난게 없으면 익숙해질때까지 반복연습 하는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길도 없고 잘할때까지 바보같은 자세를 하나씩 고쳐가며 연습하는 수 밖에. 


과연 킥복싱은 덜 바보같아질때까지 얼마나 걸릴 것인가.  
등록 첫날, 이를 감지하고 한달에서 석달로 기간을 늘렸다. 한달로 뭐가 될리가 없다.

재미가 있냐고?
'아직은 아니'다.

수영 시작했을때도 이랬다. 

2019/04/26

어째서 날로 먹으려 드십니까..? 사업은 참치회가 아니지 않습니까?

크나 작으나 (여러) 회사 대표들은 참 날로먹으려든다.

AI 가 뭔지도 모르면서 새로 시작하는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적용해 보자고 한다. 심지어 국가과제 지원도 하자고 한다.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연관성은 있어도 인과성이 없는데도 좋다고 밀어보자고 한다. (어쩌시려고요.)

공부하고 싶지는 않고, 스스로 바쁘다고 생각하니,
동일 토픽인데 쉬운것을 가져오면 좋다고 진행하자고 한다. (그 토픽 자체가 쉬울수가 없습니다. 공부를 하고 임팩트가 있는 선택을 해야죠. 헛발질 할건가요?)

거 참. 할말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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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은 바쁘시니 보고하는 쪽에서 쉽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생각에 두부같이 부드러운 것만 갖다주거나, 다 씹어서 소화하기 좋게 만들어줘야한다는 말의 의미는,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을 무시하는 처사.

2019/04/16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다니고 싶은 만큼 다니는 행복

제목은 '행복'으로 끝났지만 어둠의 기운을 품고 사는 나는 역시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요즘 이 치료중이다. 치과가 정말 지겹다.

10년에 한번 이가 큰 돈을 해먹는 패턴을 보였는데 그 간격이 좁아졌다.
불과 몇년전에 수백을 들여 신경치료, 크라운, 보험이 되지 않는 백만원짜리 희한한 종류의 스케일링을 마치고 이대로 50까지만 잘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역시 찜찜했던 예감은 사실이 되었다.

몇년전에 어쩐지 필요한 치료보다 비싼 치료를 권하는 느낌이었는데 신경치료를 다 마친 치아 양쪽 네개는 몇년만에 거의 못쓰게 되었고 정기검진, 스케일링을 받으며 늘 관리했던 이 상태도 확인해보니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검진하고 엑스레이 찍고 이상하면 달려가서 또 검사했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는 시린데 시릴리가 없다는 의사 말에 대체 뭐라고 대응을 해야할까.

키, 시력, 치아건강 같은 것은 유전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눈도 나쁘고 체구도 작고 이와 잇몸과 이를 떠받치는 뼈도 아주 불리하게 태어난 것 아닐까.
우리 엄마는 임플란트를 실패하고 결국 틀니를 사용하고 계신다.

...

불행중 다행인 것은 내가 '못먹으면 다른거 먹거나 안먹지뭐' 하는 식으로 식탐이 많지 않다.
음식은 점점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거나 작게 잘라서 우물거리다 삼켜버린다.
못먹는 것은 안먹고 있다.

그런데, 밥블레스유 같은 방송을 보다보면, 여행다니면서 또 반가운 친구들과 만나서 맛난 음식 먹고 수다떠는게 참 즐거울 수 있는데, 이 재미에서 열외가 된다고 생각하니 내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인가 싶은 서운함도 있다.

체중을 줄이는데 성공하고 두 다리가 (특히 허벅지가!) 튼튼해지도록 수영을 열심히 하니 걷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이제 상체 근육을 만들어서 짐이 두렵지 않게 살고 싶다.

그런데 이는 어쩌나.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닌 것을.

...

사람이 행복하게 살다 죽는데 필요한게 너무 많고, 하루하루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게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들이 일상을 어지럽히는데, 의료 인프라가 갖춰져있지 않은 곳은 오죽하려나.
선진국이고 개발도상국이고 간에 비효율적 시스템이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는 경우는 허다해서 부자나라 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런 문제는 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역시 오래묵은 적폐가 갑인가.

결국 의료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

내가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정신이 난잡해지면서 신점이나 보러갈까, 올해 운수가 어떠려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게 다 치과진료 때문이다.

기대이상입니다 vs. 기대를 충족하였습니다 vs. 기대이하입니다

어느 조직이나 성과와 보상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고용인들의 '위. 에. 서' 내려다 보며 고민을 할 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측정하는 것 보다 타인에 대해서, 그것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어떻게 '챙겨줄까' '독려할까' 고민할 것이다.

연말이나 반기말마다 저런 평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겠다'는 공지가 뜨거나 평가를 보고 있자면, 나도 어지간히 삐딱한 사람인지라 삐딱한 생각을 피할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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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기대란걸 안해보면 어때?
기대치를 왜 니들이 정하니? 심지어 어떤 기대를 했는지 말을 안해주니 나는 알수가 없네.
(사실은 '니들'이 정확히 누군지 조차도 모름)
내가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꾸역꾸역 왔는데, 잘 활용할 생각이나 하지 뭘 기대치를 선으로 그어서 장대높이뛰기를 하라고 하니?
일이나 실컷 할 수 있게 하고 기대를 이야기 하지 그러니?
프레임 다 짜놓고 '5각 별모양 틀에 가둬줄테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네 뜻을 펼쳐보라고' 하니 화살표 모양인 나는 도통 맞출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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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아니꼽지만 저기에 맞춰줘야 월급을 제대로 준다고 하네요.
싫으면 내가 사장하지.

아니 싫고, 자본금도 있고, 도움은 커녕 방해를 헤치고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면 사장을 하지.
그런데 저 이들도 자기가 혼자 직접 이룬건 아닐텐데 이것 참 억울하고 아니꼽네.

월급 한번 줘 보고 이야기 하라고 하는 사람들 보니, 내가 월급 한번 안줘봤을거라고 미리 단정짓는 것도 웃기고 뭐 얼마나 대단한 월급을 대단하게 주냐고 비아냥거리고 싶네.
잘되면 나중에 당연히 챙겨준다는 헛소리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 말 만큼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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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지 하나에도 화가나는 나는 봄날의 직장인.

효과적이지 못한 '느린 호흡의 스텝 바이 스텝'

나는 성질이 아주 급하고 몰아쳐서 무엇인가를 한 다음 성과를 보고 싶어한다.
그 성과가 작든 크든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진보가 있어야 다음 몰아치기가 가능하다.

일종의 '스프린트st 인생' 인 셈이다.

요가 8개월 후 수영 7개월을 했는데 다시 운동 정체기가 왔다.
progress 를 실감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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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을 하면서 근육량 손실은 거의 없었고 (워낙 근육이 없기도 했고) 체지방 감량 위주다.
즉 각종 문제가 있음을 인지 -> 요가로 간신히 활동 가능한 몸으로 만들기 -> 조금 더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물론 맥주병 해결 미션 포함) 수영으로 종목 변경 -> 문제의 원인이었던 체중 해결 -> 근육 만들고 기초체력 단련이라는 다음 목표 설정.

그래서 킥복싱 시작.
격투기 종목 하나 정도 해 보겠다는 것은 아동이었던 먼 옛날부터 나의 숙원이었는데 드디어 진입했다.

운동의 동기는 갑자기 불어난 무게를 이겨보려는 의도였는데, 자유형이 가능해진 시점부터는 식이 조절 + 운동 + 몇가지 측정을 병행했다. 최종 감량은 최고 체중의 거의 25%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로 나는 내 급한 성질을 꼽는다.
목표 설정 - 노 익스큐즈 - 성과를 늘 확인하고 피드백 루프 -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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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체중변화는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꾸준히 덜먹고 운동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체중관리를 해야한다.' 맞는 말인데, 이 꾸준히가 얼마나 꾸준히며 얼마나 적게 먹고 어느 정도의 운동량을 확보해야 할지,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공자님 말씀이다.

'담배를 한번에 끊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 조금씩 줄이면서 결국은 끊겠다.' 만큼 말이 안되는 것 같다.

그리 대단한 미션은 아니었지만 체중감량 성공의 이유는 빠른 진행과 measure 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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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하기위해 꾸준한 노력과 점진적 발전이 있어야하며, 습관으로 만들면 후에 굉장한 진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기계발 서적이 참 많다. 내 경험에 의거하여 말하자면 안된다.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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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목표의 당위성과 동기부여가 가능해야 한다는 건데 그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리드 타임이 길다.

근래 해야만 하는 중대한 목표 비슷한 것이 생겼는데 난항이다.

확실히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목표 세팅과 액션 아이템을 뽑는데 보름이상을 소요하는 중이다.
아니 솔직히 당장 뭘 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서 '미루기'를 시전 중이다.

이것 참 바보같다.

그렇지만 나는 (주위의 온갖 훼방을 무릎쓰고) 또 결국 해내겠지. 아니면 나가떨어지거나.

2019/04/09

20190406 어느 토요일의 일상


예스24의 구매자 굿즈인 벚꽃 변색 머그. 
뜨거운 차를 담으면 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온도가 갑자기 차가워지면 붉은 빛으로 변한다.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반응하는 것 같다. (담긴 음료는 맥주가 아니다. 모종의 연유로 요즘 술 못마신다. 단 한잔도 마실 수가 없다.) 
요즘 딸기음료에 꽂혀서 지난주 이틀은 딸기우유를 맛있게 마셨고,  토요일 출근하면서 생크림이 들어간 것을 사봤는데 달고 시럽이 싫어서 반도 못먹고 버렸다. 나는 찐득한 단맛을 참지 못한다. 

후다닥 일을 마치고 나와 중고서점에 들러 책 몇권을 사고 대형서점에도 들렀다. 
집에 있는 책장과 문구 보관함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집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더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늘 상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 벽면을 다 채우고 있는 산더미같은 책이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기만 한다. 


김훈의 새책이 나왔고 나는 그의 단단한 문장을 좋아했다. 샘플북이 서점에 있길래 한권 가져왔다. 문장은 여전하지만 역시 다시는 그의 책을 사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해지니 불호를 일상에서 도려내기가 쉽다. 
집에 도착해서 입욕제를 푼 더운 물에 반신욕을 하고, 드디어 구매에 성공한 편의점 꼬막 비빔밥을 맛있게 먹은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근래 심각해진 의욕상실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보자. 사방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운을 뺀다. 멍청이와 얌체, 머리 나쁘고 탐욕스런 인간들. 이 종류의 불호를 내 삶에서 도려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원도에 큰 불이 났고, 무료하리만큼 평화로운(아니 그 내부는 평화롭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해일은 아닌 파도와 같은) 내 일상이 또 미안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다시 ‘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에서 멈췄다. 
재난구호 기부라도 하련다. 
그 외에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 여전히 정의롭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나는 세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 

사소하게 술을 못먹는다고만해도 내가 사회생활을 잘못하는 것인양 꼬집고 평화를 깬다.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로 감히 분위기를 깨?'

내 일상은 너무나 당연하게 되풀이 되지만 또 너무 쉽게 깨진다. 
그래서 일상이 소중한가? 전혀 그렇지 않는다.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 0의 상태라면 일상이 깨지는 것이 마이너스로 비정상적인 일이다. 역시 쓸모없는 고마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건조함이 나에게는 가장 건강한 상태다. 

건조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2019/04/03

총체적 무기력

말그대로 아무런 의욕이 없는 상태에 있은지 며칠되었다.
빨리 탈출하고 싶어서 방법을 모색중이다.
원인을 제거하면 되겠지만 그마저도 상당히 귀찮다.

하필 이럴 때, 이야기를 나눌만한 대상이 없다.

힘들때 나 찾아오는 동무, 후배들이 있는데 내가 이 상황이 되고보니 빨리 박차고 일어나서 누군가 무기력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상황이 되어보기 전에는 '떠오르는 그 존재' 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기 힘들다.

...

운동을 바꿔볼까, 영어 학원을 다시 다닐까, 시나리오 작가 과정을 등록할까, 여행을 다녀올까..
게으름에 대한 책을 읽어볼까.

...

잘하는 사람들은 이 무기력을 어떻게 이겨내는 걸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지금 4월이다.
이상하게 매해 4월만 되면 엘리어트의 그 시가 떠오른다. 4월은 잔인한 달.
그리고 4월이 유난히 힘들게 지나가는 징크스가 있었고.

2019/04/01

월요병의 원인은 월요일이 아닌게 아닐까 - 운동 부작용

오늘 월요일, 주말 내내 계속 되던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고,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출근했다.
종일 병든 닭 모양으로 축 처져있다가 집에 들어와서 잠이나 자고싶은 유혹을 간신히 이기고 수영장에 갔다.

입술이 파래지고 팔다리 근육이 후들거리도록 운동을 하고나니 한결 상태가 좋아졌다.

...

운동의 순기능이야 워낙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귀찮음을 매일매일 이겨야하는 게으른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본다.

...

오늘의 피로의 원인이 과연 주말에 쉬고난 후 모든 직장인이 겪는다는 월요병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는 최근 체중을 빠른 시간에 감량했다. 그 동안 섭취 칼로리를 줄였고 특히 탄수화물과 당을 멀리하면서 혈액검사로 케톤을 관찰했다.
그러다 지난 주 몇가지 이유로 운동을 2일만 갔고, 이번주말은 유난히 많이 먹었는데 탄수식을 하고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데도 간식을 먹고, 저녁도 챙겨먹었다.
내 추측인데 혈중 당 농도가 올라가니 음식을 더먹게되고 머리가 맑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굉장히 피곤한 월요일 하루를 보냈다.

요요없이 잘 유지하던 체중도 주말이 지나니 1킬로그램이 늘어났고, 배에 군살 붙은게 느껴졌다.

몸이 무겁고 살이 붙는 걸 견딜 수 없게 되고, 마음놓고 먹지를 못하게 되었으며, 하루 운동을 쉬면 다음날 마음이 편치 않게 되었다.

그 전에는 야식도 먹고 술도 마셨고, 맛있는게 떠오르면 참지않고 먹었는데 그 즐거움이 사라졌다.

...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가.
왜 갑자기 현타가.

2019/03/25

준비되지 않은자에게 기회는 재앙이다

깊이(뼈저리게?) 공감하는 오늘의 한마디다.

뭐든 미루지말고 꾸준히 쌓아둬야 한다. 꾸준히 쌓아올린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

'미루기의 미덕' 같은 책을 읽고 임기응변으로 살아온 나의 '사십' 평생이여.
오늘도 식은땀을 되바가지로 흘리면서 감추느라 얼마나 애를 썼던지.

회사 음악앱에서 플레이리스트 편집을 하다가 화낸 사연

회사 음원 플레이 앱이 있는데, 비교적 새로나온 서비스다.

오랜만에 듣고 싶은 아티스트 음원이 있어서 몇명의 앨범을 찾고 다운받고 플레이리스트를 편집하고 있는데, 시도를 하다가 완전히 빡이쳐버렸다. 

뭐 복잡한 걸 하다가 그렇게 된건 아니고, 버젓이 메뉴가 화면에 도출되어 있는 기능을 쓰고 있었는데 2스텝을 못넘어가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 제목을 편집하고 곡을 선택하니 고쳐놓은 제목이 디폴트로 되돌아갔다. 
- 그렇다 치고 또 열심히 곡 선택, 제목 수정을 반복한 후 저장을 하고 싶은데 어디에도 저장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 그냥 돌아가면 저장된건가? 싶어서 엑스 누르고 빠져나가니 완전 헛수고 했다. 다 날아감. 

알고보니 위에 바 형태로 뜬 메뉴가 저장 버튼을 가린 것이다. 아주 흔적도 없이 가리고 당겨도 내려오지 않는 위치 고정 '저장' 버튼이라 방법이 없다. 

- 이런 기본적인 테스트를 안하고 라이브 서비스를? 
- 유저가 별로 없나?
- 제보 받고도 처리 안했으면 엄청나게 바쁜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사소한 이용 오류가 있으면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고치겠지, 꼬일수도 있지, QA 가 놓쳤나보지, 하면서. 

근데 이건 너무 기본적인 플로우에서 나온 오류다. 개발하면서 테스트해도 충분히 나올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대체 왜 그런걸까.
아이러니하게 동료라고 생각하니 제보를 못하겠다. 

2019/03/19

'30대 여성이 즐겨찾는 뉴스'와 스커트, 블라우스 추천이 내게 무슨 소용이냐

바이오 기반으로 뭘 추천해주겠다고 하면 일단 거른다.

내가 만으로 30대에 생물학적으로 여자인건 맞지만, 이 정보로 뭉뚱그려 같은 그룹에 넣고 뭘 추천해주고는 AI 라고 우긴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단순화한 인간지능의 결과물이다.

난 단 한번도 치마나 블라우스를 온라인으로 구매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계속 치마나 블라우스를 좁디좁은 모바일 화면 반을 채워가며 나에게 추천을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특히 액세서리, 패션템일수록 연령, 성별로 추천하면 맞아들어갈리가 없을 것이다.
일단 거르고 본다.

'아니 당신은 예외고' 라고 해도 소용없다. 내 주변은 그러면 다 예외니 내가 메이저다.

...

왜들 그렇게 인생과 시간을 걸고 사업을 하면서 본질로 접근하려하지 않고 쉽게만 생각하려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19/03/14

수영 일기 - 접영을 시작했다

물로 발등으로 힘껏 내리차야 한다.

이제 웨이브 조금 탈까말까 하는 시점에 발등에 멍이 울긋불긋 들었다.

...

어째서 쉽게 거저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인가..

...

평영은 아직도 바보같다. 아니 자세는 -하도 영상보고 물어보고 자세 고치는데 공을 들여서- 선수자세로 칼각인데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는다.
새 코치는 원인으로 '힘이 없다' 를 꼽았고, 할머니들도 슝슝 잘 나가기에 나는 아직도 디버깅중이며 몇가지 문제를 스스로 고쳤다.

2019/03/13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을 선호 한다면

좀 이상하다 싶었던 것이 있다.

작은회사고 큰회사고 중간 회사고 간에 대표들은 내부 사람이 제안하는 것을 잘 듣지 않다가 비슷한 말을 더 강하게 해 주는 (내부 시스템이나 제품을 잘 모르는) 외부사람을 불러다 앉혀놓고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맞는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힌트를 찾았다.

내부에서 제안하는 내용은 어쩐지 불만처럼 들리고,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주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은가보다.

나는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맞춰서 해주는 사람들이 비위맞추기를 하는 것 같아 영 탐탁치가 않고,
반대로 그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환심을 사야하는데 나처럼 해야할 말을 하겠다 주장하는 사람은 요령없어보이거나 거칠어보여서 그런지 논의 과정에서 배제를 하려고 한다.

조직이 경직될수록 심하다. 아니 리더 (=조직장, 대표 등등)가 경직될수록 심하다.

그 중간에서 줄타기를 요령껏 잘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로 상황은 0 아니면 1이지 그 중간은 없다. 어떻게 전달하냐를 고민하고 돌려서 잘 전달하는게 필요하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영 비효율적이다. 콘텐츠가 같은데 정치도 아닌 업무하면서 왜 더 많은 시간을 쓰는지?

시간은 제품을 애정하는 고객한테 쓰지 내부에서 돌려말하고 듣고싶은 말만 해주며 에너지 태울 필요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2019/03/11

누군가를 보는 시선

한달 전 쯤, 거래가 뜸했던 은행에 갔다.

이야기 1.

2015년 마지막 거래가 찍힌 통장과 도장을 들고 갱신을 하러 갔다.
창구 담당자가 계좌 복구는 불가능하고 필요하면 신규 계좌를 만들수는 있다고 한다.

만들어달라고 하자 방어적인 빠른 말로 '만드는 이유가 뭐세요? 이 근처에서 일하세요? 뭐 개인 사업 같은거 하세요?'

약 3초간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머릿속은 프로세싱 중이다.

...

내 행색이 어떤가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고정 수입과 명함이 없는 주부가 통장 개설하러 왔다고 생각했구나.
아. 재직증명서를 뗄 수 없는 주부를 이렇게 쳐다보겠구나.

잠깐의 백수시절에 나를 정의할 보조수단이 없어서 어색했던 몇 번의 순간과는 또 다른 불편함이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이래. 그냥 계좌가 필요한 이유를 물어보고 서류 준비 할 수 있냐고 확인하면 되는데 왜 몰아붙이지?
대체 나를 왜 저렇게 쳐다보는건가. 금융사기를 당한 가련한(혹은 -그 눈빛이 말하는 바를 해석하자면- 아둔한) 미래의 피해자임을 확신이라도 하는지?

이야기 2.

오후에 나는 은행을 다시 갔다.
재직증명서 대신 소득을 보여주는 원천징수서와 인사정보 화면 인쇄본, 사원증을 가지고 갔고, 막힘없이 계좌를 만들고, 체크카드를 만들고, 인터넷 뱅킹을 텄다.

그리고 내 옆에는 어떤 영감님이 반말로 (고성은 아니었지만) 화를 내고 있었다.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어떤 증빙 서류도 없고, 서류를 준비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보였지만, 계좌만큼은 강력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창구에서 열심히 진정을 시키며 설명하던 직원(여자)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았고, 더 설명해주겠다며 이 사람을 데려간 다른 직원(중년 남자)에게는 더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런 규칙은 누가 만든거냐, 니들은 뭐하냐 틀린거 안고치고, 누구한테 말하면 되냐, 내 친구는 했다더라, 대통령한테 말하면 되냐..(정확히는 현직 대통령의 실명을 존칭없이 언급했다.)

아무 소용없이 열정을 불태우는 이분은 금융실명제 발표되던 해까지만 현역에서 활동하던 분인가보다.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있으면 되던 때.

...

대포통장이네 뭐네 하도 문제가 많아서 돈이 있어도 계좌하나 개설할 수 없는게 은행 창구 직원의 잘못도 아니요, 이런 대책밖에 못내놓는 금융감독원 잘못도 전부는 아니요, 그저 범죄자들 탓이다.
허구헌날 서울중앙지검 직원이라며 나를 찾고 시큰둥한 내 반응에 툭하면 욕지기까지 해대는 그 범죄자들.

아니 그 보다, 계좌 만들기 쉬웠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게 제일 문제인가. 처음부터 만들기 어려웠다면 영감님도 저렇게 흥분하지는 않았을텐데.

2019/03/10

나는 신사양반

어느 주말 수영장을 가려고 마을버스를 탔다.
다음 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탑승을 했는데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버스는 할머니 착석후 출발했다.

두정류장을 가서 같은 정류장에 내리는 분이길래 내릴때 “제 손 잡으세요. 먼저 내리세요.” 하고 먼저 내리게 해 드렸더니,
“아이고 고맙습니다, 아이고 고마워라, 신사시네.”

여기까진 좋았는데  -'신사'를 그냥 매너좋은 사람 정도로 해석했으니까- 그런데 뭔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몇번 더 살펴보신다.

역시 남자로 잠시 착각한듯하다.

음.. 할머니는 그럴수도 있겠다.

내 얼굴이 선이 가늘어서 좀처럼 남자로 오해받는 경우는 없는데, 머리를 짧게 잘랐고, 공기가 좋지않아서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게다가 목소리가 종종 중저음이 된다. 오해할만하다.

그래서 나는 그날 신사양반이 되었다.

그런데 만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면 할머니는 나를 뭐라고 불렀을까.

뒤돌아 한발짝 가시면서도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 하신다. ㅎㅎ 본의아니게 헷갈리게 해드렸군요.

그렇지만 역시 짧은 머리는 가벼워서 좋다. 바람이 불면 더벅머리로 헝클어지는 것도 재미있다.

2019/02/18

불행을 전시하고 증명하고 구경하는 사람들

며칠전 강남역 지하를 통해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중이었다.
추운날이었고 나는 점퍼 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뭔가 소동이 있는 듯 시끌시끌 했다.

워낙 빠르게 지나간지라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아니.. 아니.. 사려고 했는데.. 사려고 했는데요.." 라고 끝나지 않는 문장을 말하고 있고 상점 관계자인듯 보이는 둘이서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옷가게 물건을 그냥 가져가려다 잡힌 절도미수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그보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건 뒤에 우루루 부채꼴로 몰려 서서 핸드폰으로 그 장면을 촬영하던 사람들이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난지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버스를 타며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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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자극적인 기사가 조회수가 높단다. 당연하겠지만 불행할수록, 야할수록, 잔인할수록 사건의 본질에 관계없이 주목을 끈다.
왜 그런 끔찍한 기사를 찾아 읽고 공유하냐고 하자 '무섭고 끔찍하잖아요.' '선정적이잖아요.' '궁금하잖아요' 란다.

정말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종류의 동기부여다.

평소 관심사라면 모를까 도대체 왜.
게다가 조회수를 올려준다는게 또 저질 제목의 선정적 기사를 낳는다는 것을 알면서, 기레기라고 욕만했지 행동은 그 반대라는게 참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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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그런 일이 있었다.

본인이 이제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 살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은것 같으니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 가고싶으며, 음식을 추천해줬으면 한다고.

이때 많은 사람들은 정말 맛있었던 음식을 추천해주고 응원했고,
어떤 사람들은 쇼하지 말라며 증명을 하라 했고,
어떤 사람은 다이렉트 메시지로 죽을 날로 예상되는 날이 자기 생일인데 재수없게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항의를 했다.

이 사람은 미안하다며 더이상 트윗하지 않았다.

..정말 기가 막혔다.
설사 거짓말이고 쇼라고 한들, RT타고 올라온 글을 본 본인들에게 무슨 손해가 있다고, 그저 맛있게 먹은 것을 추천하고 응원한마디 하면 될 일이었는데.

며칠 후 (사실여부는 당연히 모르지만 나는 믿고있다.) 동일 계정으로 그의 가족이 사망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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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모두에게 인간 본성에 역행해야한다고 우기는 것인지, 사람은 다 그런데 난 더 품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자부심을 갖다못해 우월의식을 갖고 사는지.

지금은 전시상황도 아니고 민주주의, 자본주의, 선진국에 살고 있으니 시민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얼굴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호 최소한의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각자의 선이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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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 틀린 점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2019/02/08

걸크러시 수영장

여전히 수영은 열심히 하고 있다.
주5일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회사 때문에 빠지는 날을 제외하고 강습은 주 3-4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토요일 자유수영에 종종 간다.

체중조절 중이라서 식단관리와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중이고, 마침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이 수영이라 즐겁게 하고 있는 편이다.
다만 타고난 운동신경이 좋지못한데다 재활이 필요한 몸뚱이라 연습량에 비해 숙달이 느리다.
평영은 어찌나 못하는지 속도가 너무 느려서 매번 다른 분에게 자세가 어떠냐고 물어가며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의욕이 달아난다.

달아나던 의욕은 순식간에 다시 돌아오는 편이다. 주로 그 이유는 탈의실에서 보는 여사님들, 할머니들 덕일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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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큼은 '하다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정신으로 한다.
누가 나보다 훨씬 잘하든 어쩌든 나는 내 속도대로 간다고 마음먹고 사는데, 같은 클래스에 비슷한 분(이하 A회원님) 이 계시다.
A 회원님은 50대 혹은 동안의 60대 정도신것 같고, 무려 4개월을 킥보드를 잡고 발차기만 연습중이었는데, 물이 너무 무서워서 수영강습은 엄두조차 못내다가 큰 용기를 내신 분이다.

이 분, 그제보니 옆차기 진도가 나갔다. 이제 물이 그만큼은 무섭지 않다며 어깨를 쫙 폈다.
멋지다고 생각하고 엄지척을 보여드렸다. 누가 네번만에 하든 네시간만에 하든 무슨 상관인가. 4개월만에라도 하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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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탈의실은 종종 낯만 익은 사람들, 혹은 처음보는 사람들끼리 대화의 장이 열릴때가 있다.
사교성이 짱인 A 회원님이 자기는 너무 안된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자 옆에서 듣던 70-80대로 보이는 B 회원님이 "나도 그러다가 일흔 둘에 자유형 했잖아~" 라며 뭐 그런걸 고민하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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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그 언니 있잖아? 그 헬스하던 언니.. 그 언니 배에 11자 복근 만들었잖아..
D : 와. 대단하다. 그 나이에.

두분 다 연세가 나보다 적어도 열살은 더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언니라는 분도 그 이상의 연배일것이다.
그야말로 멋진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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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업이 끝나면 요일에 따라 아쿠아로빅 수업이 이어지는 날이 있다.
샤워를 하고 귀가하려고 나왔다가 수영장을 들여다보니 아쿠아로빅 운동하는 할머니들이 물속에서 칼군무를 하고 있다. 물의 저항을 이기면서 운동하기 때문에 근육은 많이 쓰되 부력이 있어서 관절에 무리가 덜가니 정말 최고의 운동이다.
노화에 개인차가 있으니 나이는 확신은 없지만 육상 도보가 힘드신 분들 꽤 있다.
그렇지만 물속에서는 칼군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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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주전만해도 평영을 하며 물을 되바가지로 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동네친구 헨동스에게 헬프를 외쳤다. 헨동이는 두달만에 접영을 배우고 있다한다.
토요 자유수영으로 옆동네 헨동이 다니는 수영장으로 갔다.

결론은? "누나는 재활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란다. 있는 힘껏 팔을 휘저어도 왜 힘을 안쓰냐고 묻는다.
요령이 없는건지 힘이 없는건지, 아마도 둘다일듯 싶다.

아무튼 그날 만난 연세 80은 되어보이는 할머니.

수영장에서 만났는데 "선생님, 제가 많이 느리니 먼저가세요.." 했더니 "나도 느려요." 라고 우아하게 답하시고 백조처럼 평영으로 전진하신다.
이분 최소 한시간 동안 물속에서 쉼없이 운동하셨고, 탈의실에서 만났다.

할머니답게(?) 내복을 입으셨지만 곱게 화장을하고 구루뿌(!)를 말고 드라이중이셨다. 
물밖에서 보니 정말 고운 할머니다.

나도 세월이 많이 지나도 수영하고 운동하는 삶을 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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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느라 한약을 먹고 식이를 하고 운동도 하고 있다. 
한의사 선생에게는 말 못하는 비밀이 있는데 ㅋㅋ 고기도 조금 먹는날이 있다. 운동을 하고 있어서 단백질을 안먹을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기를 좀 먹어줘야 스트레스를 덜받는다.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을 권하는 이유는 그 전과 후가 너무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자랑하는 사람의 말은 별로 들을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운동하는 습관이 생존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애정으로 운동을 권한다.

운동합시다 여러분.

하루하루 가면 갈수록 중요해지는게 운동인 것 같다.
알츠하이머도 운동으로 어느정도는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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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하면 운동도 돈이 든다. 운동화 하나 바꿔신고 밖에서 뛰는 것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과 시간 둘다 필요하다.
결국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사는 문제는 재력과 연관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초생활비라는 것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 수도광열비와 식비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의 풍요를 위한 문화비, 건강을 위한 체력단련비도 '제2종' 기초생활비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돈도 법시다.
나도 쓰고, 세금도 내고, 기부 계좌도 늘릴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