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9

20190406 어느 토요일의 일상


예스24의 구매자 굿즈인 벚꽃 변색 머그. 
뜨거운 차를 담으면 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온도가 갑자기 차가워지면 붉은 빛으로 변한다.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반응하는 것 같다. (담긴 음료는 맥주가 아니다. 모종의 연유로 요즘 술 못마신다. 단 한잔도 마실 수가 없다.) 
요즘 딸기음료에 꽂혀서 지난주 이틀은 딸기우유를 맛있게 마셨고,  토요일 출근하면서 생크림이 들어간 것을 사봤는데 달고 시럽이 싫어서 반도 못먹고 버렸다. 나는 찐득한 단맛을 참지 못한다. 

후다닥 일을 마치고 나와 중고서점에 들러 책 몇권을 사고 대형서점에도 들렀다. 
집에 있는 책장과 문구 보관함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집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더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늘 상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 벽면을 다 채우고 있는 산더미같은 책이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기만 한다. 


김훈의 새책이 나왔고 나는 그의 단단한 문장을 좋아했다. 샘플북이 서점에 있길래 한권 가져왔다. 문장은 여전하지만 역시 다시는 그의 책을 사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해지니 불호를 일상에서 도려내기가 쉽다. 
집에 도착해서 입욕제를 푼 더운 물에 반신욕을 하고, 드디어 구매에 성공한 편의점 꼬막 비빔밥을 맛있게 먹은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근래 심각해진 의욕상실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보자. 사방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운을 뺀다. 멍청이와 얌체, 머리 나쁘고 탐욕스런 인간들. 이 종류의 불호를 내 삶에서 도려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원도에 큰 불이 났고, 무료하리만큼 평화로운(아니 그 내부는 평화롭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해일은 아닌 파도와 같은) 내 일상이 또 미안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다시 ‘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에서 멈췄다. 
재난구호 기부라도 하련다. 
그 외에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 여전히 정의롭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나는 세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 

사소하게 술을 못먹는다고만해도 내가 사회생활을 잘못하는 것인양 꼬집고 평화를 깬다.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로 감히 분위기를 깨?'

내 일상은 너무나 당연하게 되풀이 되지만 또 너무 쉽게 깨진다. 
그래서 일상이 소중한가? 전혀 그렇지 않는다.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 0의 상태라면 일상이 깨지는 것이 마이너스로 비정상적인 일이다. 역시 쓸모없는 고마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건조함이 나에게는 가장 건강한 상태다. 

건조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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