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0

나는 신사양반

어느 주말 수영장을 가려고 마을버스를 탔다.
다음 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탑승을 했는데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버스는 할머니 착석후 출발했다.

두정류장을 가서 같은 정류장에 내리는 분이길래 내릴때 “제 손 잡으세요. 먼저 내리세요.” 하고 먼저 내리게 해 드렸더니,
“아이고 고맙습니다, 아이고 고마워라, 신사시네.”

여기까진 좋았는데  -'신사'를 그냥 매너좋은 사람 정도로 해석했으니까- 그런데 뭔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몇번 더 살펴보신다.

역시 남자로 잠시 착각한듯하다.

음.. 할머니는 그럴수도 있겠다.

내 얼굴이 선이 가늘어서 좀처럼 남자로 오해받는 경우는 없는데, 머리를 짧게 잘랐고, 공기가 좋지않아서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게다가 목소리가 종종 중저음이 된다. 오해할만하다.

그래서 나는 그날 신사양반이 되었다.

그런데 만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면 할머니는 나를 뭐라고 불렀을까.

뒤돌아 한발짝 가시면서도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 하신다. ㅎㅎ 본의아니게 헷갈리게 해드렸군요.

그렇지만 역시 짧은 머리는 가벼워서 좋다. 바람이 불면 더벅머리로 헝클어지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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