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강남역 지하를 통해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중이었다.
추운날이었고 나는 점퍼 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뭔가 소동이 있는 듯 시끌시끌 했다.
워낙 빠르게 지나간지라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아니.. 아니.. 사려고 했는데.. 사려고 했는데요.." 라고 끝나지 않는 문장을 말하고 있고 상점 관계자인듯 보이는 둘이서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옷가게 물건을 그냥 가져가려다 잡힌 절도미수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그보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건 뒤에 우루루 부채꼴로 몰려 서서 핸드폰으로 그 장면을 촬영하던 사람들이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난지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버스를 타며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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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자극적인 기사가 조회수가 높단다. 당연하겠지만 불행할수록, 야할수록, 잔인할수록 사건의 본질에 관계없이 주목을 끈다.
왜 그런 끔찍한 기사를 찾아 읽고 공유하냐고 하자 '무섭고 끔찍하잖아요.' '선정적이잖아요.' '궁금하잖아요' 란다.
정말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종류의 동기부여다.
평소 관심사라면 모를까 도대체 왜.
게다가 조회수를 올려준다는게 또 저질 제목의 선정적 기사를 낳는다는 것을 알면서, 기레기라고 욕만했지 행동은 그 반대라는게 참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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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그런 일이 있었다.
본인이 이제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 살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은것 같으니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 가고싶으며, 음식을 추천해줬으면 한다고.
이때 많은 사람들은 정말 맛있었던 음식을 추천해주고 응원했고,
어떤 사람들은 쇼하지 말라며 증명을 하라 했고,
어떤 사람은 다이렉트 메시지로 죽을 날로 예상되는 날이 자기 생일인데 재수없게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항의를 했다.
이 사람은 미안하다며 더이상 트윗하지 않았다.
..정말 기가 막혔다.
설사 거짓말이고 쇼라고 한들, RT타고 올라온 글을 본 본인들에게 무슨 손해가 있다고, 그저 맛있게 먹은 것을 추천하고 응원한마디 하면 될 일이었는데.
며칠 후 (사실여부는 당연히 모르지만 나는 믿고있다.) 동일 계정으로 그의 가족이 사망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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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모두에게 인간 본성에 역행해야한다고 우기는 것인지, 사람은 다 그런데 난 더 품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자부심을 갖다못해 우월의식을 갖고 사는지.
지금은 전시상황도 아니고 민주주의, 자본주의, 선진국에 살고 있으니 시민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얼굴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호 최소한의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각자의 선이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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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 틀린 점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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