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2

새해 복돈



새해가 되었고, 설이 한달정도 남았다. 
한달여간 챙길 복돈 봉투와 새해 카드를 준비했다. 

깨끗한 신권으로 은행에서 바꿔왔다. 
봉투에는 20만원부터 3천원까지 다양하게 채웠다. 

라벨 프린터로 받을 사람에게 전하는 덕담도 한마디씩 인쇄해서 붙인다. 
여기에 털실로 짠 복주머니와 선물을 더해 몇사람에게 줄 것이고, 
회사 캘린더 세트 몇권을 구매해 함께 전할 것이다. 

...

20년쯤 전에 일본에 혼자 간 적이 있다. 
내 첫 해외 여행이었다. 
아마도 교토였던 것 같은데 버스 제일 뒷자리에서 한 아가씨를 만났다. (나는 대학생이었다.) 
서툴긴 했으나 정확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몇마디를 나눴다.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에 나에게 작은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혼자 여행하는 모습이 기뻐서 그러니 커피라도 한잔 하세요.'

커피 한잔값치고는 큰 천엔이 들어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여행을 하고 있었을 때라 정말 큰 돈이었다. 
나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기분을 잊지 못해 새해 복돈을 준비한다.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 

...

십수년전, 나는 삼성전자를 다니고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 돈 쓸시간이 없는데 다음 월급과 PS가 들어왔다. 그렇게 쌓였다. 재테크고 뭐고 이력서 쓸 시간도 없었다. 잠잘 시간은 물론 없었고.
명절도 고향을 가기 보다는 남아서 일하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쩌다 시골에 가게 되면 봉투를 사람별로 준비했다. 
아버지는 막내아들이라 위로 어른들이 많았고 할머니도 살아계셨으며 내 또래부터 아래에 줄줄이 조카와 사촌동생들이 있었다. 
모두를 위한 돈봉투를 준비했다. 

몇년 후 그 '짓' =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짓 =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고 나이도 어리고 여자인 니가 뭘 하길래 돈을 그렇게 버냐는 신기한 눈빛만 받는 짓 = 은 그만 두게 되었지만. 

... 

그런데 나는 누가 챙겨주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Anyone can leave comments. However, please leave a hint to know who you are.
누구나 코멘트를 남길 수 있습니다. 단,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힌트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