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지금. 약간 미칠것 같다."

미칠것 같은 이유는 내가 잘 아는데, 일단 연말 감성 핑계를 대본다. 

답도 없고 너무 스스로가 갑갑해서 항공권을 찾다가, 정신을 조금 차리고 강릉에 숙소를 하나 잡았다. 
미팅 일정들이 너무 많아서 피하느라 빠른 시일내로는 불가능하고, 조금 갭을 두고 바닷바람을 쇠고 와야겠다. 

이번에도 혼자다. 

찬 바다에 죄다 집어던져버리고 올 것이다. 반드시. 

2019/12/30

윤희에게





어린 배우들 덕에 귀엽고, 김희애 덕에 아름다운 영화였다.
특히 두 주인공의 편지글이 아름다워서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굉장히 빠져들어 집중하게 된다.

아, 그리고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귀엽다.

이번 주말 마지막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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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상영관이 몇개 없었다.
결국 네이버 시리즈 앱에서 캐쉬로 구매해서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봤다.
오타루 배경의 화면이 좋아서 큰 스크린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

그리고 이미 몇번을 다녀온 곳이지만 오타루에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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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건조한 감정 유지하기'는 안될것 같다.

2019/12/28

2019년 마지막 금요일, 휘발된 기억

내가 소주 두잔 정도를 마셨다면, 그 이후 나눈 대화는 거의 기억을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편안히 비밀 이야기를 해도 된다.
기억은 거의 휘발되고 일부 나와 관련된 기억들만 조각으로 남아 있게 된다.

2019년은 술을 마신날을 한손으로 꼽을 수 있다.
마신다 해도 맥주 반잔, 와인 한잔 하는 정도로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초반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술을 못마셨고, 그 이후는 이가 말썽이라 치료받는 동안 염증 관리가 크리티컬해서 마시지 못했다.
치료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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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운동하며 만난 두 아가씨와 저녁을 먹고 한잔 하며 수다를 떨기로 한 날이다.
A는 쾌활하고 착한 교사. B는 개구쟁이같은 캐릭터에 술 좋아하는 엔지니어.
A는 먼곳에 외근을 갔다가 서둘러 출발해서 약속시간보다 한참 일찍 약속장소에서 기다렸다.
B는 근무지와 집이 약속장소에서 멀어 차를 한참 밟아 달려와주었다.

나는 무슨 흥이 그렇게 났는지 술을 많이 마셨다.

A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맥주 한잔을 마시고 먼저 일어났다.

즉 B와 둘이서 새벽한시까지 소주 다섯병을 나눠마셨다.
마지막 한병은 주문하는게 아니었는데.
졸지에 폭음한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다.

조각난 기억만 조금씩 남아있고 지금도 계속 조각기억이 떠오르고 있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과음을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은 희미하고, 무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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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임은 약속을 잡기 전부터, 또 날을 잡고나서도 내내 설레어 했던 모임이다.
그래서 미니어처 소주와 화장품 세트가 포함된 선물을 두개 준비하고 손으로 엽서도 써서 넣었다.

아, 그런데 A도 크림과 립밤을 준비해온게 아닌가.
나만 설렌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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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름다우나 숙취는 그렇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나 깔끔한 컨디션에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였고, 움직이기 시작하니 울렁거림과 두통이 점점 심해졌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괜찮아서 오전에 장도 보고 왔지만, 결국 숙취해소 약을 사다먹고 오후 내내 누워있다시피 했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가 먹이지도 않은 술을 기분 좋게 퍼마시고 다음날 그 보상을 해야하다니.
게다가 잇몸에서 또 피가 나고 있다. 정말 내가 미친짓을 했구나 싶었다.
다시 한동안 술을 마시지 못할 것이다.
웃을 수 밖에.
어제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비슷한 짓을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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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행이다 싶은 것은, 이야기 듣기를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들을 이야기가 참 많고 사람을 알아가는게 참 즐겁다.

이전까지 아무 관계 없이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 스토리를 나누어 갖는 그 과정이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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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술을 두잔 이상만 마시면 더할나위없이 입이 무거운 사람이 된다.

어떤 속 이야기를 해도 듣고 잊어드립니다.
편안히 이야기 하세요.

내 이야기도 들었다면 잊어주세요. 털어놓고 싶은 비밀이 많은 사람입니다.

2019/12/27

시집을 선물받았다.



중학교때였던가, 고등학교때 내 별명은 ‘찔러도 피한방울’ 이었던 것 같다. 
란셋으로 손가락을 찌르고 피 한방울로 실험하는 시간이었다. 정말 찔렀는데 피가 나오지 않아서 붙은 별명이었다. 

제법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로봇’, ‘인조인간’ 같은 별명도 있었다. 파생된 것은 아니고 내가 움직이거나 말 할 때 가끔 사람같지 않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동거인이 종종 나를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자주 그러하다. 


오늘 시집을 한권 선물 받았다. 
이 책을 보고 내 생각이 나서 두권을 샀다고 한다. 

메마른 인간이라 이런걸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내가 ‘요즘 안그래도 시가 땡겼다’ 하자 놀란 눈치다. 

쓸데없는 감정낭비라고 시큰둥할거라 예상했나보다.
나는 꽤 오랫동안 시를 써왔고 수상경력 또한 화려하다. (ㅋ진짜다.)

믿기 어렵겠지만.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거 같지 않은 사이코패스도, 시를 읽는 나도 나다. 

분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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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잠을 잘 못자고 있다.
커피를 줄여야 할까. 

2019/12/26

[제곧내]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꿀잼이다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은 가지 않고 있다. (그도그렇고 요새 아예 지출 줄이느라 여행을 안가고 있음)
그렇지만 종종 일본 손님이 오는데다 중국어 시작했을 때 보다는 덜 힘들 것 같아서 공부하기로 했는데, 이거 완전 꿀잼이다.

간신히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읽고, 간단한 말을 익히고 있는 중인데, 책도 잘 나왔고 영상 강의도 있어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어디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재미없어질 때 까지, 재미있게 할테다.

2019/12/24

뜬금없고 귀여운 선물

받으면 부끄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또 오늘처럼 아무 이벤트 없는 날(연말, 크리스마스 이브)은 기대하게 되는 게 선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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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남좋은 일을 하는 팀이다.
너무 직관적인 표현이기는 한데 (자기 좋은 일 하면서 돈 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싶다만) 실제로 그렇다.

남을 위한 연말 송년파티를 준비할 때 쯤, 나는 멤버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올해의 선물은 혼술 패키지.
(작년에는 직접 만든 미니 화환과 카드 같은 것을 선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외의 소소한 이벤트에 다들 즐거웠기를 바란다.
소주가 너무 작아서 반주 밖에 안되겠다는 피드백이 있어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대자로 준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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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사주니까 그냥 내꺼 내가사야지.' 하면서 책도 사고 문구도 사고 했더니 지출이 너무 크다.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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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제일 기분 좋은 선물은 역시 또박또박 글씨가 적힌 엽서인 것 같다.
동무들이 종종 엽서를 써줘서 집에 모아둔 것들이 있는데 매번 꺼내봐도 새롭고 고맙다.

2019/12/19

킥복싱 8개월차. 불량품 학생일기





드디어 관장님이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ㅋㅋ

"걸어~~~~~!!!!"

스텝과 원투 스트레이트가 기본인데 난 아직도 기본이 안되어 있다.
운동신경에 대해서라면 (무용 교과를 제외하고) 참 한심할 정도로 둔하다.

모름지기 격투기란 타격이 목적인데 타격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에 이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해 보지만, 나의 재능을 탓하기에는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무것도 없는지라 언젠가는 되겠지 생각하며 오늘도 체육관에 나간다.

나도 운동하고 있다며 공유하는 영상, 사진은 언제나 땀에 절어 숨을 헉헉대고 있는 것들이다.
차마 운동 중인 영상은 올릴 수가 없다.

한바탕 뛰고나서 숨을 몰아쉬다가 물을 한 두레박은 마시고 간신히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겉옷을 껴입는다. 

부들부들

2019/12/17

씹어 삼킬듯이 공부하는 법

저마다 공부하는 비법은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1. 설렁설렁 같은 책을 두 번이상 보는 방법
2. 설렁설렁 넓게 여러가지를 보는 법
3. 그리고 씹어 삼킬 듯 한 책을 파는 방법 중에 고른다.

주로 처음에 시도하는 것은 3번인데 어쩐지 하다보면 항상 2번으로 향하게 된다.
싫증을 잘 내고 호기심이 많아서 넓게 보다보면 깊이도 생긴다고 마음대로 믿고 이것저것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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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영어 단어 책 두권과 일어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는 중인데, 3번을 시도 했다가 처참하게 패배하는 중이다.
그냥 재미있어보이는 글을 읽으면서 어휘나 글자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나는 너무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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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 씹어 삼킬듯 공부해 본지가 좀 된 것 같다.

달랑달랑달랑 바둑이 방울

국민학교 다니면서 배운 동요중에 '바둑이 방울'이 있을 것이다.

http://tv.naver.com/v/1983762

'달랑달랑달랑 달랑달랑달랑 바둑이 방울 잘도 울린다.'
'도미미미미미 레파파파파파 미솔솔 솔미 레파 미레도.'

교과서에 틀림없이 가사가 '달랑'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그대로 가창을 했는데 어떤 놈이 웃고 날리다.
'딸랑 딸랑이지 어째서 달랑 달랑이냐'고.

한글도 읽을 줄 모르는 놈인가 했다. 그리고 그게 왜 지가 웃을 일인가. 내가 웃을 일이지.
어이가 없다.

그런 놈들 때문에 학교가기 정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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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생활경제 시간이었다.

명색이 생활경제면 철학이 아니라 경제를 가르쳐야 하는데 얼떨결에 과목을 담당하게 된 한 교사가 늘 문제였다.

'너네는 알뜰하게 중고차를 살거냐, 비싸고 비효율적이지만 새차를 사겠느냐. 중고차 살 사람 손들어봐, 새차 살 사람 손들어봐.'

차량을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하며 워런티나 구매 컨디션이 다양한 법이다.
중고차를 사는게 알뜰하니 당연히 경제 교육을 하는 나는 중고차를 권유한다는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단 말인가.

나는 새차를 산다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알뜰하지 못하고 비도덕적인 자본주의자가 되었다.

그 선생 뭐하고 사나 모르겠다. 알뜰하게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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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절이다.
보기 싫은 부서 놈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대화중에 그런 말이 나왔다.

'우리 할머니가 안동권씨 집안 분인데 서슬이 퍼렇다.'

그랬더니 또 어떤 놈팽이가 낄낄대고 난리다.
'서슬이 퍼렇다니 사투리 좀 하지마라.' 고.

서슬이 퍼렇다는 말도 모르는 놈이 대학 4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 온 놈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옆 사람들의 웃음을 독려하고 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무식한 놈도 유식한 놈도 같이 웃었다. 권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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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서장이었던 상무가 회의중에 그런 말을 했다.

'음력인 24절기로 농사를 지었다. 음력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우리 조상님의 지혜는 역시 대단하다. '

24절기는 양력이다.

나를 포함해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몰라도 알아도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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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에 끝은 있어도 무식에 끝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무식이 권력을 가지면 틀린 정보가 팩트가 된다.

2019/12/11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송년회란 무엇인가..

연말이 되어 참석해야 하는 파티 수가 많아지면 드는 생각. 과연 스타트업이란 무엇이며 심사역이란 무엇인가.

연말이라고 이슈가 없고 안바쁜가, 어째서 파티며 송년회가 이리도 많고, 투자사들은 쉬는 곳이 많으며 단체로 여행가는 회사도 있는가.
게다가 송년회마다 컨셉도 있고 화려하기도 하고 이벤트도 많다.
아.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송년회는 왜 이다지도 많은가.

내 저녁시간을 돌려내라.
놀아도 동무들과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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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놀이 하느라 바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많이 본다.
중요한 일은 생각하기 고통스러우니 하지 않고 회피 하면서, 투자자 만나서 골프 치거나 술먹고 그걸 대표의 고민이라고 괴롭다며 호소한다.
'밑에' 사람들이 자기 마음같이 안움직인다고 험담을 하고, 심리적으로 힘들어 죽겠다면서 제발로 상담소나 병원은 찾아가지도 않고 하소연만 한다.

우쭈쭈가 필요한 그들.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2019/12/10

미루기의 달인

'미루기'가 뭐 대단한 기술이라고 '달인'이라는 표현까지 골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게으름의 끝장을 추구하며 미룬다.

딱히 바빠서라기보다 그저 하기 싫어서 미루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인간 본성에 충실하다고도 할 수 있다.

미뤄서 나중에 몰려 처리하는 스트레스가 큰가, 그렇지 않으면 미리 하는 스트레스가 큰가 생각해볼때, 미루다보면 가끔 일이 없어지는 즐거움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인지 미루기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금방도 미팅 준비 할 것이 있는데, 미팅 바로 전날 저녁으로 미뤄서 캘린더에 등록하고 말았다.

오늘은 정말 숨쉬기도 귀찮은 날이다.
공기도 매우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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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나는 공부를 잘했다.
비평준화 지역이라 그 중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놓은 학교에 다녔는데 그 중에서도 잘 했다. ㅎㅎ

그런데 넘사벽 동무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참고서를 빌리러 갔더니 '나는 이미 한번 봤으니 천천히 보고 언제까지만 주면 돼.' 라는 신기한 말을 했다.

어떻게 공부를 미리 할 수가 있지.

결국 그 친구는 나와 학교는 같지만 아주 좋은 학과에 진학했다.
이래저래 부러운 친구였다. (집도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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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미루다보니 올해도 어영부영 지나갔다.
별 이룬 것도 없이.

2019/12/06

마흔먹은 마녀이야기

마녀가 된 사연

대학때 내 닉네임중에 하나가 ‘열혈잔업 대마왕’ 이었는데 누군가 ‘여자가 왜 마왕이냐. 마녀라고 해야지.’ 해서 마왕을 열심히 썼다. 

그런데 멋진 마녀가 참 많다. 말레피센트도 참 매력적이고. 
그래서 닉네임 쓰는 곳에 여기저기 마녀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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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선심 쓰듯이 ‘딸이라 안낳으려고 하다가 낳았다.’ 할 때마다 ‘왜 낳아서 살게 만드냐. 사사건건 방해만 하면서.’ 하고 서로 독설하는 가족이다 우리 가족이. 
그러하다. 
그때 많은 딸들이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그런 환경이라면 태어나봐야 별로 좋은 꼴 못 볼 게 뻔한거 아닌가. 
나도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를 ‘면목없게 하는’ 존재였다. 딸 낳은 며느리. 


엄마가 ‘면목없어’ 하는 포인트는 두가지가 더 있었는데, 
  1. 엄마는 말띠다. 여자 말띠가 드세다고 싫어한단다. 
  2. 엄마 생일이 정월 초나흘이다. 여자가 해바뀌자마자 태어나서 별나단다. 
거 참. 시집 눈치 볼 일도 다양하다. 


나는 꼬챙이처럼 마르고 비실비실하다가 열한살쯤 되었을때 갑자기 식욕이 올라서 많이 먹고 많이컸는데, (남)동생 먹으라고 할머니가 뭔가를 사다주면 내가 다 처먹어 버린다고 참 싫어하셨다. 
기지배가 대학까지 간다고 뭐라고 하고. 
나중에 할머니 입원했을 때 입원비 수백 투척한건 나였다. 훌륭한 복수였다고 생각한다. ㅎㅎ

낳아놓은 자손이 많으면 뭐하나. 잘처먹던 손녀가 제일 큰 손인데.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는데 보고싶네 우리 할머니. 


중략. 나중에 풉니다. 


나자마자 죽어도 문제, 살아있어도 문제. 
40대, 경상북도 경주 출신 마녀.


나다.  

2019/12/05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자주 하는 생각이다.

특별히 똑똑하게 타고난 것이 아닌지라 노오력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노오력을 한다고 원하는 만큼의 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능력의 한계일 수도 있고 상황이, 정황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올해는 어쩌면 특별한 성과없이 끝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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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는 중단했다. 문법을 배웠더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대화 중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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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여행다니느라 생존 수준으로 조금 할 수 있고 몇글자 읽고 추측할 수 있지만 내가 불법 이민자처럼 언어를 배울 것도 아닌데 너무 게을렀다.
읽는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종종 일본 손님이 오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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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꾸준히는 하고 있다.
단지 하루에 투입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
최근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을 몇번 겪었더니 주눅들었는지 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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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이 너무 둔하고 유연성도 요가 할 때 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빠져서 킥복싱을 배운지 몇달이 되어도 엉망 진창이다.
그렇다고 체력이 특별히 좋아진 것도 아니고 몸에 근육만 더 붙어서 무게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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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잘 모르겠다.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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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런데 하고 있다는 것 보다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싶다.

2019/12/04

누군가의 연예인

나만의 연예인이 몇 있다.
같이 운동하는 멤버, 백엔드 개발자, 한 스타트업 대표, 방송에 나온 그 누구.

남자친구도 아니고(무엇보다 남자가 아니고), 머리에 가슴에 담고 살다가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는 분이 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좋은 방향으로.

연락이 닿으면 닿는대로 가슴 한켠이 뜨끈하고, 또 소셜미디어같은 곳에 올라오는 사진을 봐도 훈훈해지는 그런 사람들이다.

나의 연예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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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이름을 봐도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다가 몇 분 후 아! 하며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소식을 주고 받았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고, 인스타그램도 훑어 보았다 한다.

그이에게 내가 연예인 같은 존재라 했다.

나도 누군가의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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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예인이란 건강보조제 같은 존재다.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 없지만 있으면 든든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working lunch - 밥먹으며 이야기하자고?

이거 진짜 거짓말이다.
대화의 밀도가 뚝 떨어진다.

밥먹으며 스몰토크 하느라 음식에도 집중을 못하고, 식후 디저트 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이야기는 또 빙빙 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테이블에 마주앉아 본론에 충실한 이야기를 짧게 하고 밥먹으러 가는게 더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것저것 탐색하는 것도 좋지만 탐색은 적절히 하고 본론을 이야기해줘야 서로 낭비가 없다.

2019/12/02

촉, 그것은 빅데이터

월말 투자금 집행 예정인 건이 있었다.

무슨 예감이, 불안한 예감이 있었다.
당일 집행이 되었는지 오후에 꼭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은 촉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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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재무팀에서 담당자가 이 건을 누락시키면서 오후까지 집행이 되지 않아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금요일이라 주가 바뀌고, 월말이라 달도 바뀌고 납입되게 생긴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재난이야 아니겠지만 난리는 난리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오늘 아니면 안된다, 오늘 반드시 해달라.' 라는 나의 고집스런 요청으로 은행 마감 10분전에 무사히 투자금이 집행되었다.

외근 중이었는데 이것 저것 대응하느라 (이슈는 꼭 여러개가 한번에 터진다.) 식은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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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촉이 오는 경우가 있다.
감이 묘하면 뭔가가 있다.

누적 경험에 의한 빅데이터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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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났을 때, 몇마디 나눈 후 '쎄~한' 감이 올 때가 있다.

도망쳐야 할 때다.

'에이, 기분탓이려니. 에이 설마 그러겠어.'

설마가 사람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