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9

사각지대

운전할 때 사각지대는, 차의 구조상 백미러로 확인이 안되어서 숄더체크를 해야 하는 곳을 말한다.
애쓰지 않으면 안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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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각지대가 있다.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도 못본척 하는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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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 4학년 1학기에 삼성전자에 합격했다.
대졸공채였기 때문에 입사동기가 많다.

보잘것 없지만 수년간의 개발경력도 있었고, 발악을 하다시피 해서 학사임에도 수원 연구소로 발령 받았다.
운이 좋았다.

그 와중에 제일 친하게 지냈던 한살많은 언니가 아무도 선호하지 않았던 사업부(당시 네트워크 사업부)로 발령 받았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가, 알고보니 파트장의 태도 때문에 문제가 많았던 곳.
인사팀이 나중에 한 말을 빌자면 "분위기가 하도 안좋아서 분위기 좋아지라고 보냈다." 는 것이다.

언니는 귀여운 외모에 다정한 이였다.
어린 아가씨의 용도는 그것이었다.

괴롭히고 또 괴롭혀도 울지 않는 캔디를 기대했는지, 업무 시작하고 부터는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나보다.

결국 부서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했고, 당시 파트장은 협박을 했다.
"너는 부모도 없고, 어디 기댈데도 없으면서, 여기서 잘해야 되지 않겠어?"

평화주의자 인사팀은 아무런 액션도 해주지 않았다.
다수를 불행하게 만들면서 무능력했던 파트장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사정을 잘 아는 동료들도 위로를 할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어디 도움을 호소할데도 없는, 대졸 성인은 그렇게 몇달을 더 버틴 후 결국 퇴사했고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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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도 지옥이 있다.
어떤것도 견딜테니 들어가고만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시스템이 최소한의 방패는 된다.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그것이 제기능을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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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

무력하다.

외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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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건, 내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듯이, 주변을 돕는 것 뿐이다.
가지고 태어난 게 별로 없지만, 인복이 좋아서 학교 졸업 후 일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후배들이 나같은 고생은, 혹은 나보다 더한 고생은 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주위를 살피고 외면하지 말 것.
재능있고 의지 있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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