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1

낯선 사람들을 위해 말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근육통



1월 1일, 운동하는 도장에서 촬영이 있었다.

그 옛날 인기프로그램이던 '미녀들의 수다'에 나왔던 미녀 출연자가 킥복싱을 배워보는 내용인데,
촬영직전에 작가를 만나 준비된 내용을 보니 우리 도장 대표 선수분이 주인공이었고, 같이 운동하는 화면이 필요해서 나는 배경이 된 셈이다.

1월 1일 휴일에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미루고 참석했다. 기꺼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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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프로페셔널한 방송인이 아닌 이상 긴장도 하고 말 수가 줄어든다.
그렇지만 컨텐츠가 무엇이든 제공이 되어야 편집을 하든 자막을 넣든 결과물을 뽑을게 아닌가.

..

결국 나는 말이 많아졌다. 메인 롤도 아니면서.
나는 '말 잘(???) 하는 사람'이니까.
편하게 작가님들과 이야기 할 때는 술술 나오지만,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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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촬영을 할 때는 컨셉도 있고, 끌어내고 싶어하는 이야기도 있다.
거기에 맞춰야 원활히 진행이 된다고 - 몇번의 경험을 통해 - 생각한다.

주부, 다이어트, 호신술.. 이걸 끌어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 회원 대부분은 회사원이거나 개인사업자다.
여성 회원수가 꽤 되긴 하지만 주부의 수는 많지 않다.
즉 원하는 설정대로 대응하려면 노력이 좀 필요하다.

나는 워킹우먼이기는 하나 워킹맘은 아니다.
나는 체중을 많이 감량하기는 하였으나 격한 운동을 지속하면서 최저 체중을 유지 할 수는 없었다.

킥복싱을 배운다고 해서 누군가와 육탄전을 하면 이긴다고 보장할 수는 없고, 나는 주먹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스파링도 못한다. 즉 호신술로의 연결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신 하루의 긴장을 내려주고, 같이 치고받고 운동하는 분들과 많이 친해진다.
회사-집만 왔다갔다 하면 만나기 어려운 인연이다.
이곳은 하나의 커뮤니티다.

재미는 있었는데 지금 너무 힘들다.
낯선이에게,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하면서 에너지를 다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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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회의를 3건이상 하면 그날 저녁은 운동을 꼭 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가 끝이 나지 않는다. 긴장이 전혀 풀리지 않는다.

너무 힘들다.

운동을 하고나면 리셋 버튼을 누른 것 같다. 그만큼 힘든 운동이다.
달리면서, 걸으면서, 수영하면서 딴생각은 할 수 있지만 미트 치면서 딴생각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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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은 와인을 한잔 따랐다.
낯선 이들과 교류하면서 에너지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정반대다.

직업상,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에 의해 순발력있고 처음보는 사람과 회의도 잘하는 인간으로 트레이닝 되었을 뿐, 내 코어에서 타들어가는 에너지량은 엄청나다.

편하게,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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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고나면 잠이 잘 와야할텐데, 잠깐 잠이 들고 땀에 절어 깨기를 반복하고 잘 못잔다.
게다가 근육통을 항상 느낀다. 

근육통을 느끼면 근육이 되고 있는거라던데, 그렇다치더라도 몸이 평화롭지 않아서 조금 괴롭다. 

잘 움직이지도 못했고 걸으면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오던 때와 비교하면 한결 나은 상태지만, 몸도 평화로우면서 건강해 질 수는 없는건가. 

근육통을 느끼면 내가 더 튼튼해지는 느낌이라 싫지는 않다. 다만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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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고 싶은 사람 앞에 두고 긴장감 없이 술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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