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9

쓰레기통에 처넣기

집에 있는 물건 대부분은 내가 아끼는 수집품이었다. 
쌓아두고 어쩌다 꺼내보고 정리한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지금까지는 쓰레기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쓰레기다. 
돈이 얼마가 들었든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미련도 없다. 
쓰레기로 버린다. 

2020/02/28

카페는 집이 아니다



신종 바이러스성 폐렴이 창궐하면서 재택근무 지령이 내려왔다. 
서버 접속용 키를 안가져와서 한번 다녀와야했지만 거의 사무실에는 나가지않고 있다. 

취지에 어긋난다고는 하나 나는 집에 혼자 오래 있으면 괴로워하는지라 그제는 쇼핑몰 카페에 앉아서 업무를 잠깐 했다. 

평일 낮시간대라 더욱 그렇지만 질환자가 늘면서 쇼핑몰에 사람이 없다. 
카페에서 아이스 녹차라테를 한잔마시며 일을 하는데, 그렇게 집중이 잘되고 효율이 좋은 날이 별로 없었다 싶을만큼 잘 된다. 

카페는 비어서 안전하고 나는 집중이 잘 되고. 
이 아이러니한 상황. 

난리통이 진정되기를 바라는 한편 깨진 일상이 즐겁기도 하다. 
업무는 해야지.
오늘은 사무실에 나왔다. 방역도 잘 되어있고 비었으니 안전하다. 

2020/02/22

책 세권, 업무 열두개





주말에 밀린 것들을 좀 하려고 랩탑을 가지고 왔는데, 막상 하려고하니 책이 읽고 싶기도 하다. 
랩탑과 책을 잔뜩 짊어지고 카페에 나와 앉았다. 

'까짓거. 평일에 좀 일찍 나가지뭐. 책이나 읽어야지'

그리고 써놓은 업무 리스트를 펼쳤다. 

… 업무 시작. 
다음주에 폭탄이 될 것 같다. 


몇가지를 처리하고 인내심이 바닥났다.  
책을 집었다. 
들고나온 책은 세권. 
뭘 읽을까. 
조금씩 다 읽어본다. 

  •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읽던 책
작가 임경선과 뮤지션 요조의 교환일기
조금씩 읽고 있다. 특별히 공감하거나 좋다거나 해서 아껴 읽는 것은 아니고 읽기가 편해서 들었다놨다 하는 중.
두 사람의 교감은 여전히 부럽다. 

  • 리부트
‘리더를 위한 회복력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옮긴이 2인 모두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 신기. 
부서진 스타트업 CEO 를 위한 책. 
읽다 중단. 나는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성찰을 이야기하는 책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삶은 의무가 아니다’ 
저자의 41세 동생이 안락사를 결정한다. 불안장애, 우울, 알콜중독으로 삶보다 죽음을 택한 사람의 이야기. 
네덜란드 안락사 과정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책.

2020/02/20

한 사람의 기저에는 뭐가 있을까



하기 싫은 회의를 마치고 난 후에는 단 게 필요할 때도 있다. 
시럽 하나 뺀 스타벅스 더블샷. 
양이 적어서 배가 부르지 않다.
달달하게 벌컥.

--

아주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 바닥이 보인다고 한다.
그 옛날 그때, 20대 중반이었던 그때, 내 바닥은 어땠을까.
복기를 해 봐도 내 기억은 나에게 유리하게 편집이 되었을테니, 모든 변명과 해명을 뺀 정말 바닥이 어땠을지, 한편 궁금하고 한편 들여다 보고 싶지 않다.

그 모습이 흉하지 않으려면, 그 바닥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는데 노력할 것이 아니라 바닥면을 끌어올려두어야 한다.

--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내 default setting 값이 뭘까. 
우울값이 높은 것 같다. 어둡고 잿빛이고 깊은 바닷속 같은 것이 내 기본값.
가만히 내버려두면 주로 우울해하고 슬프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잠시도 유지하지 못한다.

— 

오늘 회의가 좀 많아서 그런가, 기운이 다 빠져서 default 가 될 것 같다.

좋은 팀 만난 것은 긍정적 포인트.

2020/02/17

우리들에게



이 책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래서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서점에 갔다가 무심히 집어들어 가운데부터 읽고 그대로 사왔다. 

두 저자는 각각 음악으로 글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지만, 이 두 사람이 이런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또 출간을 해서, 내가 읽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맙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하는 말인가 싶도록 내 언어와 닮은 말을 한다.

서로 같고다른 생각을 나누는 이 두사람의 교감이 부러웠다. 

2020/02/14

섀도우 복싱

섀도우 복싱은 많이 하면 할수록 결과가 좋았던 프로세스다.
발표를 하든 면접을 보든.
연습문제 풀듯이. 

순발력을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할 듯 하다. 
적어도 요즘의 나는 그렇다. 

혼자 상황을 그려본다. 
그리고 혼자 싸워도 본다. 

예상치 못한 펀치에 나가떨어질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둔다. 

2020/02/13

허기진 아침에 크라상과 커피



아침을 먹지 않는다. 저녁도 잘 먹지 않는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때에 따라서는 아침에 유난히 허기가 지는 날이 있다.
그래도 잘 먹지 않는데, 어쩌다 가끔, 허기를 참기 싫을 때는 회사 1층 카페에서 크라상을 사서 올라온다.

그다지 맛있지는 않지만 먹을만한 정도의 빵이다.
오늘은 커팅을 해 주겠다고 해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크라상은 자르지 않으면 먹기가 좀 불편하다.

안먹던 빵을 아침부터 먹었더니 어지럽다. 당폭풍이라도..? 그렇게 빨리 소화가 되나?

글자 그대로 '먹고 사는' 일상 중에 유난히 허기진 날이 있다.

2020/02/10

기동력 후 기다림



오늘, 기다리고 있었다. 


내리 1년동안 운전을 못했다. 
작년 초, 운전을 하다가 몇가지 상황이 생겼다.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 했고, 종합병원 심장내과에서 이틀에 걸쳐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의사는 비웃듯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검사 예약을 잡고 결과를 듣기까지 한달이 간 듯 하다. 

며칠에 한번, 운전하지 않을 때도 가끔 멎는 듯한 증상이 있었는데 단 이틀을 모니터하고 꾀병엄살환자 취급을 했다. 
이대로 죽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증상은 심했는데, 주 4-5회 킥복싱 뛰는 사람이 심장이 멎는 것 같다니, 그게 웃겼나. 

몇가지 검색을 하고 공황을 의심했다. 

1년동안은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나만 위험한 게 아니었으니까. 

아니 중간에 한 번 시도 한 적이 있었는데, 식은 땀을 흘리고 그만 두었다. 


2주 전부터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동선이 짧아진 것도 싫고, 어쩐지 독립적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내내 들었다.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이유도 생겼다. 
조심조심 다시 해 보기로 했다. 

고향집(경주)에도 운전해서 다녀왔다. 

고속주행을 하면서 느꼈는데 나는 역시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신경은 둔하지만 레이서 기질이 다분하다. 

드디어 오늘은 여행 다녀온 이를 마중하러 인천공항에 왔다. 큰 무리는 없었다. 

내 기동력이 돌아와서 기쁘다. 
마중도 나올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2020/02/09

방하나 거실하나

지금 살고있는 집은 깨끗하고 관리 잘되는 5동짜리 빌라의 15평짜리 분리형 원룸 월세다. 

이전에 역삼동 전세집은 넓어서 평수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집 거실보다 작은 곳으로 이사오면서 가구를 포함해 많은 것을 버렸다. 
그래도 지금 거실은 책장과 짐으로 가득해서 어떤 이유로 잠시 들른 사람은 이사를 나가거나 들어오는 것으로 오해한다. 

책도 좋아하고, 귀여운 컵도 많고, 문구류 폭탄에, 뜨개질이나 바느질같은 취미도 있고, 소소하게 에코백을 포함한 가방들도 모여서 큰 산을 이루었다. ㅡㅡ;;

늘 필요하진 않더라도 생활하면서 어쩌다 필요한 것들이 합쳐지니 물건 찾기도 어렵고 동선도 불편하기 짝이없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몇개 사서 쓸어 넣기로 했다. 안쓰는 것들은 모두 독한 마음먹고 쓸어 넣기로. 
책도 정리해야겠다. 

가끔 중요한 가전 몇개를 제외하고 죄 폐기한후 세간을 다시 꾸리고 싶어진다.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때가 있다. 

Be myself

나를 일으키는 한마디가 있다면 ‘나로 살자.’ 정도가 있을것 같다. 

어떠한 상황을 마주하면 빠르게 상황 스캔을 마친 후 객관화된 ‘나’를 부른다. 

—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손해가 적은 방향으로 결정한다. 그 손해가 비록 나에게 발생하더라도. 
비겁하지 않다. 
옳다고 믿는대로 행동한다. 
타협하지 않는다. 
대의를 추구한다. 
태어난 생명을 사랑한다. 
타인이 치르고 있는 전투를 경중 평가없이 존중한다. 
소중한 것은 나를 희생해서라도 지킨다. 

나는 자신있다. 
나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아직 한계를 경험하지 않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지만 무지와 무례에 적대적이다. 
나의 무지와 무례를 인지한다면 빠르게 바로 잡기위해 노력한다. 거부하거나 핑계대지 않는다. 
내게 확신이 있다면 타인의 평가나 비난은 두렵지 않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때마다 객관화된 나를 불러 물어본다. 어떻게 하겠냐고. 
늘 가까운 곳에 있어서 답을 얻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사람이다보니 행동하기를 망설일 때도 있다. 그러나 오래 끌지는 않는다. 

현재의 가장 좋은, 혹은 덜 나쁜 답을 찾는다. 

큰 경제적 이득을 포기해야 할때도 있었고, 소중했던 관계를 끊어야 할 때도 있었고, 나 자신과도 같이 사랑했던 일을 그만둬야 할 때도 있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그렇게 산다. 

2020/02/07

'겨울같이' 추운 겨울 날

올 겨울은 신기할 정도로 춥지않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비교적 잘 지냈다.

물론 사무실은 오로지 나 때문에 난방기가 계속 돌고 있다.
다른 동료들은 종종 껐으면 하는 것 같은데, 그럴때마다 나에게 춥지 않은지 물어봐준다.

그러다 요 며칠, 영하 9도, 12도로 내려가면서 매우 추웠다.
오늘은 좀 나아진 것 같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게 당연한, 4계절 분명한 나라에 '평생'을 살았으면 추위도 적응이 될 법 한데 도무지 추운 것은 적응이 안된다.

그러나 춥다고, 비 온다고, 눈 온다고 일정을 바꾸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하려던 일을 빼먹는 경우는 없었다.

찬바람이 쌩쌩부는 바깥날씨는 참겠는데, 냉랭한 기운이 도는 실내는 온 몸이 아파오는 것 같다.
그 공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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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것은 참을 만 하다.
홍콩에서도, 대만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덥고 습한 곳에서 뜨거운 국물 요리 먹는 것도 꽤 즐겼던 것 같다.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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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것은 그게 무엇이라도 견디기 버겁다.
공기도 분위기도.

2020/02/06

작은 부상 3

관심이 많을수록, 애정을 많이 쏟는 대상일수록,

상대적으로 부상은 자주, 깊게 입는다.

2020/02/03

웃어라 만두야

너의 웃음지뢰.

나의 운동 영상.

* 본 포스팅은 나의 오랜(30년+alpha) 친구인 만두를 위한 웃음 헌정 포스팅입니다. 



ㅈㅎ씨가 손으로 장난치는 바람에 ㅋㅋㅋ
손이 들어가버림.


웃어라 동무야.

살은 좀 더 빼야겠는데 잘 안빠지네. 무거워.

4라운드 미트잡고 4라운드 뛰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는 힘들어서 다리가 안올라간다.

김관장 만세. 나를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고 있다. 

2020/02/02

놓아주어야 할 것들



나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글을 써 왔다. 
첫 대외 백일장 수상은 국민학교 3학년때 했고, 5학년 때는 전국백일장 장원을 처음으로 해 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날까지 장르불문하고 글을 썼고 상을 받았다. 

학교 성적과는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해서 집에서는 내놓고 싫어했다. 

당시에는 꾹꾹 눌러놓은 감성을 표출할 곳이 종이밖에 없었다.
교과를 따라가는 것 외의 에너지는 모두 글에 쏟아부었다. 
틈만 나면 썼고, 노트를 채웠다.
글을 빼면 나는 냉정하고 말라붙은 인간이었던 것 같다. 

문예부 활동을 하면서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학생 동아리란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기 마련인데, 나는 글 쓰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선배동기들 중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외 백일장에서 수상한 글은 그 학기 문집에 실어주는데, 수상을 여러건 한 학기에는 '네 개인 문집이 되면 안되니 한 건만 싣겠다.'며 불편해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김에 옛날 문집과 액자에 걸린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슬펐고, 찬란했고, 답답하고 불안한 내가 거기 있다. 

가끔, 아주 가끔 그때의 내가 드러날 때가 있다. 
보내줘야 하는데 아직도 보내지 못했다. 

저 문집들, 낡고 삭아서 버려야 할 것 같다. 
같이 보내야겠다. 

다시 들여다보고싶지 않은 것들이 참 많다.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놓아줘야한다.
이제 나를 떠나줬으면 한다. 

나는 현재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