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2

업무란 - 꿈과 환상의 세계로

보스2 - 저 하늘에 물을 잔뜩 먹인 붓으로 점을 하나 찍고 되게 하라고 한다. 그러면 다들 각자 좋을대로 해석한다. 

어떤 선생 -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자기가 상급자니)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추상화를 그려놓고 세밀화로 바꾸라고 한다. 

보스1 - (이게 맞는거냐 물으면) 위에서 시키는거니까 닥치고 일단 세밀화로 바꾸라고 한다. 뭘 시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도 판단할 수 있는 완벽한 근거를 대줘야 한다고 한다. 


추상화에서 세밀화로 넘어가는 과정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들 좋을대로 해석할 뿐이다. 뭘 제시해도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저 하늘에 점을 하나 찍으면 이 땅에 세밀화로 만드는 걸 해야 되는데, 그려가면 그게 아니라고 할 것이 뻔하며, 그리는 것도 미션 임파서블이다. 


구름은 강아지를 닮았을 수도 있고, 용을 닮았을 수도 있고, 존재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게 지금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전세 준 집을 팔고 퇴직할까 생각 중이다. 

2023/03/08

기막힌 이야기



1. 동거녀와 신점을 보러 갔다.

딱 들어가자마자 묻는다.

"아들?"

...

보기도 전에 신뢰 와장창 됨.


2. 약국에 약을 사러 갔다.


약사 아저씨 : 아들은 이거 먹고..

나 : ...? 여자..

약사 아저씨 : 아 미안미안, 딸은 이거 먹고, 엄마는 이거..

나 : ... @.@;;; 칭구..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쌍화탕 두개 줌.


3. 이사 온지 어언 일년 반.

오랜만에 동거녀가 출근하느라 엘리베이터에 서있다가 옆집 아줌마 만남.

동거녀 : 안녕하세요?

옆집 : 학교 가요?

동거녀 : ... 회사...

옆집 : 어머.. 중학교 다니는 남학생 있지 않았...? 어머? 미안해요!!

동거녀 : 아뇨, 친구랑 살아요;;;;


옆집 아줌마는 아직도 동거녀가 여잔지 모를듯.


4. 동거녀 울산 출장을 따라갔다.

갑자기 노래방을 가고 싶다는 동거녀.

맥주가 한잔 먹고 싶었던 동거녀가 맥주를 주문하자 신분증을 달란다.

화장실이 어디냐 묻자 남자 화장실을 알려준다.

....

난 졸지에 미성년 남자애 데리고 술마시러 노래방 온 여자 됨.

투비컨티뉴드.



2023/02/07

40문 40답 - 트위터 유행 질문 답변

  1. 본인의 mbti - entj. 20년쯤 전에 한건데 외부적으로 보이는건 이게 맞는거 같음.
  2. 연인과 헤어지면 남남 vs 친구로 남는다. - 통계적으로는 친구가 되었음.
  3. 낮을 가린다 vs 안 가린다 - 많이 가리는데 안가리는척 잘함.
  4. 헤어진 연인이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내고 다닌다면? - 파묻어버린다.
  5. 사주를 믿나요? - 반정도? 그리고 사주를 내가 직접 봄.
  6. 가장 행복했던 나이 - 지금.
  7. 간장게장 vS 양념게장 - 둘다 좋아하는데 양념게장을 더 잘 먹는듯.
  8. 부당한 일이 있으면 제때 바로 말하는 편 vs 참는편 - 참긴하는데 그 시간이 길지않아서 주로 바로 짖는것처럼 보임.
  9. 길거리에 만원이 떨어져있으면 줍는다 안줍는다. - 당연히 주워야지.
  10. 이런 사람이랑은 사귀고싶다? - 막내스타일을 좋아하는듯함.
  11. 이거는 아무리 친해도 못 참는다 하는 행동? - 길거리에 침뱉거나 음식 더럽게 먹는 것.
  12. 친했던 친구에게 영문도 없이 싹 다 차단 당했다면? - 무슨일 있나?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않나보다. 한다.
  13. 친구가 기분 나쁜 장난을 친다면? - 정색하고 하지말라고 한다.
  14.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면 ? - 알게뭐야. 혼자 잘논다.
  15. 배우고 싶은 언어 - 파이썬
  16. 음식/디저트 먹으러 갔을때 사진을 찍는 편? - 맛있어보이거나 예쁘면 찍음.
  17. 가고싶은 여행지 - 말레이시아. 베트남.
  18. 요즘 자주 듣는 노래? - 음악을 안듣는 편인데 요즘은 스파링 영상 배경음악으로 쓰려고 태국노래 가끔 들어봄.
  19.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 - 질병이 ‘끝난다’는 말을 이해 못함.
  20. 덕질할 때 한 사람을 주로 좋아하는 편 vs. 여러명을 좋아하는 편 - 한명
  21. 보통 잠드는 시간은? - 12-1시
  22. 보통 잠에서 깨는 시간은? - 4:30-5:30
  23. 지금 닉네임 뜻? - 아톰. 닮은 캐릭터. 팔다리 짧은 아동형 체형.
  24. 빠짐없이 하는 하루 루틴 - 일어나서 아침먹고 일하고 운동하고.
  25. 트위터 하면서 써왔던 닉네임? - ‘정신분열’을 뜻하는 말이 들어간 닉을 써본적 있음.
  26. 올해 가장 기뻤던 일은? - 올해가 얼마 안되어서. 글쎄. 기쁜게 뭔지 잘 모르는데. 작년에는 동거녀 대학원 합격 확인했을때.
  27. 친한 트친이 갑자기 블락했다면? - 이유가 궁금하기는 할 것 같은데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28. 트친이랑. 말 놓기로 했는데 트친이 까먹은 것 같다면? - 알려줘야지.
  29. 올해 가장 슬폈던 일은? - 슬픈것도 잘 모름.
  30. 만나보고 싶은 트친이 있는지? 그 이유는? - 궁금한 사람이 너무 많은걸.
  31. 고백을 하는 편 vs 받는 편 - 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고백을 받았을때 받아준적이 한번도 없어서.
  32. 거슬리는 트친이 있나요? - 거슬린다기보다, 나한테 라이벌 의식이라도 있는지 가끔 갸웃하게 하는 사람은 둘 있음.
  33. 헤어질때 차는 편 vs 차이는 편 - 주로 내쪽에서 이별통보
  34. 이런 친구는 손절하고 싶다? - 계급의식 있는 사람. 사람 깔보는 사람. 인종차별하는 사람.
  35.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 나를 어느정도의 무게로 인식하는가. 소중하게 생각하는가.
  36. 사람 볼 때 중요시 하는 것? - 논리가 있는가.
  37. 시험공부 벼락치기 vs. 미리미리 - 완전 벼락.
  38.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썸 기간은? - 3개월 정도?
  39. 내가 생각하는 내 mbti와 가장 잘 들어맞는 특징은? - 추진력
  40. 썸탈 때 가능한 스킨쉽? - 썸타는데 어떻게 스킨십을 해요???

2023/02/06

초간단 초코렛 만들기

정월대보름 겸 발렌타인 선물로 초코렛을 만들어보았다.

굉장히 오래전에 만들어보고 오랜만에 해봤는데 결과물이 나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다이소에 이 시즌쯤 되면 재료를 널어놓고 판다.

초코렛 커버춰를 밀크와 다크 1:1로 섞어서 만들었다. 한종류만 해도 되지만 괜히 섞어보고 싶었다.

피땅콩을 까서 지퍼백에 모은 후 싱크대에 놓고 컵 바닥으로 인정사정없이 깨부숴준다.

사실 이번 초코렛의 맛은 땅콩이 큰 몫을 했다. 가루보다는 깨넣는 것이 씹는 맛이 좋다. 막 까서 깨넣었기 때문에 고소한 맛도 더해준다.

그것도 귀찮으면 다이소에 깨놓은 땅콩도 판다. 나는 이것도 섞었다. 넣지 않아도 된다.

밀크와 다크를 각각 340ml 커피 종이컵에 부어넣고 전자레인지로 2분씩 돌렸다.

그러면 녹아서 흐르는 상태가 된다.

한쪽 컵에 녹은 초코렛 위로 땅콩 깬 것을 부어넣고 그 위로 다른 컵의 초코렛을 부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섞는다.

초코렛이 굳기 전에 다이소에서 산 가장 작은 사이즈의 베이킹 종이틀에 부어넣는다.

베이킹틀은 평평한 트레이 위에 가지런히 미리 줄을 세워놓고 작업하면 편하다. 한번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양을 넣으면 초코렛이 두꺼워서 씹을수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부어놓고 잠시 두면 위가 굳는다.

그때 스프링클을 위에 솔솔 뿌려주면 된다.

그런 다음 냉장고에 넣고 굳혀준다.

4구 초코렛 상자는 다이소에 팔고 있다.

이 상자는 유산지 틀을 포함하고 있는데, 반드시 초코렛이 굳기 전에 자기자리에 넣어주어야 한다. 초코렛이 굳어서 모양이 잡혀버린 후에는 넣을수가 없다.

초코렛이 다 굳으면 포장을 한다.

1구가 들어가는 투명창이 있는 박스는 사전에 쿠팡으로 주문해두었다. 간단한 선물용으로 딱이다.

리본으로 묶어준다.

이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일만 남았다. 땅콩이 씹히는 고소하고 달콤한 초코렛이 완성되었다.

2023/02/04

할머니 킥복싱 체육관

나는 굉장히 계획이 불분명한 장래희망이 있다.

할머니를 위한 클래스가 있는 킥복싱 체육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1. 치매는 소셜활동과 체육활동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2. 범죄는 주로 약해보이는 상대를 향해 발생한다.
  3. 아직 노인을 위한 사회활동과 체육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시장성이 좋다.

정도가 있을 것 같다.

1인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 활동은 있으나 그 와중에 복지사들에게 내려오는 규칙 같은 것이 있다.

독거노인과 성별이 다른 복지사는 혼자서 방문하지 말 것.

어느 경우이든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공익요원이 여성노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발생한 사례가 있는 노인 대상 성범죄. 피해 할머니는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무기력하다.

노인에게 누가 ‘꼴려서’ 그런 짓을 하냐고? 성범죄는 성적 욕구에 의해 발생한다기 보다 약자에 대한 폭력에 가깝다. 그리고 하위 직원에 의한 상급자(여성)에 대한 피해가 심심치않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 사회적 지위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은 약자인 모양이다.

킥복싱을 배운다고 싸움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여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할머니들을 전사로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할머니들은 ‘쉬운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첫째로 범죄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피해를 입으면 신고를 하고, 진술을 하고, 증거를 제출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 피해상황을 알릴 수 있는 최측근이 또한 있어야 한다.

할머니들의 네트워크, 할머니들의 자신감, 할머니들의 기세를 위해 단체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장도 할머니, 관원도 할머니인 클래스가 있는 체육관.

멋있지 않나?

울 관장님 어록5

체육관 공주회중 4인은 조만간 방콕 여행 예정이며 무에타이 클래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관장님 : 부럽다. 카오산로드 길에서 웃통까고 맥주 마시면 맛있는데. 

나 : 어차피 우리는 웃통 못까잖아요. 여자 넷이 웃통까고 그러고 있으면 신고 들어갈걸요. 

관장님 : 아 여자지 (대폭소)

나 : 얼마나 무섭겠어. 여자 넷이... 그러고 있으면. 

... 

정말 무서울거 같은데. 근육쟁이 여자 넷이 웃통까고 맥주마시고 있으면. 

2023/02/02

어이 아줌마! vs. 사모님

먼저 밝힌다.

둘다 불쾌하다.


아줌마는 멸칭으로 많이 쓰인다. 상대를 기분나쁘게 하려는 의도가 있을때.

30대 초반, 언젠가 버스를 탔는데, 승차 쪽 문에 사람이 많고, 버스 뒤편에 공간이 넉넉하길래 뒷문으로 탄 적이 있다. 기사가 소리를 지른다.

“아가씨! (뜸들이고 씩씩대며) 아니 아줌마! 앞으로 타요 앞으로!”

‘얼굴을 보니 아줌마네’ 보다는 더욱 열심히 멸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더 말하기도 싫어서 한번 쳐다보고 말았다.

회사에서 동료를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법원에서 경고를 먹은 사람이 있었다. 왜 ‘아저씨’는 멸칭이 아닌데 ‘아줌마’는 멸칭일까. 그렇게 쓰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 스타트업 밋업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정신나간 작자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담 어디갔어? 응? 마담?’ 이라고 나를 뒤져 찾은적이 있었다. 마담은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원 뜻은 존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유흥주점에서 여자를 부르는 호칭이다. 물론 그 작자는 마담이 원래 존칭이라며 뻔뻔하게 나의 항의에 답했지만.

지금이라면 쌍욕을 하겠지만, 당시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일종의 서비스 상태였기 때문에 그정도로 하고 넘어갔다. 마담도 그래서 멸칭이다.


이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온 이들도 모두 ‘아줌마’로 퉁쳐진다.

도로위의 김여사도, 맘충도 멸칭이며 그 레벨은 아줌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하철에서 영감들하고 시비가 붙었을때도 나의 편을 들어준건 아줌마였다. 교환학생 시절에 배탈이 단단히 난 나를 위해 화장실의 인파를 헤치고 내가 먼저 화장실을 이용하게 해 준 사람도 홍콩의 아줌마였다. 나는 아줌마들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하루는 회사 정문앞에서 택시를 불렀다. 많이들 사용하는 카카오택시가 아니라 우티를 이용해서 불렀는데, 타자마자 기사가 하는 말이

“사모님 많이 세련되셨네요. 우티는 잘 모르던데.”

대기업 삐까번쩍한 건물 정문앞에서 택시를 불렀는데, ‘아줌마가 어떻게 이런걸 다 쓰냐’는 식이다. 우티는 우버계열 택시 서비스인데, 우버는 누구나 다 쓰는거 아닌가. 기사는 내가 큰 IT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나보다.


사모님은 사장님에 대칭되는 말이다. 부동산에 가도 여자는 사모님, 남자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내가 돈을 쓰는데 왜 나는 사장이 못되나. 남편이 돈 벌어오고, 팔자좋게 돈 쓰는 모양이 상상이 되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왜 그렇게 일반적으로 쓰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 물론, ‘사모님’도 때에 따라서 자주 멸칭으로 이용된다.


그 호칭이 뭐가 문제냐고? 멸시하는 의도가 아닌데 왜 그렇게 듣냐고?

굳이 ‘선생님, 사장님’ 같은 호칭을 두고 ‘아줌마, 마담, 사모님, 김여사, 이모, 언니’ 같은 호칭을 쓸 때,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과연 바닥까지 까놓고 솔직하다면 사람을 낮추어보는 의도가 없는 것인지.

2023/01/30

힘빼고, 심호흡하고, 릴렉스

“왜 이렇게 긴장을 하고 있죠? 긴장 풀고…”

스트레칭, 웨이트 선생님이 당황스럽게 묻는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고 짧아져 있다. 그리고 나는 긴장을 푸는건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른다.

오랜 회사 생활로 승모근이 딱딱하고 두통을 유발했다. 킥복싱을 하니 킥을 차야 하는데 다리가 안올라간다. 둔부근육이 짧아져있고 요추가 뻣뻣하다고 한다.

말이 빠른 편이다. 한 호흡에 많은 단어를 말한다.

요즘은 화상회의를 주로 하다보니 또박또박 이야기해야 해서 속도면에서는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정확히 전달을 하려다 보니 그 또한 긴장상태의 연극배우처럼 내지르는 발성이 된다. 게다가 난 경상북도 사투리 억양을 구사하는 관계로 여차하면 화가 난 것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정확하게, 빠른 호흡으로 말하지 않으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사나워야 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적어도 내 스스로 그런 모양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업무 능력 면에서는 꽤 인정을 받았고, 운동은 적어도 성실함 면에서는 아무도 나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지만, 각종 부작용도 겪어야 한다. 대체로 굳어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 특히 후배들이 어려워할 때가 있다. 윗사람들은 어려워하거나 말거나 내 관심사가 아니므로 그들이 알아서 할일이다.

나는 긴장을 푸는 법을 잊었다. 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연습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일을 시작하면 긴장상태로 몰아치는 것이 미덕인 줄로 알았다. 어쩐지 늘어져있는 모양은 게으름인 것만 같다. 힘을 주고 빼는 것을 못하다 보니 수영을 할 때, 맨몸으로 떠서 전진하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개발자, 엔지니어로 오랜 기간을 살았는데, 문제가 하나 생기면 밤을 새도 해결이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지는 없었다. 밤샌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밤새는 정성도 없이 뭐가 안되니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근래 (코로나19로 쉬었던 2년을 제외하고)몇 년은 킥복싱을 하고 있는데 격투운동이다보니 치고박고 기세 싸움을 할 때가 많다. 운동신경이 둔해도 너무 둔해서 엄두가 나지를 않아 스파링도 한참 늦게 시작했다. 상대와 때리고 맞고 하면서 때려도 들어가고, 맞아도 들어가고,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맺집이 많이 필요하다.

‘나이도, 썩어빠진 운동신경도 다 핑계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덤비자.’ 이게 내 주 마음가짐이 되었다.

작년 킥복싱 경기를 하느라 체급조정을 했더니 체중이 60kg~47kg 을 왔다갔다했다. 살 빼는 건 쉬운 일이었다. 안먹으면 된다. 이후 벌크업 한답시고 근육 운동을 하며 신나게 먹고 지금은 다시 과체중 상태가 되었다. 빼야하면? 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음력설을 앞두고 몸살감기가 지독하게 왔다. 쉬어야 하는데, 진통제를 종류별로 먹고 운동을 하러 갔다. 덜 움직이니 더 아픈것이라며 몰아쳤더니 결국 어제는 의사가 처방해준 링거를 꽂았다. 그 전날, 웨이트, 스트레칭 코치 선생님은 운동하러 온 나를 쫓아냈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다며. 이 코치 선생님은 ‘근육은 부드러워야 한다.’는 말을 나에게 처음 해 준 사람이다.

사람 의지로 안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근육은 두껍기만 해서는 안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도 근래에 알았다.

나이를 먹으며 육체적인 성장은 멈추고 노화가 진행되지만, 정서적, 지식적인 면에서의 성장은 계속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또 배웠다. 힘빼고 지내야 하는 시간도 있다는 것을.

힘빼고, 심호흡하고, 릴렉스.

2023/01/27

엄마는 상장을 방바닥에 던지곤 했다.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에 나는 딱히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것이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유치했고, 소란했다.

어릴 때 많이 아팠다고하고 거의 병원을 밥먹듯 드나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엄마는 나를 아예 뛰지도 못하게 했다. 조금만 상태가 좋지 않으면 물도 삼키지 못할 만큼 편도가 부어올랐고 고열이 끓었다. 유치원에 갈 때도 원복 치마가 아닌 골덴바지를 입혀 보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어떻게 어린이가 저렇게 촌스럽고 못생겼나 싶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은 구석 다락방에 올라가 쌓여있는 책을 읽는 것 뿐이었다.

어디선가 얻어온 책곰팡이 냄새가 나는 책, 전집, 세월지난 잡지들이었다. 활자중독에 가까워서 읽은 책을 외울 때까지 다시 읽는 것은 물론이고 읽을 것이 없으면 전화번호부라도 읽었다. 용돈을 모아 내가 스스로 책을 살 수 있을때까지 다락은 얻어온 책들로만 채워졌다.

다락은 조용했고, 방해받지 않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우리말로 된 모든 책을 읽다보니 관심사도 넓어지고, 아는 것도 많아졌다. 어린이는 어린이 책을 읽어야한다? 사치였다. 어린이 책은 새로 사기에는 너무 비쌌다. 백과사전을 포함해 닥치는대로 읽었다.

이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은, 약간의 염세적 성향, 반항심,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지적 우월감, 그리고 주변이 견딜수 없이 유치해진 것이다.

아무튼 다독한 덕분에 일찍부터 글을 쓰기도 했는데, ‘계몽사 전국 백일장’이 내가 최초로 참가한 글쓰기 경연이었던 것 같다. 그것을 시작으로 초, 중, 고 내내 시, 웅변문, 산문, 독후감을 쓰고 수상했다. 그 뒤로는 해 볼일이 없었지만 전국 1등도 했다. 집에 상장과 트로피가 쌓여갔다.

성적으로 전교1등을 하면 부모님이 반겼다. 전교생 앞에서 상을 받으니 자랑할 거리도 되고, ‘내가 애를 잘 키웠다.’는 것에 그만한 증거가 없었을테니까. 그런데 그 이외의 수상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내가 ‘또’ 전국 백일장에서 수상을 해 상장을 받아 내밀자, 엄마는 상장을 방바닥에 던졌다.

“아빠 보여드리게 놔둬라. 공부나 똑바로 하지.”

포항 모처에서 주최한 그 백일장은 심사위원들이 지역편파 심사를 하여 포항지역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주고 그 외 지역은 간신히 한두작품만 선정해주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또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아주 귀한 상이었다.

엄마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저학년때는 ‘참잘했어요’ 도장에 집착을 하고, 그 이후에는 점수와 등수에 집착을 했다. 아빠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입장이었던 것 같다. 동의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행동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실적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 내 동생의 성적 밖에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상장이 방바닥에 던져지고, 공부외 모든 활동이 거부당하면 꺾일 법도 한데, 나는 정말 줄기차게 글을 쓰고, 문예부 활동을 하고, 과학경시대회를 나가고, 동급생의 학생회장 선거 캠페인을 도왔다. 그리고 책을 죽어라 읽었다.

엄마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아주 짜증난 표정으로 나에게,

“너는 책을 그만큼 읽는애가 왜그러냐?”

라는 말을 가끔 했다. 책을 읽는 아이는, 공손하고, 예의바르고, 생각이 깊고, 얌전하며, 엄마가 원하는 모습의 딸일 것이라 상상했겠지만, 그것은 나를 모르고, 책을 몰라 발생한 착각이었다. 책이 보여주는 세상은 다채로웠고 컸다. 알고나면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점점 더 정서적으로 독립했고, 대학시절 잠을 줄이고 회사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독립해나갔다. 단단히 홀로 서고 싶었다.

더우나 추우나 단독주택 다락방에서 책만 끼고 살았던 시절이 나를 5할쯤 만들어 놓았다. 그 나머지는 세상밖에서 배운 것들이다. 나는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고 새로운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시에 다락에서 나오지 않는 나를 방해하지 않았던 것이 고맙고, 무엇보다 그런 다락을 나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서재가 있고,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살고, 원하면 언제든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사서 볼 수있지만, 당시에 몇 번 씩 읽고 또 읽었던 그 독서의 재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립지는 않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런 재미가 있었다는 기억으로 충분하다.

2023/01/24

우리들의 시상식

사건의 발단은 매우 단순했다.

같이 운동하는 체육관에 자영업자 아가씨 하나가 ‘우리도 시상식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라고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이하 ‘초미녀’ 라고 칭하겠다.)

자영업자도 월급쟁이도 일상에서 칭찬을 받거나 상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잘했다는 말한마디 듣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 시점에 나는 매우 바빴다. 회사 업무가 쌓여있었고, 마감해야 할 서류도 많았다. 재택근무 중이나 온라인 미팅이 너무 많았는데, 초미녀의 아쉬워하는 한마디에 미팅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먼저 간단한 앙케이트를 준비했다. ‘우리 중에 아직은 어색하지만 가장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가장 귀욤뽀짝한 사람은?’ 따위의 시덥잖으나 애정을 담을 수 있는 질문과, 몇개의 주관식 질문으로 폼을 완성했다. 앙케이트 폼을 그룹창에 올리자, 그때부터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결과 공유는 사흘후 주말로 예고 했으나 모두들 답변을 굉장히 빨리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 당일 저녁에 결과는 공지하였다. 동시에 시상식 일정도 공지했다. 이사를 하면서 체육관을 옮긴 동무까지 모두 참석을 약속했다.

그 다음으로 금박 상장, 미니 트로피, 미인상을 수상한 친구들을 위한 왕관과 보석이 잔뜩 박힌 장식봉, 조화로 만든 꽃다발, 화환, 신권 천원을 넣은 복돈 봉투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오로지 내 생각은, 장난스럽지만 시상식은 시상식답게 꾸미는데 집중했다. 업무는 업무대로 지장없이 해야했기 때문에 야간까지 준비는 이어졌다.

앙케이트는 모두에게 돌렸으나 상의 이름을 짓고 상장에 들어가는 글귀는 모두 나의 몫이었다. 모두가 칭찬받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장점을 간결하고 재미난 문장으로 만들어서 상장에 넣을 수 있을지가 주로 고민했던 부분이다. 시상식 당일 아침에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시상식은 저녁 운동이 끝난 후 근처 족발집에서 이루어졌다. 그 족발집은 음식이 맛있고, 홀이 작았다. 마침 다른 손님들도 없어서 우리끼리 시상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관장님까지 도착을 하고 시상식은 시작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호명하고 상 이름을 읽고, 상장 내용을 읽은 후 부상과 함께 시상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2023 연초연예대상’ 시상식은 너무나 성공적이었고, 저마다 친구들의 칭찬을 잔뜩 받았으며 맛있게 먹고, 기분좋게 그날을 마무리 했다.

이 모든 작업을 완수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

내가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은 ‘기획자’라고 칭하고 다니는데, 내가 가장 기획자다운 순간이었다.

재능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동무가 내 사진을 합성해 위대한 개츠비를 만들어주었다. 파티를 열고 모두를 즐겁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잊을만 하면 다시 한번 앙케이트를 하고, 또 새로운 칭찬거리를 찾아 낼 것이다. 그리고 또 상을 줄것이다.

그 누가 주는 상보다, 친구들이 주는 상이 소중하다.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동무들과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