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매우 단순했다.
같이 운동하는 체육관에 자영업자 아가씨 하나가 ‘우리도 시상식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라고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이하 ‘초미녀’ 라고 칭하겠다.)
자영업자도 월급쟁이도 일상에서 칭찬을 받거나 상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잘했다는 말한마디 듣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 시점에 나는 매우 바빴다. 회사 업무가 쌓여있었고, 마감해야 할 서류도 많았다. 재택근무 중이나 온라인 미팅이 너무 많았는데, 초미녀의 아쉬워하는 한마디에 미팅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먼저 간단한 앙케이트를 준비했다. ‘우리 중에 아직은 어색하지만 가장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가장 귀욤뽀짝한 사람은?’ 따위의 시덥잖으나 애정을 담을 수 있는 질문과, 몇개의 주관식 질문으로 폼을 완성했다. 앙케이트 폼을 그룹창에 올리자, 그때부터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결과 공유는 사흘후 주말로 예고 했으나 모두들 답변을 굉장히 빨리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 당일 저녁에 결과는 공지하였다. 동시에 시상식 일정도 공지했다. 이사를 하면서 체육관을 옮긴 동무까지 모두 참석을 약속했다.
그 다음으로 금박 상장, 미니 트로피, 미인상을 수상한 친구들을 위한 왕관과 보석이 잔뜩 박힌 장식봉, 조화로 만든 꽃다발, 화환, 신권 천원을 넣은 복돈 봉투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오로지 내 생각은, 장난스럽지만 시상식은 시상식답게 꾸미는데 집중했다. 업무는 업무대로 지장없이 해야했기 때문에 야간까지 준비는 이어졌다.
앙케이트는 모두에게 돌렸으나 상의 이름을 짓고 상장에 들어가는 글귀는 모두 나의 몫이었다. 모두가 칭찬받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장점을 간결하고 재미난 문장으로 만들어서 상장에 넣을 수 있을지가 주로 고민했던 부분이다. 시상식 당일 아침에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시상식은 저녁 운동이 끝난 후 근처 족발집에서 이루어졌다. 그 족발집은 음식이 맛있고, 홀이 작았다. 마침 다른 손님들도 없어서 우리끼리 시상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관장님까지 도착을 하고 시상식은 시작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호명하고 상 이름을 읽고, 상장 내용을 읽은 후 부상과 함께 시상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2023 연초연예대상’ 시상식은 너무나 성공적이었고, 저마다 친구들의 칭찬을 잔뜩 받았으며 맛있게 먹고, 기분좋게 그날을 마무리 했다.
이 모든 작업을 완수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
내가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은 ‘기획자’라고 칭하고 다니는데, 내가 가장 기획자다운 순간이었다.
재능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동무가 내 사진을 합성해 위대한 개츠비를 만들어주었다. 파티를 열고 모두를 즐겁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잊을만 하면 다시 한번 앙케이트를 하고, 또 새로운 칭찬거리를 찾아 낼 것이다. 그리고 또 상을 줄것이다.
그 누가 주는 상보다, 친구들이 주는 상이 소중하다.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동무들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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