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2

어이 아줌마! vs. 사모님

먼저 밝힌다.

둘다 불쾌하다.


아줌마는 멸칭으로 많이 쓰인다. 상대를 기분나쁘게 하려는 의도가 있을때.

30대 초반, 언젠가 버스를 탔는데, 승차 쪽 문에 사람이 많고, 버스 뒤편에 공간이 넉넉하길래 뒷문으로 탄 적이 있다. 기사가 소리를 지른다.

“아가씨! (뜸들이고 씩씩대며) 아니 아줌마! 앞으로 타요 앞으로!”

‘얼굴을 보니 아줌마네’ 보다는 더욱 열심히 멸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더 말하기도 싫어서 한번 쳐다보고 말았다.

회사에서 동료를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법원에서 경고를 먹은 사람이 있었다. 왜 ‘아저씨’는 멸칭이 아닌데 ‘아줌마’는 멸칭일까. 그렇게 쓰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 스타트업 밋업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정신나간 작자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담 어디갔어? 응? 마담?’ 이라고 나를 뒤져 찾은적이 있었다. 마담은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원 뜻은 존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유흥주점에서 여자를 부르는 호칭이다. 물론 그 작자는 마담이 원래 존칭이라며 뻔뻔하게 나의 항의에 답했지만.

지금이라면 쌍욕을 하겠지만, 당시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일종의 서비스 상태였기 때문에 그정도로 하고 넘어갔다. 마담도 그래서 멸칭이다.


이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온 이들도 모두 ‘아줌마’로 퉁쳐진다.

도로위의 김여사도, 맘충도 멸칭이며 그 레벨은 아줌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하철에서 영감들하고 시비가 붙었을때도 나의 편을 들어준건 아줌마였다. 교환학생 시절에 배탈이 단단히 난 나를 위해 화장실의 인파를 헤치고 내가 먼저 화장실을 이용하게 해 준 사람도 홍콩의 아줌마였다. 나는 아줌마들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하루는 회사 정문앞에서 택시를 불렀다. 많이들 사용하는 카카오택시가 아니라 우티를 이용해서 불렀는데, 타자마자 기사가 하는 말이

“사모님 많이 세련되셨네요. 우티는 잘 모르던데.”

대기업 삐까번쩍한 건물 정문앞에서 택시를 불렀는데, ‘아줌마가 어떻게 이런걸 다 쓰냐’는 식이다. 우티는 우버계열 택시 서비스인데, 우버는 누구나 다 쓰는거 아닌가. 기사는 내가 큰 IT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나보다.


사모님은 사장님에 대칭되는 말이다. 부동산에 가도 여자는 사모님, 남자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내가 돈을 쓰는데 왜 나는 사장이 못되나. 남편이 돈 벌어오고, 팔자좋게 돈 쓰는 모양이 상상이 되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왜 그렇게 일반적으로 쓰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 물론, ‘사모님’도 때에 따라서 자주 멸칭으로 이용된다.


그 호칭이 뭐가 문제냐고? 멸시하는 의도가 아닌데 왜 그렇게 듣냐고?

굳이 ‘선생님, 사장님’ 같은 호칭을 두고 ‘아줌마, 마담, 사모님, 김여사, 이모, 언니’ 같은 호칭을 쓸 때,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과연 바닥까지 까놓고 솔직하다면 사람을 낮추어보는 의도가 없는 것인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Anyone can leave comments. However, please leave a hint to know who you are.
누구나 코멘트를 남길 수 있습니다. 단,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힌트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