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5

2022.04.23 킥복싱 대전경기 현장

내 나이 마흔 세살에 인생 첫경기를 뛰어봤다.
51kg 미만급으로 신청해놓고 체중을 맞췄는데 대진이 없어서 55kg 으로 높여서 출전했다. 
마지막에 열심히 먹어봤지만 체중은 그닥 불어나지도 않고 배만 불러서 있는 그대로 나갔다. 

출전 신청을 하고 한달이 조금 안되는 동안 관장님에게 배가 부르도록(ㅋㅋ) 잔소리를 들어가며 연습하고, 사내아이들에게 맞아가며 스파링을 해보았다. 
이제 간신히 원투 스트레이트 자세가 조금 잡혔는데 실전에서는 또 허공에 대고 휘두르지는 않을지 걱정이 안되는건 아니었다. 


몇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열심히. 
내 체구가 더 작을 가능성이 높아서 파워 연습도 열심히. 
이 날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다. 

그 전날 월경이 시작되어서 좀 불편한 것은 없지 않았지만, 몸도 많이 붓지 않고 다행이었다. 
경기 규모는 생각했던 것 보다 커서, 링 2개, 매트 1개, 미트 시범 매트 1개가 운영되었다. 



상대방이 개돌(무작정 돌진만 하는 초보자)일 경우를 가정해서 연습한 것도 있었는데, 
이 선수는 어깨와 머리로 밀고 들어오고, 한스텝 피하면 그대로 밀고 따라 오니 굉장히 불편한 경기였고, 
심판이 왜 제지를 하지 않는지 좀 궁금하기도 했지만 밀려나지 않고 잘 버틴 것 같다. 
끝까지 스스로에게 궁금한 것은, 어째서 푸시킥으로 밀어버리지 않았는가..인데 아직도 누군가를 발로 차고 때리는게 좀 미안한 것 같다. 머리도 치지않고 민다. 

싱글벙글 웃으며 글러브 터치하자고 손을 내미는 내 얼굴을 보고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이를 꽉 깨물고 올라온 어린 아가씨였다. 

결과는 패. 

솔직히 얼굴이나 머리 정타는 내가 더 친거 같기는 한데 조금 더 공격적인 쪽에 포인트를 줬나보다 할 뿐.
그리고 이기고 지는 건 나에게 큰 의미는 없었다. 



손등, 발등을 포함해 온몸에 피멍이 없는 곳을 찾는게 빠르고, 

체중조절 급하게 하느라 입가도 찢어지고, 

오른 손목은 물병을 열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있고, 

발바닥도 몇번 피를 봤다. 그래도 발차기는 여전히 안된다. ㅎㅎ 내가 왼발 차는데만 일년 걸린 사람이다.


한달 꽤 열심히 해봤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나는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다음 경기때는 더 때리고, 덜 맞고, 좀 더 많은 테크닉을 써볼 수 있게 또 준비한다. 

인생 첫경기는 했으니 다음경기 준비. 


마지막 경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ㅎㅎ

누구나 가장 젊은날과 가장 늙은 날을 동시에 산다. 

나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경기 한다고 새벽부터 운전하고 서포트 해 준 관장님께 감사. 엄청 피곤했을 듯. 

자기 경기도 아닌데 같이 와서 응원하고 짐 들어준 동무에게 감사. 

나 혼자 경기 내보내기 뭐하다고 출전도 같이 해 준 동거녀에게 감사. 동거녀의 상대편도 정말 멋진 어른이었음. 정말 멋있는 경기였다. 

세컨도 봐주고 내 헤드기어도 벗겨주고 조언도 해 주신 사부님의 사부님, 정말 감사. 

경기 준비한다고 스파링 받아준 동무들에게 감사. 

일부러 주말에 올라오라고 해서 자세 봐준 이전 관장님도 감사. 


내 취미생활에 이렇게 감사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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