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3

미취학 문구덕후는 나이 마흔이 넘어도 문구덕후

지금이야 코로나19때문에 문구전이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만해도 거대한 홀에 촘촘히 부스가 차려진 문구전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현금 1-20만원 쓰는 게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메모지, 스티커, 다이어리 속지, 편지지, 펜 같은 것을 사댔다. 
박람회장에는 엄마를 졸라 한두개씩 어렵게 구매하는 어린이들도 있는데, 그들이나 나나 구매를 원하는 건 매한가지여서 자주 부스 앞에서 어깨싸움을 해야했다. ㅎㅎ 

집에 넘치도록 많은 것이 문구류였지만, 이놈의 수집벽은 채워질 줄을 몰랐다. 
짧은 여행을 가도 문구류 쇼핑만 반나절을 할당했고, 옷 욕심은 없다. 
그래도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서 한동안은 타오바오 직구로 10만원 단위로 문구를 사대니 문구 전용 책장을 따로둬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에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현타를 맞고(?) 다섯박스 가량을 처분했다. 
그러고도 방에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노트와 펜, 스티커, 엽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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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국민학교 입학전에 미술학원을 잠시 다녔는데, 횡단보도 앞 조그만 단골 점포가 있었다. 
건너야 하는 도로가 왕복 8차선이었는데 위험하다보니 엄마가 점포 사장 아주머니에게 좀 살펴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분 말씀이, 다른 아이들은 오면 과자를 사가는데, 이 집 딸은 희한하게 올 때마다 수첩을 사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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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아.. 나는 그저 타고나기를 종이와 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타고난 것이구나.' 싶어서, 다 쓰지도 못할만큼 모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좀 덜 해졌다. 

물론 최근에도 스티커 몇장, 노트 몇개, 펜 몇자루가 내 창고에 입고되었다. 

그저 즐겁게 조금씩 꺼내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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