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0

재택근무 반년

COVID-19 로 인해 반년간 재택근무/반재택근무를 경험했다.
회사를 다니며 재택근무를 해 본것은 처음이다. 
(집에서도 당연히 일을 했지만 재택근무로 근무시간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너무 갑갑해서 마스크를 쓴 채로 집 앞 카페에 나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완전히 적응해서 종일 밖에 나가지 않고도 꽤 집중력을 발휘 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근무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나는 4시반-5시반 사이에 기상한다. 
그러다보니 업무 시작시간이 5시 조금 넘은 시간일때도 있다. 
낮에는 빨래를 돌려놓고 미팅 로그를 작성하거나 점심 식사후 30분-1시간 가량 낮잠을 잘 때도 있다. 식사 시간이 효율적이다. 
(어차피 밥을 먹고나면 식곤증이 몰려드는데 굳이 커피를 마시며 억지로 깨어 있을 필요가 없다.) 

퇴근시간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랩탑을 덮고 저녁을 먹은 후 필요하면 다시 펼치기만 하면 작업 환경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동시간의 낭비나 피로가 없다. 

화상회의를 하면 말하는 상대와 싱크가 맞지 않아 종종 불편할 때가 있지만, 시작과 끝을 정확해 해 줘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마음에 든다. 

화상회의가 잦아지면 내 뒷 배경이 신경쓰일때가 있기는 하다.
모두가 다 서재와 같은 작업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줌 같은 서비스는 배경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내 랩탑은 안됨.) 

누가 말을 걸지 않으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업무 이야기만 하면 되니까 사소한 스트레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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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것이 다음주면 끝이라니.. 제도적으로 도입해주면 좋겠다. 이제 집도 사무실과 너무 멀다. <-- 이게 결론

2020/07/23

미취학 문구덕후는 나이 마흔이 넘어도 문구덕후

지금이야 코로나19때문에 문구전이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만해도 거대한 홀에 촘촘히 부스가 차려진 문구전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현금 1-20만원 쓰는 게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메모지, 스티커, 다이어리 속지, 편지지, 펜 같은 것을 사댔다. 
박람회장에는 엄마를 졸라 한두개씩 어렵게 구매하는 어린이들도 있는데, 그들이나 나나 구매를 원하는 건 매한가지여서 자주 부스 앞에서 어깨싸움을 해야했다. ㅎㅎ 

집에 넘치도록 많은 것이 문구류였지만, 이놈의 수집벽은 채워질 줄을 몰랐다. 
짧은 여행을 가도 문구류 쇼핑만 반나절을 할당했고, 옷 욕심은 없다. 
그래도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서 한동안은 타오바오 직구로 10만원 단위로 문구를 사대니 문구 전용 책장을 따로둬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에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현타를 맞고(?) 다섯박스 가량을 처분했다. 
그러고도 방에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노트와 펜, 스티커, 엽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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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국민학교 입학전에 미술학원을 잠시 다녔는데, 횡단보도 앞 조그만 단골 점포가 있었다. 
건너야 하는 도로가 왕복 8차선이었는데 위험하다보니 엄마가 점포 사장 아주머니에게 좀 살펴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분 말씀이, 다른 아이들은 오면 과자를 사가는데, 이 집 딸은 희한하게 올 때마다 수첩을 사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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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아.. 나는 그저 타고나기를 종이와 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타고난 것이구나.' 싶어서, 다 쓰지도 못할만큼 모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좀 덜 해졌다. 

물론 최근에도 스티커 몇장, 노트 몇개, 펜 몇자루가 내 창고에 입고되었다. 

그저 즐겁게 조금씩 꺼내쓰기로 했다. 

2020/07/22

“돈이 많고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 “

내 그릇이, 내 지식과 경험의 그릇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다. 
써먹을 것도 공유할 것도 제한을 받다보니 상자에 갇힌 벼룩 점프 높이 낮아지듯 작아진다. 

야생이 나를 키웠는데. 


야망넘치고 욕심많고 주목받는걸 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아웃풋에 목메는 사람일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배우의 말처럼, 그냥 돈이 많고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 

유유자적 무능력자로, 아무개로 조용히 살게.  

2020/07/17

더 자야하는데..

4-5시면 깬다. 
업무 메시지를 5시 좀 넘은 시간부터 보낼때도 있다. 

어차피 보는 사람이야 깨서 보면 될테지만, 수신 시간을 보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새벽에 깨는게 무척 힘들었고 20대때 8시 출근은 고문같았는데, 
2년 전, 체중 감량 하느라 이것저것 했더니 잠이 없어졌다. 
아니 나이 탓인가.

사람이 하루에 7-8시간은 자야 오래 산다는데, 이렇게 살다간 60까지도 못살 것 같다.

잘됐다. 

2020/07/16

보이지 않는 차별, 보이지 않는 편견, 그리고 폭력

차별 하는 사람을 지적하면 자기가 차별한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백가지 다른 이유를 댄다. 

편견에 의해 차별하는 사람은 편견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상의 잘못을 짚어낼 뿐이다.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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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심사를 하다가 ㅇㅎ하는 '으르신'을 만나 매우 기분이 상해버림. 

어디 젊은 여자가 소리높여 질문하냐 노여워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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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초중고대회사를 옮겨다니며 성희롱, 추행 없는 조직을 만나보지를 못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처음이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어떤 이미지라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내 탓을 하는 것은 폭력이다. 

2020/07/14

사방이 시끄럽다.

택시 기사는 라디오와 내비 소리를 크게 켜두었고, 
메신저는 쉴새없이 울린다. 

나는 업무 통화중이었고, 머리가 울린다. 

소란하다. 너무 시끄러워서 입밖으로 욕을 뱉고 싶을 지경이다. 

...

택시에서 내리는데 전투기 두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뒤이어 또 지나간다. 

...

절간에 들어가서 하루만 있다 나오고 싶다. 

2020/07/12

‘그래봤자 나 주겠어? 자기 갖겠지. ‘

새로운 프로젝트를 (원래 하던 업무에 추가로) 이니셜라이징 하고 있다.

바쁘고 생각할 것도 많다. 
난 그렇게 순발력이 좋은 편도 아니고 창의적이지도 않아서 더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내가 프로젝트 오너도 아니고 결정권도 없고, 감나무에서 감떨어지는 것 기다리듯 내 의견 들어주기를 바라며 제안하고 설득하는 정도여서 (월급쟁이는 닥치는 일을 잘 쳐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좀 허무해진다. 

'이거 잘 된다 한들, 나한테 뭐 주겠어? 저사람들이 갖겠지' 싶어지는거다. 

봉사활동 같은 업무가 한둘은 아니었지만, 퉁쳐서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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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너에게 뭘 주겠다.' 라고 거만하게 제안하는 사람도 봤는데 유쾌하지 않았다. 
반면에 일은 느는데 내가 뭘 보상 받을 수 있는지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 많고 익숙하며 유쾌하지 않다. 

...

내가 생각해도 뭘 어쩌라는건지. ㅡㅡ;; 사람 마음이란. 

일이나 하자. 

- 일요일, 일하다 말고 끄적. 게다가 난 휴일 근무도 올리지 않고, 돈 안받고 일하는 중이라고. 

2020/07/08

하루가 정신없이 간다

미팅하고 콜하고, 자료 피드백 주고.. 연결해달라 소개해달라 대응하고.. 질문에 답하고 또 질문하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 

놓치는게 있지는 않을까, 노트를 해가며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치우고 있다. 

그래도 진행되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다. 

모든 걸 잊는 방법은 역시 일하는게 최고다. 

건강하고, 직업있고, 친한 친구가 있고, 이것만 해도 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2020/07/06

주말에 일하기

지난 주는 숨이 차도록 바빴다.
주말에 이틀을 모두 반나절씩 일을 해야 할 정도로 할 일도 많았다.

신규 조직이 하나 더 세팅되고 그 조직 3명중 1인으로 소속되게 되었다. 

비슷한 토픽으로 세번째 겸직인데 이번에는 좀 진행이 되면 좋겠다. 
업무가 두배까지는 아니어도 1.5배는 되는 셈인데 외근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멀미를 참으며 로그를 작성하고 통화를 하고 미팅을 어레인지 하고,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정도로 정신이 없다. 

일이 많아지는 것을 나는 '고용안정'으로 느끼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다만 퍼포먼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토요일에는 개인적으로 (재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 있어서 오전 반나절을 쓰고, 어제 오전은 근처 쇼핑몰에 문구전이 있어서 장도 볼 겸 다녀왔다. 


소소한 덕질이 나를 살리고, 짐을 늘린다. 

아이들이나 할 것 같은 스티커, 메모지 덕질을 하다가 짐이 무한대로 불어나서 큰 박스로 다섯개를 주변에 나누어 주었지만, 나는 아직 이 즐거움을 버리지 못한다. 

쇼핑몰 근무자들은 매우 친절했고, 나에게 추가적인 베네핏을 제공해서 즐거운 쇼핑이었으며, 밀린 47개의 스타트업 서류심사도 꾸역꾸역 하는 보람있는 주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 
루틴한 일은 편하지만 내게 동력을 제공하진 않는다. 

어렵고 머리 아파도 일하는 게 좋다. 

오늘도 새벽에 깨서 이것저것 살림을 챙기고, 샤워를 하고,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이번주 일정을 살핀 후 이 글을 쓰고, 잠깐 책을 읽으려고 한다. 

하루에 7-8시간은 자야 수명이 줄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4-5시간의 숙면으로 수명을 줄이고 긴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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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하기, 주말에 일하기, 밤에 일하기 모두 즐기는 편인데, 저녁시간 만큼은 내 시간으로 두고 싶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술마시고 잡담하는 시간은 너무나 낭비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