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8

뜨끈한 국물이 있는 회식과 비건의 삶

내 생각과 글의 패턴을 알고 있다면 저 둘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생각의 흐름상 이어진다는 점을 간파했을 것이다. (독자가 별로 없다.)

어제는 예정된 회식이 있어 맛집이라는 음식점으로 이동했고 몇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그 중에는 소주안주로 제격인 국물 요리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가운데에 버너를 놓고 끓여가며 나눠먹었는데 어느 정도를 먹고나자 다들 숟가락을 찌개그릇에 담그며 나눠먹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도 잘 먹었던 식사 방법인데, 어제 갑자기 숟가락을 담그고, 국물을 뜨고, 숟가락 등에 묻은 여분의 국물 방울을 찌개 그릇에 긁고 난 후 입에 가져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비위가 상해서 더 먹을수가 없었다.
결국 더이상 음식을 먹지 못했고, 요즘은 금방 취해버리는지라 술도 몇잔 못마시고 맨숭맨숭한 상태로 집에 갔다.
배가 고팠다.

나는 갑자기 다 같이 먹는 찌개 그릇에 비위가 상했고, 아마 앞으로도 의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요란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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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팀중에 비건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팀이 있다.
그리고 나는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며칠전에 읽었다.

읽고나면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알고나면 고기를 먹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한국에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혹시 외국인 친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나는 그나마 훈련이 된 사람이라 꼭 못먹는 음식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가능한 메뉴를 찾아서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하는 편이다.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즉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갑각류 알러지만 있어도 식사가 어렵다. 조미료나 국물을 낼 때 잔새우를 쓰는 경우도 많고 간을 맞출때도 들어간다. 빼달라고 하지만 대충 먹으라는 듯이 뺐다고 대답을 하고 먹어보면 알러지가 올라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리적인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한다 치더라도, 요란하다, 대충 주는대로 먹지 말이 많다, 심지어 (이해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데) 남자의 경우에는, 남자놈이 까다롭다며 특히 더 욕을 먹는다. (이부분은 양성 모두에 대한 굉장한 차별적 발언이다.)
사람이 동물 단백질을 먹어야 산다는 둥, 짐승을 먹으려고 키운다는 둥 말도 안되는 비과학적, 비윤리적인 지식과 비난을 함께 들어야 한다.

차라리 불교에 귀의했다고 말하는게 편하겠다. 중생을 귀히 여겨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고.
그러면 식물은 살아 있는거 아니냐고 비아냥대겠지만.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게 된 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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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이란 이렇게 무섭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나는 살기가 불편해지며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이 된다.
그렇지만 옳은 방향이라고 믿고 있다.

적당히 무신경하고 무례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자각한 소수는 존재를 인정받기 어렵다.
참 무례한 사회다.

댓글 2개:

  1. 사실 무례한 건지, 무지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차라리 무지한 거면 좋겠어요. 그럼 배울 수라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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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지한거라면 알아챘을때 '내가 몰랐구나!'를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끝까지 모른다면 그 동안은 무례한거라 봐야하지 않을까.. 나도 어떤 포인트에서 무례했던 시절이 있었지.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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