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의 수십년 친우가 몇번 배가 아파 응급실에 간 이후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
임신중에 배가 아파 몇번을 가서 상당히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담낭 결석이었다고 한다.
아산병원 입원실에 들러 수술 준비중인 친구를 만났다.
"야, 이제 쓸개빠져서 회사 더 잘 다니겠네."
그리고 우리는 잘되었다며 신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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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회사(=삼성전자 연구소)를 다니기 시작했을때는 주변 모든것이 전투의 대상이었다.
일도 어렵고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직업이었음) 층층 쌓인 위계 아래서 주어지는 태스크의 난이도와 경중에 상관없이 그 사람들이 정해주는 일정에 맞춰서 완료를 해야했는데, 가방끈도 짧고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안될것 같아도 되게 만들어야만 했다.
어떻게 박사학위를 마쳤나 싶을정도로 머리나쁘던 책임급 연구원들과 내부는 모르고 일정만 큰소리치던 수석들이 매우 한심하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줘 패면서 '니가 해보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 울분을 누르고 일을 하려니 참 죽을맛이었다.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길, 간도 쓸개도 다 빼놓고 영혼없이 그냥 맞춰주면서 '편히 살라'고 했다.
일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 0과 1의 상태밖에 없는데 내 간과 쓸개가 무슨 용도가 있나. 머리와 손가락 열개만 있으면 되는것이지. 참 속모르고 말쉽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5년을 버티고 나니 일을 덜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요령이 조금 생겼는데, 그 뒤로 생기기 시작한 문제는 말그대로 간과 쓸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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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회사를 거쳐오고 크고작은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엔지니어로서의 어려운 점, 선배로서의 어려운 점, 위계질서 하층민으로서의 어려운 점을 거쳤다.
지금 나를 채용해준 회사는 참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상식적이고 좋은 사람들이라 그렇기도 하고 출근하면서 간 쓸개를 두고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종, 고위급이 보내는 메일에 혈압이 오르는 상황을 만나면 심호흡을 한다.
'거 참 비아냥대는 양반이군. 기운 빼려는 작전인게야. 허허허. 아 쓸개두고오길 잘했다. '
그리고 옆자리 뒷자리에 술마실일이 있을때만 잠시 간을 꺼내쓰는 쓸개빠진 사람들이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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