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상상




1.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상상은 돈이 들지 않으니까. 
세금을 떼고, 얼마가 남으면 그 중 얼마는 카페 오픈하는데 쓰고, 그래도 남으면 얼마정도는 떼어서 어딘가에 쓰고, 
또 얼마는 노후를 위해 그곳에 투자해둬야지. 

2. 중요한 것을 내놓으라거나 내게 중요한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며 인질로 잡은 내게 총구를 겨눈다면? 

정확히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쏘라고 한다. 
협박범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3.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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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기간동안 많이 아프다. 
회복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어지는거 아닐지.. 

2020/08/21

독을 뺀 목소리

좋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하면 질병에 잘 걸리듯, 몸도 마음도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라 현기증, 무기력을 비롯한 온갖 물리적 문제와, 약해서 곧 부서질 것 같은 멘탈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 

정말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래도 나는 월급쟁이. 일은 해야한다.

텍스트로 대화하다보면 상대방의 짜증이 고스란히 느껴질 때가 있다. 

일하는데 짜증이 비치는 걸 느끼면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육성으로 하는게 낫다. 

독기를 빼고 순둥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채팅창과 동일한 내용을 업데이트 한다. 

그렇게 해결 한다. 


독을 빼고 순둥한 목소리를 내는 동안 나는 에너지를 더 소진했다. 

곧 부서질지도 모른다. 

2020/08/12

당근마켓 재봉틀 무료나눔


박스 사진을 대충 찍어서 모아둔 패브릭과 툴까지 다 가져가시라 했다. 

당근 채팅방에 불이 나는줄 알았다. 
제일 먼저 메시지 보낸 분이 내 답 받음과 동시에 출발 하셔서 순식간에 집앞 도착. 무사히 실어 드렸다. 
그 뒤에 온 메시지는 모두 아쉽지만 늦었다. 

무료나눔이라고 했는데 초코렛을 한통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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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맘먹고 바라고 바라다 산 재봉틀이었다. 
설치할 곳도 마땅치 않고 취미로 하기엔 시간도 마땅치 않아서 거의 보관만 하다 보냈다. 

동대문, 일본 다니며 모아둔 패브릭과 각종 툴들도 같이 보냈다. 

마음이 너무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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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피아노도 없고 재봉틀도 없다. 둘다 다시 쳐다보지 않을테다. 

2020/08/04

체력이 떨어졌는지..

피곤하다. 

땅속으로 꺼지고 싶다. 
살아있기 피곤하다. 

2020/08/03

유치함을 견디기

남자어른들 유치함을 매우 견디고 있다. 
유치함이 극대화 될때는 역시,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성숙함을 어필할 때인 것 같다. 

보고 있기가 괴롭다. 저 어설픔.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유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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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속내가 너무 드러나고, 또 너무 더러워서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다. 
유치함이 너무 싫어서 부둥부둥 안해줬다고 인신 공격 당한적이 있다. 
유치함의 내면을 직설적으로 공격했다가 귀에 피가 날 것 같은 훈계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저 비위들을 맞추려니 뱃속이 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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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유치하게 삐쳐서 연락을 끊어버린 우리 아버지까지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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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들 받아주나 보자. 
나이가 50이 되도록, 70이 되어가도록, 40 중반이 되도록 왜 이다지도 유치하고 얄팍한가. 

2020/07/30

재택근무 반년

COVID-19 로 인해 반년간 재택근무/반재택근무를 경험했다.
회사를 다니며 재택근무를 해 본것은 처음이다. 
(집에서도 당연히 일을 했지만 재택근무로 근무시간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너무 갑갑해서 마스크를 쓴 채로 집 앞 카페에 나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완전히 적응해서 종일 밖에 나가지 않고도 꽤 집중력을 발휘 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근무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나는 4시반-5시반 사이에 기상한다. 
그러다보니 업무 시작시간이 5시 조금 넘은 시간일때도 있다. 
낮에는 빨래를 돌려놓고 미팅 로그를 작성하거나 점심 식사후 30분-1시간 가량 낮잠을 잘 때도 있다. 식사 시간이 효율적이다. 
(어차피 밥을 먹고나면 식곤증이 몰려드는데 굳이 커피를 마시며 억지로 깨어 있을 필요가 없다.) 

퇴근시간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랩탑을 덮고 저녁을 먹은 후 필요하면 다시 펼치기만 하면 작업 환경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동시간의 낭비나 피로가 없다. 

화상회의를 하면 말하는 상대와 싱크가 맞지 않아 종종 불편할 때가 있지만, 시작과 끝을 정확해 해 줘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마음에 든다. 

화상회의가 잦아지면 내 뒷 배경이 신경쓰일때가 있기는 하다.
모두가 다 서재와 같은 작업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줌 같은 서비스는 배경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내 랩탑은 안됨.) 

누가 말을 걸지 않으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업무 이야기만 하면 되니까 사소한 스트레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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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것이 다음주면 끝이라니.. 제도적으로 도입해주면 좋겠다. 이제 집도 사무실과 너무 멀다. <-- 이게 결론

2020/07/23

미취학 문구덕후는 나이 마흔이 넘어도 문구덕후

지금이야 코로나19때문에 문구전이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만해도 거대한 홀에 촘촘히 부스가 차려진 문구전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현금 1-20만원 쓰는 게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메모지, 스티커, 다이어리 속지, 편지지, 펜 같은 것을 사댔다. 
박람회장에는 엄마를 졸라 한두개씩 어렵게 구매하는 어린이들도 있는데, 그들이나 나나 구매를 원하는 건 매한가지여서 자주 부스 앞에서 어깨싸움을 해야했다. ㅎㅎ 

집에 넘치도록 많은 것이 문구류였지만, 이놈의 수집벽은 채워질 줄을 몰랐다. 
짧은 여행을 가도 문구류 쇼핑만 반나절을 할당했고, 옷 욕심은 없다. 
그래도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서 한동안은 타오바오 직구로 10만원 단위로 문구를 사대니 문구 전용 책장을 따로둬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에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현타를 맞고(?) 다섯박스 가량을 처분했다. 
그러고도 방에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노트와 펜, 스티커, 엽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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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국민학교 입학전에 미술학원을 잠시 다녔는데, 횡단보도 앞 조그만 단골 점포가 있었다. 
건너야 하는 도로가 왕복 8차선이었는데 위험하다보니 엄마가 점포 사장 아주머니에게 좀 살펴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분 말씀이, 다른 아이들은 오면 과자를 사가는데, 이 집 딸은 희한하게 올 때마다 수첩을 사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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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아.. 나는 그저 타고나기를 종이와 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타고난 것이구나.' 싶어서, 다 쓰지도 못할만큼 모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좀 덜 해졌다. 

물론 최근에도 스티커 몇장, 노트 몇개, 펜 몇자루가 내 창고에 입고되었다. 

그저 즐겁게 조금씩 꺼내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