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입사하고 나서 예전 기억이 되살아 나는 때가 있다.
(크게 훑어보면 내 경력은 학부때 스타트업 간을 보고 -> S전자 신입 입사 -> 대학원 -> 중소기업이라 할 수 있는 게임회사 ->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기구 -> 스타트업 -> 다시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N포털 순으로 기술할 수 있다.)
다행히 객기 레벨로 따지면 6-7 정도 될 정도로 커리어관리를 안하고 살았지만 굶는 날 없이 현재까지 왔다. 그러다보니 딱히 내 수입에 불만이 있지도 않았고 주거환경에 대해 불평을 해 본 적도 별로 없다.
식구가 생기고나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기는 뭐해서 아파트와 빌라 생활을 하고 있다. 같이 사는 동거인이 주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혼인 후 첫집은 낡고 낡은 아파트였는데 그 정도는 매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쌌다. 별로 갖고 싶지 않아서 패스.
그 다음은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비싼 동네의 언덕지 빌라에 전세로 들어갔다. 억소리 나는 전세값을 맞춰서 냈고, 집주인도 정확한 평수를 모를 정도로 넓게 고쳐놔서 거실이 운동장 같았다.
넓고 화장실이 두개인 것을 빼면 습하고, 비오면 새고(집주인에게 전화해서 사자후), 큼지막한 바퀴벌레가 나왔으며(보자마자 사자후), 버스정류장을 가려면 언덕을 내려와야 했고 편의점이 멀었다.
몇가지 질린 포인트를 상쇄하고자 다음 찾은 집,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조용한 주택가에 있고, 산책로가 가까우며, 편의점이 지척에 있고, 3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몇발자국 안에 있다. 강남 번화가까지는 마을버스로 20분 정도 걸린다.
경비실과 관리실이 있고 택배도 잘 받아준다. 정돈된 주차장도 있다.
월세다.
S전자 시절에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에 하루 시간의 상당 부분을 쓰면서 회사는 '적당히' 다니는 거라 으스대던 사람들이 있었다. 보고 있으면 참 한심한데 날더러 한심하다던 사람들이다. 회사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회사에서 다행히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일을 잘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
단지 "'그 나이에' 끊임없이 일하고 돈 벌었으면서, 남들 다 사고, 한채 더 사서 두채 갖고 있는데 뭐하느라 아직 집도 안사고 월세를 살며, 애도 없는데 어째서 동거인은 살림만 하고 있느냐." 같은 질문을 다시 받았다는 것이 신기한 포인트.
이 질문을 받을 때가 아니면 나는 전혀 가난하지도 게으르지도 않고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없이 오르는 집값을 보니, 불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딱히 나보다 열심히 살지도, 능력치가 출중하지도 않고 경력도 많지않은데 연봉은 확연히 많이 받는 동무를 보며 기운이 안빠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딱히 갖고 싶지는 않은데 비싸질 것 같으니 깡빚을 내서 집을 살 마음은 도저히 들지 않는다.
동거인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아무 문제도 없었고, 한동안은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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